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月, 3개월간 시생산하며 본격 양산 준비
"폭스콘 노동자 복귀율 60% 미만 추정"

스마트폰 생산 기능을 동아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애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 업체 중 하나다. 오는 4월 예정됐던 저가형 모델 ‘아이폰SE2(가칭)’ 출시는 연기가 불가피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을 플래그십 모델 출시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그간의 생산 관례를 감안하면, 5월 이내에 서플라이체인이 정상화돼야 예년처럼 아이폰 차기작 출시가 가능하다.

애플이 지난 2016년 출시한 '아이폰SE'. 4인치대 LCD를 탑재했다. /사진=애플
애플이 지난 2016년 출시한 '아이폰SE'. 4인치대 LCD를 탑재했다. /사진=애플

5월 시생산 돌입, 8월 대규모 양산 시작

 

지난해 애플은 9월 11일(현지시간) ‘아이폰11’ 시리즈를 발표하고 20일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를 위한 초도 생산은 이보다 훨씬 일찍 착수한다. 부품마다 차이는 있으나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서플라이체인이 긴 품목들은 5월부터 시생산에 들어간다. 

통상 5~7월 3개월간 300만개 안팎의 물량을 생산하면서, 병목이 되는 공정이나 소재⋅부품 수급을 해소한다. 이 기간 생산량 자체는 많지 않지만, 향후 양산 스케줄을 확정하고 각 협력사가 대규모 생산체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이 3개월이 매우 중요하다. 신모델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는 7월 말부터다.

애플로서는 가을 출시될 플래그십 아이폰 차기작 출시를 위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5월 안에는 반드시 종식돼야 하는 셈이다. 한 부품 업체 임원은 “5월은 아이폰 차기작 생산에 대한 모든 결정이 끝나는 시점”이라며 “정상화가 5월에서 한 달 연기되면 출시 역시 그 기간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대만 등 애플 서플라이체인에 겹쳐 있는 국가들의 정상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폭스콘 선전 생산공장 전경. 애플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로 성장한 폭스콘이 전기차 분야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폭스콘
폭스콘 선전 생산공장 전경. 스마트폰 조립 공정은 아직 사람의 손을 많이 탄다. /사진=폭스콘

아이폰 조립을 담당하는 폭스콘은 일터로 조기 복귀하는 직원들에게 3000위안(약 50만원)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지만, 아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주 폭스콘 공식적으로는 “약 30% 정도 일손이 부족하다”고 밝혔으나 실제 노동자 복귀율은 40~60%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지난 10일 춘제연휴 종료 직후 복귀율 10%에서 개선된 게 이 정도다.

중국 부품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일부 지역에서는 성 외 출입 자체를 막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산 자동화가 미진한 탓에 인력 의존도가 높은 조립 공정 업체들 모두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아이폰SE2, 출시 미뤄질 듯

 

이 때문에 애플이 올 2분기 중 판매할 계획이던 저가형 모델 ‘아이폰SE2’는 출시 연기가 불가피하다. 

아이폰SE 시리즈는 애플이 지난 2016년 처음 선보였다. 플래그십 모델 대비 절반 이하 가격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출시됐지만, 작은 사이즈의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층에게도 의외의 호응을 얻었다.

애플은 당초 올해 3월 아이폰SE의 후속 모델을 발표하고, 4월 중 본격 판매할 계획이었다. 아이폰SE 후속 모델에는 4.7인치 크기의 LCD가 탑재되며, 이는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샤프가 복수로 공급한다. 3GB 램, 지문인식 등 플래그십 대비 다소 낮은 부품이 채용될 계획이나, 399달러라는 가격과 애플 브랜드를 감안하면 ‘가성비’는 높은 편이다.

지난 2012년 폭스콘을 방문한 팀 쿡 애플 CEO. /사진=폭스콘
지난 2012년 폭스콘을 방문한 팀 쿡 애플 CEO. /사진=폭스콘

그러나 현재 아이폰SE 후속 모델은 출시 시기가 불투명하다. 2월 본격 조립에 착수해야 할 폭스콘 정저우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17일 애플이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아이폰SW 후속 출시 연기에 따른 영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폰SE2 출시가 늦어지면, 플래그십 모델 판매 시기와 일정이 겹친다는 점에서 애플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애플 분석가로 유명한 밍치궈 TF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이폰 생산량이 2분기에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폰의 카메라 렌즈 제조사의 제품 공급량이 지난 한달간 크게 줄었다”며 “카메라 렌즈 재고가 약 한달 분량이 남았는데 대량생산은 5월이 돼야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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