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황 및 파운드리 업계 판도 고려
세미파이브, IPO 작업은 지속

/자료=세미파이브
/자료=세미파이브

두산그룹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세미파이브를 인수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반도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에도 불구하고 시황과 파운드리 업계 판도를 감안하면 인수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두산그룹 이사회가 세미파이브 지분 인수 계약을 부결시켰다”며 “인수 시기나 조건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관련 계획이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두산그룹이 최근 반도체 업계 시황을 고려해 인수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안다”며 “세미파이브는 두산그룹과 관계 없이 IPO(기업공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테스나를 통해 미국 사이파이브가 보유한 세미파이브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해왔다. 사이파이브는 세미파이브 지분 17.8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양측은 이미 한두달 전쯤 SPA(주주간매매계약)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번에 두산 이사회가 관련 계약에 비토를 놓으면서 세미파이브 인수건은 없던 일이 됐다. 

두산그룹이 세미파이브 인수 작업을 중단한 건 최근 전반적인 반도체 시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반도체, 특히 HBM(고대역메모리)을 중심으로 호황 사이클 상에 있지만 AI(인공지능)를 제외한 레거시 시장까지 훈풍이 불지는 않고 있다. 근래에는 HBM조차 ‘피크아웃(정점 이후 하락)' 주장이 설파되고 있다.

특히나 세미파이브 성장성의 바로미터가 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세미파이브 고객사인 팹리스들 입장에서 보면, 결국 파운드리를 먼저 선택한 이후 소속 디자인하우스를 고르게 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점유율 위축은 세미파이브를 비롯한 삼성전자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 소속 디자인하우스 전체의 성장 제약을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장/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장/삼성전자 제공

TSMC는 여전히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 초중반에서 답보 상태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라인은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완공이 지연되는 등 추가 악재도 산적하다. DSP 산하 디자인하우스 중 상장사인 가온칩스⋅에이디테크놀러지 시가총액이 연초 대비 절반 이하로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 사이파이브가 보유한 세미파이브 지분 전량(17.89%)을 인수하려면 최소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 인수 주체인 두산테스나 차원에서 부담되는 금액이다.

한편 세미파이브는 최대주주 변경 이슈와 무관하게 IPO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내년 상장을 목표로 올해 초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바 있다. 두산그룹이 최대주주가 됐었다면 향후 IPO 과정에서 흥행에 뒷받침이 됐을 수 있다. 그러나 딜이 무산됨으로써 IPO 흥행 여부는 전적으로 세미파이브 성장성을 스스로 증명해내는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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