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제 3국 반도체, 대(對) 화웨이 수출 제한 검토"
현실화 될 지 미지수..."행정부 내 반대도 많아"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에 미국산(産) 장비로 생산된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해당 내용을 부인하는 듯한 글을 올리면서 안심하는 분위기지만 불안감이 완전 가시지는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등 업황에 부정적 요인이 도사린 상태라는 점에서 향후 규제가 현실화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화웨이의 기린(Kirin) 프로세서. /화웨이 제공
▲화웨이의 기린(Kirin) 프로세서. 그동안 화웨이가 일부 반도체를 자급할 수 있었던 것은 대만 TSMC가 위탁생산을 담당해줬기 때문이다. /화웨이 제공

WSJ “미국 장비로 생산된 반도체 수출 제한 검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새로운 수출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무부가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 이 규제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업체가 미국산 장비로 생산한 제품을 화웨이에 수출할 경우, 라이선스(허가)를 얻어야 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반도체 장비의 직접적인 수출은 물론, 그 장비로 생산된 생산물까지 직접 규제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나온 어떤 규제보다 강력하다.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점유율 1위(44.7%, KOTRA)다. 특히 증착⋅식각⋅확산⋅검사 등 일부 공정 장비 중 독점 품목도 즐비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사실상 모든 반도체 회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이는 미국 및 일부 동맹국 기업의 화웨이 거래를 제한했던 지난해 방침에서 정도가 한층 심화됐다. 화웨이가 ‘기린’ 시리즈 처럼 일부 핵심 반도체를 자급할 수 있는 있는 것은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위탁생산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규제가 현실화되면 더 이상 TSMC가 화웨이용 반도체를 위탁생산해주기 어려워진다. TSMC 팹 역시 미국 업체들 장비로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도 화웨이 수출이 제한된다. 전 세계 어떤 반도체 회사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KLA 없이는 라인 구축이 불가능하다.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현황. /자료=KOTRA
미국 반도체 장비 수출 현황. /자료=미국 통계청

또 이번 규제안에는 제 3국 업체라도 미국산 부품을 10% 이상 사용해 화웨이에 판매하면 미국산에 대한 ‘재수출’로 간주해 규제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25%에서 한층 강화된 것으로, 10% 기준은 이란⋅북한 등 적성국에만 적용하던 기준이다(KIPOST 2019년 5월 21일자 <年 83조원 부품 구매한 화웨이, 미국 외 부품도 수급난> 참조). 

다만 이상의 방안이 현실화 될 수 있을지는 보도한 WSJ도 확신하지 않고 있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 규제 강화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WSJ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보도를 부인하는 듯한 내용을 업데이트 했다. 그는 "우리는 (상대가) 우리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서 "그것은 주문이 다른 곳으로 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예를 들어, 나는 중국이 세계에서 최상인 우리의 제트 엔진을 사는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이나 화웨이 제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對) 중국 수출 제한은 강화할 뜻이 없음을 밝힌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COVID-19가 글로벌 공급은 물론 수요까지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또 강화된다면 업황 반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밖에 없다”며 “미국 행정부의 제재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윗. /자료=트위터
트럼프 대통령 트윗. /자료=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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