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 라이선스에 FSD 칩과 소프트웨어 필요
OEM, 라이선스 위해서는 레거시 버려야

최근 커넥티드카 업계 화두는 테슬라 ‘FSD’의 솔루션화다. 기존에 테슬라 전기차만을 위해 사용됐던 FSD를 다른 OEM(완성차업체)에 개방하겠다는 게 테슬라의 방침이다. 

아직 성사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실제 타 OEM이 FSD를 채택한다면 스마트폰 산업에서 퀄컴과 안드로이드 연합이 탄생하는 것에 비할 수 있다. 

테슬라의 EE아키텍처 'HW4'. 가운데 은색의 큰 반도체 두 개가 FSD ECU다. /사진=세미애널리시스
테슬라의 EE아키텍처 'HW4'. 가운데 은색의 큰 반도체 두 개가 FSD ECU다. /사진=세미애널리시스

 

테슬라, FSD 라이선스 선언

 

최근 테슬라는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FSD를 다른 OEM에 라이선스 하겠다”며 “이미 OEM들과 라이선스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제 다른 브랜드에서 생산한 차에서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FSD를 라이선스 한다는 건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포팅해 제 3의 ECU(전자제어장치)에서 구동하게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FSD는 완전 자율주행을 뜻하는 ‘Full Self Driving’의 줄임말이지만, 실상 테슬라의 ECU(전자제어장치) 자체를 의미한다.

테슬라는 창업 초기부터 중앙집중화 된 EE(전기전자) 아키텍처를 추구했으며, 이를 구현하는 핵심이 FSD라는 ECU 칩이다. 원래 모빌아이⋅엔비디아가 생산한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칩을 사용하다가 지난 2019년 처음 FSD 1세대 칩이 나왔다. 올해 상반기 2세대 칩인 ‘FSD2’가 적용되기 시작했다(KIPOST 2023년 7월 14일자 <테슬라 FSD2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5nm로 생산> 참조).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 FSD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가 연동되어 구현한다. 도로 주행 상황을 판단하고 자동차를 적절하게 운전하는데 필요한 의사결정을 소프트웨어가 내리는데, 그 토대가 FSD의 연산능력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만 따로 포팅해서는 관련 기능을 원활하게 처리하는 게 불가능하다. 

테슬라 상용트럭 '세미'. /사진=테슬라
테슬라 상용트럭 '세미'. /사진=테슬라

따라서 FSD를 라이선스 하는 OEM은 테슬라로부터 ECU와 함께 구동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가져다가 자동차를 생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스마트폰 산업으로 치면 퀄컴의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 구글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통합해 공급받는 것과 같다. 제조사는 AP⋅OS를 제외한 다른 부품을 가져다가 디자인적 요소만 더해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된다. 중국의 많은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량 플랫폼 개발사 오토노머스에이투지 한지형 대표는 “FSD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구동하는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들을 한데 모아 놓은 하드웨어”라며 “두 요소가 서로 의존적이기에 하나만 따로 라이선스 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OEM, 파워트레인 회사로 전락 위험

 

OEM 입장에서 테슬라의 FSD를 라이선스 하는건 전략적으로 ‘양날의 검’일 수 밖에 없다.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 ECU는 일부 전자장치를 제어하는 것에 그쳤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시대로 넘어오면서 ECU는 주행은 물론 안전⋅공조⋅엔터테인먼트, 심지어 커머스까지 관장하게 될 핵심 장치가 되었다.

OEM은 테슬라의 FSD를 라이선스 함으로써 고품질 자율주행 기술을 차용할 수 있지만,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잠재적 경쟁사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된다. AP와 OS를 자체 개발하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지는 압도적 포지션과 안드로이드 진영 브랜드의 고만고만한 포지션을 감안하면 그 위험성이 감지된다. 

니오의 배터리 스와핑 스테이션. /사진=니오
니오의 배터리 스와핑 스테이션. /사진=니오

이 때문에 테슬라가 FSD를 개방했지만 실제 이를 라이선스해 쓸 수 있는 회사는 일부 스타트업에 그칠 거란 전망도 있다. 한 자동차 산업 전문가는 “FSD는 자율주행을 구성하는 카메라 개수와 스펙까지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 온 회사들은 그동안의 성과들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초창기 니오나 루시드처럼 파워트레인(배터리 + 모터) 관련 기술만 보유했던 회사라면 FSD를 라이선스 해 전기차를 조기 출시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GM⋅포드 등 전통의 OEM들이 FSD를 라이선스 하기에는 포기해야 하는 자원이 너무 크다. 경쟁사 테슬라에 핵심 전략을 의존하게 되는 점도 리스크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퀄컴은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가 없고, 구글은 ‘레퍼런스’를 보여주기 위해 소량의 스마트폰만 내놓는다”며 “테슬라는 업계 최강자이자 경쟁사라 쉽게 FSD를 받아들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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