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를 기지국처럼… 트래픽도 증가

컴퓨팅 시대에 ‘제5의 물결’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Arm은 ‘제5의 물결’을 데이터의 수집과 전송, 처리가 모두 변화·발전하는 데이터 중심의 컴퓨팅으로 정의했다.

 

▲Arm이 정의한 ‘제5의 물결’, 데이터 중심 컴퓨팅은 엣지(Edge) 단말 및 사물인터넷(IoT)에서 모은 데이터가 5G로 오가고, 인공지능(AI)으로 처리되는 것을 뜻한다./Arm
▲Arm이 정의한 ‘제5의 물결’./Arm

데이터 중심 컴퓨팅 시대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통해 모인 데이터가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빠르게 오가고 인공지능(AI)으로 처리된다. IoT, 5G, AI 모두 반드시 메모리가 필요하다.

전편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및 IT기업을 중심으로 한 AI 서버 수요를 알아봤다면 이번 편에서는 5G에 대한 이동통신 업계 및 스마트폰 제조업계의 메모리 수요를 짚어본다.

 

5G 상용화 코앞… 설비투자 시작

 

내년 5G 비독립형(NSA) 규격이 상용화된다. 세계 각국 이동통신사는 올해부터 5G 통신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미국 및 중국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주요 도시에 시범 기지국 등을 세웠다. 국내 이동통신 3사도 이달 내로 장비 공급 업체를 선정, 연말부터 설비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세계 주요 국가 및 이동통신사의 5G NSA 로드맵. EU에서는 5G-PPP를 세워 5G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KIPOST
▲세계 주요 국가 및 이동통신사의 5G NSA 로드맵. EU에서는 5G-PPP를 세워 5G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KIPOST

이번 5G 투자는 전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 기존에는 대형 기지국, 중계기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진행됐지만 이번엔 데이터센터와 소프트웨어도 포함된다.

기지국 대신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SDDC)를 세워 기지국의 일부 기능을 서버가 하게 하고, 이를 각 사용처별로 세분화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여기에 지역 기지국, 무선 중계기에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까지 적용하려 하고 있다.

즉, 5G를 위한 서버는 단순히 네트워크 기능만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컴퓨팅 기능까지 포함해야한다.

최대 20Gbps에 달하는 5G의 초당 데이터 전송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메모리의 성능 또한 강화해야한다. CPU 플랫폼이 지원하는 D램은 DDR4 DIMM으로 한정돼있다.

 

▲SKT의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 비전 ‘코스모스(COSMOS)’에는 AI 기능이 적용된 서버와 올플래시스토리지, 연산 가속기 등이 포함된다./SKT
▲SKT의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 비전 ‘코스모스(COSMOS)’에는 AI 기능이 적용된 서버와 올플래시스토리지, 연산 가속기 등이 포함된다./SKT

SKT가 제시한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에는 지능형 운영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인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서버에 연산 가속기와 고성능 SSD까지 포함돼있다.

가속기에는 고속 그래픽D램(GDDR)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내장된다. 둘 중에서는 HBM의 선호도가 높다. 170~200달러 정도로 GDDR5보다 3~4배 비싸지만, 초당 데이터 처리량이 10배 정도 많고  전력소모량은 더 적기 때문이다.

 

▲그래픽D램(GDDR) 제품군과 HBM2 성능 비교./KIPOST
▲그래픽D램(GDDR) 제품군과 HBM2 성능 비교./KIPOST

SSD는 NVMe SSD가 랙 하나에 어레이 형태로 여러 개 꽂혀 내장된다. 5G는 1㎢ 면적에서 최대 100만개의 기기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면적에서 10만대 기기를 지원했던 4G 때는 1초당 최대 12.5TB 용량만 전송할 수 있으면 됐다.

100만개 기기에서 각각 데이터가 나온다면 적어도 1초당 2500TB 용량이 오간다. 적어도 20TB SSD 125개가 있어야 모든 데이터를 제 속도로 저장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TBR은 올해부터 2022년까지 이동통신사들의 5G 설비투자가 총 152억달러(약 17조1699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은 10억달러(약 1조1294억원)로, 5G 표준화가 완료되는 2020년 이후부터 투자액은 급증한다.

내년 투자액을 10억달러 중 3분의1만 서버라고 해도 3억달러(3390억원)다. 2만5000달러 짜리 중급 서버만 구축한다면 1만2000대 분량이다.

서버 1대에 인텔 ‘펄리’ 플랫폼(DDR4 DIMM×12) , 20TB SSD 1개, 8GB HBM2를 내장한 자일링스 프로그래머블(FPGA) 연산 가속기 1개만 넣는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메모리 양은 다음과 같다.

 

▲5G 서버당 필요 메모리 수량./KIPOST
▲5G 서버당 필요 메모리 수량./KIPOST

 

데이터 속도가 빨라지면 사용량도, 반응속도도 증가한다

 

2G에서 3G로 넘어오고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350배 늘었다. 2012년 4G 상용 서비스가 시작, 보급되면서 2015년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은 2010년의 18배가 됐다. 지난해 월 데이터 사용량은 10EB로 4년 전보다 10배 증가했다.

이 추이는 5G에서도 계속된다. 에릭슨은 5G가 상용화되면 4K·8K UHD,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콘텐츠가 늘어나 2023년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현재보다 8배 늘어날 것으로 봤다.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 증가 추이./시스코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 증가 추이./시스코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면 기기에 내장된 메모리의 실시간 데이터 처리량도 늘려야 사용자들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실시간 데이터 처리량은 내장된 저전력D램(LPDDR) 성능에 의해 좌우된다.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램은 LPDDR4x다. LPDDR4x는 4266Mb/s 속도로 동작한다. 삼성전자의 1y나노 16Gb D램 4개로 8GB 패키지를 구성하면 초당 34.1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4G와 5G의 주요 성능 비교./ITU
▲4G와 5G의 주요 성능 비교./ITU

5G의 사용자 체감 속도는 최대 1Gbps로 4G보다 100배 빠르다. LPDDR4x 패키지의 용량을 늘리거나 차세대 규격인 LPDDR5를 쓰는 게 더 효율적이다. LPDDR5의 동작 속도는 6400Mb/s로, LPDDR4x보다 1.5배 빠르다. 8Gb짜리 8개(8GB)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하면 초당 51.2GB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갤럭시S9에 4GB 용량의 D램을 채용했던 삼성전자 또한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5G 태블릿에 6GB D램를 집어넣었다.

낸드 용량도 늘어나야한다. 애플은 2G 이동통신을 지원하던 ‘아이폰2G’에서 3G를 쓰는 ‘아이폰3G’로 넘어갈 때 저장 용량의 최저치를 4GB에서 8GB로 올렸고, 3G(아이폰4S)에서 LTE(아이폰5)로 갈 때도 최저 용량을 8GB에서 16GB로 높였다. 현재 애플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최저 용량은 64GB다.

5G 스마트폰 출시는 내년부터다. 내년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S10(가칭) 제품군 중 하나를 5G로 내놓고, LG전자가 미국 스프린트의 고객사들을 위한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화웨이도 내년 중순 5G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했다.

지난 2011년 4G LTE가 상용화된 다음해 출하된 4G 모바일 기기는 1358만2000대. 전체 모바일 기기 출하량(7억2200만대)의 0.02%였다. 내년 모바일 기기 출하량을 15억대로 잡으면 0.02%는 300만대다.

각 기기에 8GB LPDDR5와 512Gb 낸드 2개로 구성된 128GB eUFS가 내장된다고 치면 8Gb LPDDR5 2400만개와 64단 512Gb 600만개가 필요하다. 각 300㎜ 웨이퍼 2만4000장, 1만1000장 분이다.

정리하자면 이동통신 업계의 5G 투자와 5G 스마트폰에 대한 메모리만 300㎜ 기준 D램 4만2000장, 낸드 3만2000장 분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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