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볼트, 양산 램프업 삐걱삐걱
다른 내재화 프로젝트도 시행착오 불가피

전기차 업계가 한・중 배터리 업계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추진한 자체 생산 프로젝트가 초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아직 프로젝트가 시작단계라는 점에서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실제 의미 있는 규모로 한・중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도 크다. 

앞서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했다가 포기한 다임러・보쉬처럼 일부는 프로젝트를 포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위치한 '노스볼트 Ett' 전경. /사진=노스볼트
스웨덴 셸레프테오에 위치한 '노스볼트 Ett' 전경. /사진=노스볼트

노스볼트, 램프업 불안불안

 

한・중 배터리 전문업체를 제외하고 생산라인에 가장 대규모로 투자하는 회사는 스웨덴 노스볼트다. 노스볼트는 유럽연합이 전기차 배터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집중 육성 중인 회사다. 현재 스웨덴 셀레프테오에 2개 라인, 총 16~20GWh 규모의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정도면 매년 최대 30만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다.

셀레프테오 공장은 설계용량은 총 60GWh 수준으로, 노스볼트는 기투자분 양산 단계에 맞춰 추가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양산 체제로 접어든 이후 아직 본격적으로 제품을 출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배터리 소재⋅장비 업계에 따르면 셀레프테오 공장은 아직 부족한 양산 경험 탓에 수율 저하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1기 라인 구축시 중국 리드차이나 장비를 턴키(일괄수주계약) 도입했다가 안정화에 실패하자, 급히 한국산 장비를 교체 투입하면서 경험치를 쌓을 기회마저 날렸다. 한 배터리 장비 업체 대표는 “노스볼트가 작년 12월 양산을 선포하기는 했지만 정확하게는 시생산 단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 양산 경험치를 더 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분리막을 살펴보는 SKIET 직원. /자료=SKIET
배터리 분리막을 살펴보는 SKIET 직원. /자료=SKIET

배터리 전문업체 대비 부족한 생산능력과 높은 인건비 구조 탓에 수율이 안정화 되더라도 수익성까지 확보하는 건 더욱 지난할 거란 전망도 있다. 이 방면에서 가장 앞서는 CATL은 건설 중인 공장까지 포함하면 157.9GWh, 국내서 가장 큰 생산능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이 총 155GWh(작년 9월 기준)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생산능력 목표는 400GWh다. 

업계 1・2위인 CATL・LG에너지솔루션도 이 같은 생산능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영업이익률은 한자릿수에 그친다. 아직 양산 경험이 일천하고,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은 스웨덴 지역에 위치한 노스볼트로서는 한동안 적자 구조를 면하기는 불가능하다. 배터리 셀 기준, 생산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 안팎이다.

최대주주이자 고객사인 독일 폴크스바겐과의 협력도 예전 같지 않다. 폴크스바겐은 당초 노스볼트와의 합작을 통해 설립하려던 독일 잘츠기터 공장을 독자 운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해 노스볼트 주도로 잘츠기터 공장용 장비 발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계획이 취소된 상태다. 또 다른 장비 업체 영업담당자는 “노스볼트가 폴크스바겐의 핵심 파트너에서 여러 배터리 공급사 중 하나로 지위가 격하됐다”며 “폴크스바겐 입장에서 노스볼트가 신뢰할만한 제품력을 조기에 보여주지 못하면 의존도를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파워데이(Power Day)'. /사진=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 '파워데이(Power Day)'. /사진=폴크스바겐

“스텔란티스⋅리비안⋅현대차 등도 시행착오 클 것”

 

사실 노스볼트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는 역시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스텔란티스⋅리비안⋅현대차 등도 유사하게 겪을 수 밖에 없는 문제다. 

스텔란티스는 프랑스 사프트와 합작으로 ACC(오토모티브셀컴퍼니)를 설립, 배터리 내재화 나서고 있다. 이미 배터리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외의 대안으로 ACC를 육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ACC 설립 파트너인 사프트는 자동차용 배터리 전문업체긴 하지만, 주로 납축전지와 충전이 불가능한 1차전지 분야에서 업력을 쌓은 회사다.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경험이 많지는 않다.

전기 픽업트럭 제조사인 리비안도 삼성SDI 등으로부터 조달하는 배터리 물량 외에 자체 생산을 위해 파일럿 라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의왕연구소 차원에서 배터리 생산 공정과 내재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역시 진척이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배터리용 소재 업체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 연구인력 대부분이 전기차 개발에 할당된 상황이라 배터리 공정 연구까지 리소스를 분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소 'E-pit'.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소 'E-pit'. /사진=현대차

이 때문에 최근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신생업체나 전기차 업계의 내재화 프로젝트들이 금명간에 옥석이 가려질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4년 다임러는 배터리 자체 생산 프로젝트 중단을 발표한 뒤 현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으로부터 배터리를 조달한다. 삼성SDI 합작사까지 설립하며 배터리 분야에 투자하던 보쉬 역시 더 이상 배터리 자체 생산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는다. 보쉬는 지난 2018년 배터리 분야 투자 성과가 미진하자 배터리 생산중단 발표를 하고 배터리 개발 합작사인 리튬에너지앤드파워(LEAP)를 해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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