로이터 "이번주 내 새로운 제재 발표"
사실상 반도체 산업에서 퇴출시키는 조치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의 싹을 완전히 고사시킬 제재안을 준비하고 있다. 제재가 현실화되면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비(非) 선단공정 파운드리 생산 정도만 가능해진다. 사실상 반도체 산업에서 손을 떼라는 마지막 경고다.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양산하는 10나노급 4세대 D램.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양산하는 10나노급 4세대 D램. /사진=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에서 손 떼란 얘기”

 

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상무부가 미국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제재안을 금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는 EUV(극자외선) 노광공정처럼 하이엔드 로직칩을 만드는 기술에 국한됐다. 이번에는 메모리 분야까지 폭넓게 제재 범위에 포함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18nm(나노미터) 이하 D램과 128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파운드리 장비 규제도 14nm 이하로 규제 수준을 높였다. 

18nm D램은 10나노급 1세대(1x)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지난 2017년부터 양산했다. 현재 3사는 D램 최선단 공정으로 10나노급 4세대(1a) 제품까지 만들고 있다. 앞으로 18nm 이하 D램 생산용 장비를 수급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사실상 D램 사업을 포기하라는 선언과 다름 없다. 

레거시 공정도 쓸 곳이 많은 파운드리와 달리, D램은 선단 공정이 개발 되면 최후행 공정은 단종된다. 가격 경쟁력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YMTC가 생산한 3D 낸드플래시. /사진=YMTC
YMTC가 생산한 3D 낸드플래시. /사진=YMTC

낸드플래시 역시 마찬가지다. 주요 플레이어들이 200단 이상 제품 양산 채비를 갖춰 나가고 있는 와중에 128단 이상 기술을 입수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 

다만 이번 제재는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한 수출건은 개별 심사를 거칠 예정이며, 이는 허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제재에 따른 피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다는 그동안 YMTC⋅CXMT⋅JHICC⋅SMIC 등에 장비를 공급했던 협력사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 장비 회사들은 더 이상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 

국내 장비 업체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EAR(수출관리규정)로 해외 장비 업체들을 옥죄지 않더라도, 당장 중국 내 반도체 투자 자체가 축소될 수 있어서다. 미국 반도체 장비를 수급할 수 없게 되면 증착⋅식각⋅검사 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되는데, 기타 장비가 필요할리 만무하다. 

 

SMIC, 멀티패터닝 쓰기도 어려워져

 

한편 미국은 중국 파운드리 라인에 대한 규제 수준도 기존 EUV에서 14nm 이하로 범위를 확장했다. 지난 8월 SMIC가 EUV 없이도 7nm급 칩을 만든 것을 확인되자 미국 정부가 허들 높이를 더 높인 것이다. 당시 SMIC는 EUV보다 한 세대 낮은 ArF(불화아르곤) 노광장비를 이용해 멀티패터닝하는 방식으로 7nm 칩을 생산했다. 

멀티패터닝은 원래 그리고자 하는 패턴을 2개, 혹은 4개로 나눠 여러번 공정에 걸쳐 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EUV 없이도 7nm 구현이 가능하지만, 노광-식각 공정 수가 2~4배로 많아지기에 수율과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다. 

/사진=SMIC
/사진=SMIC

EUV를 도입할 수 없었던 SMIC 입장에서는 멀티패터닝을 써서라도 7nm 칩을 양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14nm 공정용 장비를 도입할 수 없게 되면 이처럼 비경제적인 방식조차 쓸 수 없게 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미국 제재안이 실제 모습을 드러내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겠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의 싹을 완전히 고사시키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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