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작업 앞두고 친정 체제 강화
전임 류수정 대표는 합병 발표 5일만에 사임

리벨리온과의 합병을 결정한 사피온이 하민용 SK텔레콤 GSO(글로벌솔루션오피스) 담당을 사피온코리아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본격적인 합병 작업을 앞두고 SK텔레콤⋅스퀘어의 재무⋅전략 ‘C레벨’들이 전진 배치되는 모양새다. 

사피온코리아는 17일 공시를 통해 하민용 SK텔레콤 GSO를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하민용  대표는 원래도 사피온코리아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었으며, 이번에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그는 CDO(최고사업개발책임자)로서 SK텔레콤에서 엑스칼리버(동물 엑스레이 AI 판독), IDQ(양자난수암호) 등 비통신 신사업을 총괄하 바 있다. 

하 대표 외에는 박경 SK하이닉스 시스템아키텍처 담당,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 담당(CFO), 이원요 SK스퀘어 포트폴리오전략담당이 각각 사피온코리아 기타비상무이사로 새로 선임됐다. 

앞서 사피온코리아를 이끌었던 류수정 전 대표는 지난달 17일자로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피온이 리벨리온과 합병을 발표한 지 5일만이다. 류 대표는 사피온⋅리벨리온의 합병 논의에 배제됨으로써 양사 합병 발표 직후 사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달 합병 발표 후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피온⋅리벨리온은 합병 비율에 대한 양측 주주들 이견 탓에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피온의 주요 주주는 ▲SK텔레콤(62.5%) ▲SK하이닉스(25%) ▲SK스퀘어(12.5%) 등이며, 리벨리온 주요 주주는 ▲KT(13%)를 비롯해 다수의 사모펀드로 이뤄져 있다. 

이전까지 투자 라운드를 통해 사피온은 5000억원, 리벨리온은 88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에 사피온 1대 리벨리온 2 수준의 합병 비율을 각 주주들에게 제시했으나,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사피온 측에서는 기존 투자 라운드 대비 낮게 평가된 합병 비율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리벨리온 주주측에서는 미래 성장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가치 평가라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합병 논의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으며, 리벨리온은 합병이 성사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IPO(기업공개) 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합병에 리벨리온 보다는 사피온측이 좀 더 적극적이고, 주주 구성상 사피온쪽이 중지를 모으기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합병비율에서 일부 양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이번 합병은 사피온의 제안에 리벨리온이 응한 것이므로 협상의 주도권은 리벨리온이 쥐고 있다”며 “협상 막바지에는 사피온측의 양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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