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 국면에서 DSP 계약 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직전 시작된 파운드리 업계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덕분에 완성차 업계 등 극심한 출하 지연에 시달렸던 산업군이 다시 생산량 회복에 나서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한 축인 디자인하우스들은 파운드리 쇼티지가 해소되면서 신규 과제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열리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eletimes.com
반도체 웨이퍼. /사진=eletimes.com

 

DSP 계약 선호하는 디자인하우스들

 

지난 3년간의 파운드리 업계 초호황에도 불구하고 디자인하우스들의 수혜가 제한적이었던 건 이 업계의 수익구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소속 디자인하우스를 놓고 보면 매출 구성은 크게 두 가지다. 흔히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 계약이라고 하는 매출원은 디자인하우스가 팹리스를 직접 접촉해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유치하는 비즈니스다. 이 모델은 팹리스가 고객사, 삼성전자가 협력사가 된다.

VDP(버추얼디자인파트너) 계약 매출도 있다.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팹리스와 체결한 계약에 대해 디자인하우스가 후반부 설계만 대행하는 비즈니스다. 흔히 ‘용역 계약’이라고 하는 형태다. 이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디자인하우스의 고객사가 된다.

당연히 비즈니스를 처음부터 기획⋅관장하는 DSP 계약이 매출은 물론 수익성도 좋다. 회사가 외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DSP 계약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해 VDP 계약은 개발 레퍼런스(실적)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수익면에서는 DSP 계약 대비 크게 못미친다. 한 디자인하우스 임원은 “VDP 계약 규모는 작게는 수억원 정도로 개발 인건비를 건지는데 그친다”며 “단지 파운드리 특정 노드에 대한 경험을 쌓는다는 정도의 의미만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생태계.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매개한다. /자료=삼성전자
반도체 생태계.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매개한다. /자료=삼성전자

최근 파운드리 업계 호황 국면에서 디자인하우스들은 DSP 계약을 성사시키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파운드리가 이미 수주해 놓은 물량을 생산해내는데도 급급한 나머지 신규 DSP를 받아줄 여력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디자인하우스가 팹리스를 섭외하면 파운드리의 디자인킷과 IP(설계자산)를 이용해 개발 과제에 착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파운드리 생산물량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 지난해만해도 삼성전자는 신규 DSP 과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디자인하우스가 아무리 좋은 고객사를 모셔와도 과제를 시작할 수 없으니 DSP 계약이 성립되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는 물론 TSMC의 생산능력에도 다소 여유가 생기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대형 고객사들의 발주 축소 내지는 취소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반대로 파운드리가 가동률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DSP 소속 디자인하우스들. /자료=삼성전자
DSP 소속 디자인하우스들. /자료=삼성전자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TSMC는 최근 AMD의 PC용 신규 프로세서 ‘라이젠 7000’ 시리즈를 단독 생산하면서 출하 지연 없이 스케줄에 맞춰 공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선 시리즈들 출하가 연이어 연기되었던 전례를 비춰보면 최근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하반기 물량 일부를 시점을 앞당겨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디자인하우스 영업담당 임원은 “가장 수요가 많은 28nm(나노미터) 공정을 제외하면 다른 공정들은 신규 과제를 시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4분기 이후 내년까지 파운드리 업계 수급이 다시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자인하우스들로서는 비교적 유리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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