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부터 모델3 등 일부 모델에 적용
신규 모델에는 적용 않을 전망

테슬라가 ADB(Adaptive Driving Beam, 지능형 전조등)용 솔루션으로 채택했던 삼성전자의 ‘픽셀LED(PixCell LED)’를 더 이상 확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픽셀LED의 핵심인 플립칩 LED 패키지가 상대적으로 고가인데다 삼성전자에 관련 기술을 의존해야 한다는 한계 때문이다.

여기에 픽셀LED를 쓰지 않아도 ADB를 구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픽셀LED 모듈. /사진=삼성전자
픽셀LED 모듈. /사진=삼성전자

 

테슬라, 기존 모델까지만 픽셀LED 탑재

 

삼성전자 LED사업팀은 지난 2021년 ADB에 특화된 패키지 제품인 픽셀LED를 개발하고, 그해부터 테슬라에 공급해왔다. 테슬라는 이를 2021년형 ‘모델3’, ‘모델Y’, ‘모델S 플레이드’ 등 자사 전기차에 적용해왔다. 

ADB는 전조등 구성하는 광원인 LED를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 이상의 픽셀 형태로 배열해 필요에 따라 특정 영역을 켜고 끌 수 있는 기술이다. 예컨대 차량 통행이 적은 시골길에서 전조등을 상향해 놓고 주행하다가, 맞은편에 차량이 나타나면 상대 차량을 비추는 부분만 끌 수 있다. 넓은 가시거리와 상대차 안전을 모두 고려한 설계다. 

삼성전자가 공급한 픽셀LED는 일반 LED 패키지 대비 ADB 크기를 30~50%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이다. 원래 LED 칩은 리드프레임 위에 LED를 얹고, 디스크리트(Discrete) 방식으로 패키지한다. 이 때문에 패키지와 패키지 사이 거리를 띄어야 하고, 전체 모듈 크기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해 픽셀LED는 LED 칩을 뒤집어 패키지하는 FC-CSP(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 기술이 적용됐다. 패키지 1개 크기가 칩 1개 크기와 동일하고, 패키지 간에 거리를 띄울 필요도 없다. 리드프레임을 쓰는 기존 방식 대비 방열 측면에서도 유리해 방열과 관련한 기구물도 줄이거나 생략할 수 있다. 덕분에 전체 전조등 크기를 축소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테슬라는 ADB를 활용해 일부 문자 메시지를 프로젝션하는 동영상도 공개한 바 있다. 이는 종전 ADB 대비 픽셀LED를 탑재한 ADB가 픽셀간 명암비가 높은 점을 강조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현재까지 출시된 모델까지만 ADB에 삼성전자 픽셀LED를 적용하기로 했다. 새로 출시하는 ‘사이버트럭(픽업)’, ‘테슬라세미(상용트럭)’에는 픽셀LED가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픽셀LED가 탑재된 모델들도 연식변경을 거치면서 픽셀LED에서 기존 디스크리트 LED로 교체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테슬라가 픽셀LED를 확대 적용하지 않기로 LED사업팀에 통보해왔다”며 “이미 픽셀LED가 탑재된 모델들도 연식변경을 통해 기존 방식으로 되돌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ADB를 프로젝터 삼아 문자 메시지를 구현한 모습. 픽셀LED의 높은 명암비 덕분에 가능하다.
ADB를 프로젝터 삼아 문자 메시지를 구현한 모습. 픽셀LED의 높은 명암비 덕분에 가능하다.

 

테슬라, 솔벤더 기피 전략

 

테슬라가 마음을 바꿔 종전에 쓰던 디스크리트 LED로 ADB를 구성하기로 한 건, 소재⋅부품 조달 리스크를 낮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픽셀LED는 삼성전자 LED사업팀을 통해서만 조달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수급이 불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기존 LED 패키지로 돌아가면 중국, 대만 내 다양한 협력사로부터 광원을 공급받을 수 있다.

지난 2020년 말 이후 자동차 회사들의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출고 정체를 겪었다. 특히 레거시 공정 파운드리처럼 글로벌 공급량이 한정돼 있고, 단기에 생산능력을 늘릴 수 없는 품목들이 병목이 됐다. 10달러 안팎의 반도체 한두개 때문에 4만~5만달러짜리 자동차를 출고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테슬라 상용트럭 '세미'. /사진=테슬라
테슬라 상용트럭 '세미'. /사진=테슬라

한 자동차 부품업계 전문가는 “테슬라가 지난 공급망 이슈를 거치면서 특정 기업에 수급을 의존해야 하는 소재⋅부품을 최대한 이원화 하고, 이원화가 불가능하다면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굳이 픽셀LED를 쓰지 않아도 ADB를 구현하는 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종전 디스크리트 LED로 ADB를 만들면 시스템 크기가 두 배쯤 커지는데, 이는 자동차용 부품으로서는 소화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만약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제품이라면 부품 크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가격이나 수급 안정성 강화 이슈보다 중요할 수 있다. 자동차용 전조등은 경박단소화가 가격, 수급 안정성을 뛰어 넘는 요소는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