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출하량, 기존 전망 대비 20~30% 내려
미국의 수요⋅공급 동시 옥죄기 유효타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제재조치가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운영체제(OS), 반도체 설계자산(IP), 무선부품 등 스마트폰 제조에 핵심적인 기술 수급이 막힘에 따라 연간 출하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화웨이에 앞서 미국 상무부 제재대상에 올랐던 중국 중싱통신(ZTE)은 스마트폰 판매량이 3분의 1로 급감한 바 있다.

화웨이 스마트폰 P20 라이트. /사진=화웨이
화웨이 스마트폰 P20 라이트. /사진=화웨이

6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한 부품 협력사 관계자를 인용해 “화웨이가 일부 부품 협력사들에게 하반기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치를 기존 대비 20~30% 줄여서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파워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또 다른 업체 대표도 “화웨이가 하반기 예정되어 있던 일부 부품 주문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가 부품 주문을 연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과의 마찰에 따른 결과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들을 제재 대상(Entity List)에 등재한 이후 채 한달도 되지 않아 비즈니스에 심대한 차질이 발생한 셈이다.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는 “미국 제재가 계속되면 화웨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2억580만대에서 올해 1억5600만대, 내년 1억1960만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화웨이 스마트폰의 수요와 공급 측면을 동시에 옥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우선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각종 부품 공급길이 막히면서 생산 자체가 힘들어진다. 특히 화웨이의 무선통신 관련 각종 칩 자급률은 제로(0)다. 화웨이에 무선통신 칩을 공급하는 스카이웍스⋅코보⋅브로드컴 모두 미국 회사다. 세 회사 모두 미국 정부의 제재조치 즉시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여기에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술 서비스 제공이 금지되면서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매력도가 크게 낮아졌다. 그동안 화웨이 스마트폰은 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최대 제조사로 등극했다. 화웨이의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 2억600만대 중 1억대는 중국 바깥에서 팔렸다.

화웨이의 무선통신 장비.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는 스마트폰 사업을 넘어 무선통신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초래할 전망이다. /사진=화웨이
화웨이의 무선통신 장비를 설치하는 모습.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는 스마트폰 사업을 넘어 무선통신 사업에까지 악영향을 초래할 전망이다. /사진=화웨이

향후 구글과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중국 외 시장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은 사실상 ‘깡통폰’으로 전락하게 된다. 플레이스토어⋅크롬⋅지메일 등 구글의 핵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스토어 접근이 제한된다는 건 350만개 이상의 응용프로그램(앱) 사용도 막힌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 앞서 최소 6개월치 이상의 부품을 축적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구글과의 관계 단절로 제품 매력도(수요) 자체가 낮아지면 중국 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내어 줄수 밖에 없다.

영국 보다폰⋅브리티시텔레콤, 일본 NTT도코모⋅KDI, 대만 중화통신 등이 곧바로 화웨이 스마트폰 출시 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부품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재 조치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화웨이 스마트폰은 중국 내수용 제품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