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EUV 양산 첫 주자 가능성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1세대 공정에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TSMC와 동일하게 기존 액침(Immersion) 아르곤(ArF) 장비로 구성하기로 결졍했다. 




AMD의 에픽(EPYC) 프로세서(APU)를 TSMC와 동시 수주하기 위해서다. (▶️AMD 칩 동시 주문받은 글로벌파운드리 참고)


글로벌파운드리는 인텔이나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당초 EUV 노광 기술을 일부분 도입, 7나노 공정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당초 업계는 AMD가 베가(Vega) 그래픽프로세서(GPU)는 TSMC에, 에픽 프로세서는 글로벌파운드리에 맡길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계획을 바꾼 이유는 전방 시장 수요와 투자 부담 때문이다. 애플, 퀄컴 등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TSMC 7나노 공정에서 양산하는데다, EUV 제반 기술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당장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치열한 수주전, GF 고객사 이탈 막기 안간힘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은 TSMC,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인텔 4파전으로 좁혀졌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금 집행, 투자에 따른 생산능력 증가 등으로 수주전은 여전히 치열하다. 


AMD는 지난해 TSMC가 출시한 7나노 공정 디자인 키트(PDK)를 기반으로 GPU 설계 최적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TSMC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7나노 공정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파운드리의 7나노 1세대 버전(ver1.0) PDK는 아직도 출시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라이젠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 


글로벌파운드리 입장에서도 AMD를 제외하면 대형 고객사는 기술 협력 관계인 IBM 한 곳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주문형 반도체(ASIC)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고가의 7나노 공정을 활용, 대량 생산을 맡기는 고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라이젠’ 프로세서로 겨우 경쟁력을 되찾은 AMD 입장에서는 위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인텔도 가장 큰 경쟁사인 인텔이 내년 10나노 공정에서 차세대 CPU ‘캐논레이크’를 양산하겠다고 나서면서 생산 일정을 늦추기도 어려워졌다.



GF 빠지면서… 삼성 EUV 첫 양산 기대  


반도체 미세회로의 기준점은 트랜지스터 소자 내 게이트의 최소 폭(Gate length)이다. 


이 기준점이 같아도, 업체별 제조 기법에 따라 SRAM 셀의 면적이나 채널 간 거리(fin pitch), 게이트 간 거리(gate pitch), 배선 간격(Metal pitch) 등이 다르다.


▲반도체 제조사별 첨단 공정 성능 차이. 삼성전자 및 글로벌파운드리는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도입한 7나노 공정 기준으로 비교했다. 인텔은 5나노부터 EUV를 도입할 계획이다./각 사, KIPOST 취합


때문에 같은 7나노 공정이라도 두 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각각 다른 성능을 낼 확률이 높다.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기려면 각 업체가 제공하는 공정 디자인 키트(PDK)에 따라 제품 설계를 최적화해야한다. 이제 막 ‘라이젠’으로 프로세서 시장에서 경쟁력을 되찾은 AMD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생산 능력 측면에서도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 두 업체의 차이는 확연하다. EUV 노광에 대한 제반 기술 발전이 더뎌지면서 글로벌파운드리가 설비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했기 때문이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신규 생산시설을 세우는 대신 뉴욕 팹8(Fab 8)에서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바탕으로 7나노 공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팹8의 생산량(Capacity)은 300㎜ 웨이퍼 기준 월 6만장으로, 기존 라인에 일부 보완 투자가 집행돼 현재는 이보다 20% 늘어난 7만2000장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까지 팹8에는 4대의 EUV 스캐너(Scanner)가 구축될 예정이다.


TSMC의 7나노 공정은 팹12 및 팹15에서 진행된다. 팹12에 구축된 생산 라인은 연구개발(R&D)용이지만, 두 팹 모두 월 10만장 이상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다. 


정확한 7나노 생산량은 추정하기 어렵지만 올해 이 회사가 예상하는 테이프아웃(Tape-out·테스트 칩 검증) 고객사만 50여곳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펠리클, 계측, 테스트 등 제반 기술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글로벌파운드리가 신규 설비 투자를 할 것이라 내다본다.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한 최첨단 공정은 기술이 안정화될까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대신 28나노, 40나노 등 안정화된 공정에 집중, 급증하고 있는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 글로벌파운드리는 중국 청두에 40나노~22나노 완전공핍형 실리콘 온 인슐레이터(FD-SOI) 생산 공장을 세우고 있다. 향후 12나노 FD-SOI(12FDX) 공정까지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EUV 없는 7나노 공정은 이미 TSMC에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이라며 “글로벌파운드리가 EUV 없이 7나노 1세대 공정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EUV를 활용한 첫 양산 업체는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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