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솔루스 70%대 대비 현저히 낮아
가동률 낮춰 재고 축소한 듯
SKC, 국내 일감 말레이시아로 이전...희망퇴직도

중국발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국내 2차전지 동박 제조사들 가동률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 특히 SKC의 동박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1분기 가동률이 30%대까지 재차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적어도 오는 2027년까지는 지금의 공급과잉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SKC는 향후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사진=SK넥실리스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사진=SK넥실리스

 

SK온-포드 비중 높은 SKC, 가동률 급전직하

 

16일 SKC가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분기에 33.5%의 전지박 라인 가동률을 기록했다. SKC의 동박 사업은 자회사 SK넥실리스가 영위하고 있으며 2차전지에 들어가는 전지박과 FCCL(연성동박적층판)용 회로박을 메인으로 생산한다. 1분기 회로박 가동률은 42.8%로 전지박 보다는 높았다. 

SKC의 전지박 가동률은 지난해 평균인 54.7%보다 재차 낮아진 수준이다. SKC와 더불어 국내 동박 3사를 구성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가 각각 79.8%, 74.7%의 가동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3사 모두 배터리 산업 초호황이었던 2022년 대비해서는 가동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SKC만 유독 더 저조한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SKC의 재고 축소 노력과 함께 편중된 고객사 기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기준 SKC의 재고자산은 2755억원으로, 작년 말 3329억원 대비 17% 감소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5091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로 재고가 축소된 것이다. 

이에 비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는 작년 연말 대비 1분기 재고가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동박 3사 중 감산을 통해 재고 수준을 축소한 회사는 SKC가 유일하다. 

재고를 타이트하게 유지한다는 건 비용 절감 측면도 있지만 미래 영업 전망을 좋지 않게 본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SKC의 동박 부분 최대 고객사는 SK온이며, SK온은 북미 사업에서 포드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포드는 최근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되고 관련 부문 손실이 늘어나자 전기차 전환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포드는 11만6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동안 이 부문에서만 47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기차 1대를 팔 때마다 4만달러(약 5400만원)를 손해본 셈이다. 이 숫자는 올해 1분기 13만2000달러까지 확대됐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투자는 증가하는데 출하량은 그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 예정인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출시 시기를 당초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늦춘다고 발표했다. 또 미국 테네시 블루오벌 시티 캠퍼스에서 생산 예정이던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 생산 개시 시점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미룬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방산업 내 주요 고객사들의 영업 상황이 꺾인 탓에 SKC로서는 공격적으로 재고를 늘려가며 생산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다. 한 배터리 산업 전문가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와 비교하면 SKC의 특정 고객사 편중이 심하다”며 “이 때문에 같은 산업군 내에서도 특히 사정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동박, 2027년까지는 공급과잉

 

고객사 수요 측면은 물론 공급 측면에서도 동박 산업의 전반적인 업황 역시 좋지 않다. 국내 3사 뿐 아니라 중국 동박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지난 2022년을 끝으로 동박 시장은 극심한 공급과잉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글로벌 동박 수요는 54만톤 정도로 추정되나, 전 세계 공급능력은 66만톤에 달한다. 수요 대비 공급이 12만톤 많다. 

/자료=유안타증권
/자료=유안타증권

수급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박 스프레드(동박 가격-구리 가격)는 지난해 톤당 6000달러선이 깨졌다. 업계가 추정하는 올해 동박 스프레드는 5404달러, 내년은 5300달러다. 한창 업황이 좋던 2022년에는 6600달러가 넘었다. 스프레드는 말 그대로 원재료 가격만을 비교한 것이므로, 스프레드가 양수(+)라고 해서 반드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산에 따르는 감가상각비와 판매관리비 등을 제해야 한다. 

SKC로서는 스프레드 외에 손익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비용 요소를 절감하는 것만이 최근의 업황을 극복하는 방안이다. 최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SKC는 비용 구조가 나쁜 전라북도 정읍 공장의 일감을 신설된 말레이시아로 옮기겠고 밝혔다. 동박 생산에는 인건비와 전기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말레이시아가 이 측면에서 유리하다. 

대신 정읍 공장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마더 라인(Mother Line)’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SKC는 이 밖에 SK넥실리스 차원에서 이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SK넥실리스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건 지난 2020년 SK그룹에 인수된 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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