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kipost.net)] 이재용 부회장 3세 경영 체제에 본격 돌입한 삼성 그룹이 전자 계열사 재편에 다시 시동걸고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및 사업부를 잇따라 매각하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단행한 바 있다. 올 들어서는 전자계열사 재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삼성SDI와 삼성전기 합병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두 회사는 합병을 염두에 두고 조직 슬림화 및 현금 확보에 주력해왔다. 상당수 투자업계 및 산업계 관계자들은 삼성SDI가 삼성전기를 흡수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재편은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하고,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사업적인 관점에서 그룹 재편을 단행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삼성전자의 자동차 및 전장부품 시장 진출이다. 

 

과연 삼성전자는 도요타・폴크스바겐그룹 같은 거대 완성차 업체와 구글・애플 등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기회를 잡아 안착할 수 있을까. 

 

 

이재용의 삼성 그룹, 이제와서 왜 자동차인가? 

 

삼성 그룹에서 삼성전자의 역할과 비중은 절대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3세 경영을 안착시키려면 무엇보다 경영자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이끌어가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 주력  사업은 스마트폰・반도체・TV・가전 등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지난 몇 년간 삼성전자 성장을 견인해왔지만, 지난해부터 애플의 초격차 전략과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에 성장률이 급속도로 둔화됐다. TV와 가전 사업은 치열한 경쟁 탓에 낮은 수익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가 스마트폰 사업 성장 둔화 충격을 보완해줬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시장 진출 선언이 잇따르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성장 동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점차 전자화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삼성전자에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친환경차 중심으로 자동차 시장이 재편되는 추세다. 

 

이재용 부회장이 3세 경영자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하는 차원에서도 자동차는 매력적이다. 선대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 성공으로 2세 경영자 자리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3세 경영자로서 인상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자동차 및 전장 부품 사업을 성공시킨다면  경영자로서 능력을 입증하고, 3세 경영자로서의 명분도 획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사업은 선대 이건희 회장도 이루지 못했던 ‘미완의 꿈’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 시절 야심차게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지만, 소재부품 공급망(SCM) 확보에 실패해 사업을 접은 뼈 아픈 기억이 있다. 

 

3만여개에 달하는 소재부품을 조달하려면 탄탄한 후방 SCM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차 등 기존 플레이어들의 견제가 결정적이었다. 유통 시장에서도 현대차 등 기존 자동차 업체들의 방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자동차 사업 실패는 이건희 회장 재임 기간 중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손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은 선대도 달성하지 못한 자동차 사업의 꿈을 실현시킨다는 포부다. 

 

 

▲ 이재용 부회장/ 자료: 삼성전자 제공

 

자동차 시장 구도는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에는 자동차 업체들의 견제가 심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삼성전자와 협력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SCM을 구축해본 애플・구글도 자율주행 기술로 자동차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보쉬・컨티넨탈 등 자율주행차 기술이 완성차보다 뛰어난 업체들이 IT 업체와 적극적인 협력을 펼치고 있다. 

 

결국 불발로 끝났지만, 구글-포드 합작 프로젝트처럼 합종연횡은 앞으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이익률이 낮은 완성차 업체들은 애플・구글・삼성전자같은 IT기업에 위탁생산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 

 

향후 주도권 경쟁이 완성차나 IT 기업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삼성전자처럼 반도체와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무라타・알프스・니덱 등 전자에서 자동차 전장으로 사업구조를 바꾼 일본 업체를 벤치마킹해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구사한다면 얼마든지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 2014년 오픈오토모티브얼라이언스(OAA)를 발족했다.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과 협력해 차세대 자동차를 개발하려는 목적이다. 여기에 참여한 기업은 구글이 제공하는 차량용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무상으로 쓸 수 있다. 삼성전자처럼 전장부품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한 기업은 훨씬 유리하다. 

 


삼성전자 자동차 사업의 시작, 전장 사업팀...향후 그룹 자동차 및 전장 사업 컨트롤 타워 확대 

 

삼성전자는 최근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전사조직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박종환 부사장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전장사업팀은 아직 명확한 실체가 없다. 하지만 향후 삼성전자 자동차 및 전장 부품 사업이 본격화될 때까지 연구개발(R&D)・영업・전략 기획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이 어느 정도 무르익은 2020년께 사업부로 격상될 가능성도 높다. 

전장사업팀을 맡은 박 부사장은 지난 1995년 삼성자동차에 파견됐던 인물로 그룹 내에서 자동차 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까지 생활가전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와 모터를 담당해 전기차 부품과 관련성도 높다. 

 

당장 전기차 등 완제품에 진출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전장 관련 소재부품 기술을 축적하면서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그룹은 배터리(삼성SDI), 카메라/모터(삼성전기), 센서 및 제어 반도체(삼성전자 DS) 등 핵심 부품을 전기차에 당장 적용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팀을 꾸린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자동차를 선점하려면 가장 중요한 기술이 반도체라고 판단한 셈이다.

 

미국에서는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기기가 바퀴달린 스마트폰으로 비유되곤 한다. 즉 스마트폰처럼 운용체제(OS)-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전체 시스템에 이르는 개발 프로세스가 필요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당장 차세대 자동차에 타이젠 등 자사 OS를 적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구글같은 오픈 OS 업체와 손잡고 협력한다면 AP-시스템 설계 영역은 충분히 선점할 수 있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에는 엔비디아 AP가 쓰인다. 퀄컴・인텔 등 반도체 업체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AP뿐 아니라 메모리카메라・2차 전지 등 상당 부분의 자동차 하드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존 반도체 설계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이다.  

LG그룹처럼 전기차 부품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고 해도 AP가 없다면, 반도체-시스템 설계 업체에 끌려다닐 위험이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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