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물 반도체, 틈새 시장에서 주력 산업으로
국내 파운드리는 실리콘 기반에 편중 성장

SiC 웨이퍼/자료=인피니언
SiC 웨이퍼/사진=인피니언

세계적인 화합물 반도체 산업 호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실리콘 반도체 대비 미약한 저변 탓에 ‘남의 집 잔치’가 되고 있다. 국내서 화합물 반도체 팹리스도 보기 드물지만 실제 생산을 맡길 파운드리는 100% 해외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화합물 반도체 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틈새 시장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전기차 부상과 함께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 설계 업체들, 파운드리 100% 해외 의존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으로만 이루어진 실리콘 반도체와는 달리 두가지 이상의 원소를 결합한 화합물 웨이퍼를 활용해 생산한다. 대표적인 화합물 반도체로는 SiC(실리콘카바이드)와 GaN(질화갈륨)이 있다. SiC는 고전압을 견디는 내구성과 전력변환의 효율성 덕분에 전기차나 태양광 에너지의 인버터에 사용된다. GaN는 소형화가 가능하고 고속으로 동작하는 특징 때문에 통신장비 등에 활용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화합물반도체 시장(SiC⋅GaN)이 2021년 16억달러, 2025년까지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로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이건재 IBK 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화합물 반도체는 경제성 때문에 시장이 커지지 않았으나 전기차라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시장이 개화되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다”며 “전기차의 2차전지 성숙도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반도체 효율이 항속거리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화합물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 말했다. 

해외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 미국의 크리는 LED(발광다이오드) 업체로 출발해 화합물 반도체 시장에서 파운드리 사업까지 확장했다. 관련 시장에서 확실한 강자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LED 사업부문을 매각하여 확보한 3억달러를 화합물 반도체 부분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해 국내 화합물 반도체 산업 기반은 미약한 편이다. 국내서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해 RF(무선주파수)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로 베렉스⋅ASB⋅프리웰 등이 있으나 글로벌 업체와 비교할 때 규모가 크지 않다. 

생산을 담당할 파운드리 기반은 더 미미하다. 반도체 장비업체 예스티 자회사인 예스파워테크닉스 정도가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북 포항 제조센터에 4인치 SiC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500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아직 국내 화합물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예스파워테크닉스 내부 공정/사진=예스파워테크닉스
예스파워테크닉스 내부 공정/사진=예스파워테크닉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지난 1991년부터 화합물 반도체 연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2인치(InP⋅인듐포스파이드)⋅4인치(GaN)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으나 외부에 개방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의 규모에는 못 미친다. 백용순 ETRI 광무선원천연구본부장은 “3년 뒤 화합물 반도체 파운드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화합물 반도체 팹리스들은 전량 해외 파운드리 업체에 일감을 맡기고 있다. 한 팹리스 임원은 “크리나 대만 윈세미컨덕터 등이 제공하는 파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일감을 맡길 만큼의 라인을 운영하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리콘 반도체에 편향된 국내 파운드리 

국내 파운드리 사업은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파운드리 산업까지 실리콘 웨이퍼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화합물 반도체는 시장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DB하이텍 모두 실리콘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만 제공한다.

산업자원통상부는 2023년 까지 836억원을 들여 화합물 반도체 산업 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분야의 특성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크리의 연간 시설투자 예정액은 5억5000만달러(6000억)이다. 

문재경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은 “화합물 반도체는 정부차원에서 2017년부터 투자를 하고 있었다"며 “최근 화합물 반도체가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투자와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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