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산 검증 번번이 실패
노칭 범위, 레이저 소스 바꿔 양산 도입

신뢰성 검증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했던 레이저 노칭(Notching) 장비가 우여곡절 끝에 양산 라인에 안착한다. 노칭은 배터리 극판을 절단한 후 배터리 셀 모양에 맞게 미세 가공하는 과정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노칭은 기존 프레스 방식 대비 소모품 교체 주기가 길어 라인 회전율이 높다. 배터리 업계는 2020년 이후 레이저 노칭 장비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좀처럼 양산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KIPOST 2021년 7월 20일자 <레이저 노칭, '드로스' 때문에 양산 검증 단계서 주춤> 참조).

레이저를 이용해 배터리용 버스바 스트리핑(절연 코팅 제거)을 진행하는 모습. 레이저 장비는 배터리 생산라인 곳곳에 사용된다. /사진=코히어런트
레이저를 이용해 배터리용 버스바 스트리핑(절연 코팅 제거)을 진행하는 모습. 레이저 장비는 배터리 생산라인 곳곳에 사용된다. /사진=코히어런트

LG엔솔, 노칭 범위 바꿔 레이저 장비 도입

 

레이저 장비업체 디이엔티는 지난 21일 공시를 통해 얼티엄셀즈로부터 53억원 규모의 제조장비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얼티엄셀즈는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배터리 셀 합작사다.

이번에 수주한 장비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얼티엄셀즈 1공장 내에 반입된다. 총 2대의 양극용 레이저 노칭장비가 공급되며, 2분기에도 7대의 추가 수주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디이엔티는 지난해 내내 얼티엄셀즈에 레이저 노칭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양산 검증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디이엔티 장비가 활용되는 양극 노칭은 음극 대비 난이도가 높다. 통상 두께가 5μm 안팎인 음극박(구리)에 비해 양극박(알루미늄)은 15μm에 이른다. 

노칭은 배터리 전극을 특정 형태로 따내는 것을 의미한다. /KIPOST
노칭은 배터리 전극을 특정 형태로 따내는 것을 의미한다. /KIPOST

음극박은 도금으로, 양극박은 압연으로 생산하기에 양극박 두께가 훨씬 두꺼운 것이다. 노칭 난이도도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금속박 위에는 활물질(양극박의 경우 NCM 혹은 NCA)이 200μm 두께로 올라간다. 실제 잘라내야 하는 두께는 15μm보다 훨씬 두껍다. 이 때문에 지난해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과 디이엔티의 레이저 노칭 양산 검증은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노칭하는 부위를 바꿔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전극판에서 활물질이 올라가 있는 부분을 유지부, 활물질 없이 금속판만 있는 부분을 무지부라고 한다. 활물질은 금속판 전체에 코팅돼 있는데, 가장자리 부분은 무지부로 남겨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레이저 노칭 장비로 유지부와 무지부를 동시에 잘라내는 방식을 추진했으나, 최근에는 유지부는 남겨 두고 무지부만을 따내는 것으로 공정을 바꿨다. 활물질이 코팅돼 있지 않는 금속박만을 잘라 내는건 유지부를 잘라 내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에 무지부 노칭 방식으로 공정을 바꾸기는 했으나 앞으로 유지부 역시 레이저로 노칭할 수 있게 기술 개발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저 소스 및 공급업체도 변경

 

레이저 노칭 부위가 바뀜에 따라 레이저 소스 공급업체도 변경됐다. 원래 레이저 노칭은 트럼프의 그린레이저를 장착했으나,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도입한 장비에는 코히어런트의 펨토초(Femtosecond) 레이저가 적용됐다. 코히어런트 레이저 소스를 디이엔티가 받아서 장비로 만들고, 이를 LG에너지솔루션(얼티엄셀즈)에 공급하는 구조다.

트럼프의 레이저 커팅 머신. 원래 레어지 노칭 장비의 소스는 트럼프의 그린레이저가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코히어런트의 펨토초 레이저로 바뀌었다. /사진=트럼프
트럼프의 레이저 커팅 머신. 원래 레어지 노칭 장비의 소스는 트럼프의 그린레이저가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코히어런트의 펨토초 레이저로 바뀌었다. /사진=트럼프

펨토초 레이저는 레이저 펄스의 지속시간이 펨토(Femto, 1/1000조)초 단위인 것을 의미한다. 레이저가 워낙 짧은 시간씩 조사되기 때문에 재료에 열적 손상이나 구조 변화를 동반하지 않는다. 다만 레이저의 강도는 펨토초 레이저가 그린 레이저 대비 낮다. 노칭 범위가 유지부에서 무지부로 바뀌면서 레이저 강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한 배터리 장비업체 대표는 “지난해 레이저 노칭 장비가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디이엔티가 한 바탕 소동을 치렀다”며 “이제 양산 라인에 들어간 만큼 기존 프레스 방식을 서서히 밀어낼 것”으로 예상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