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발생량 적어 인버터 등 무게·부피 감소
크리·SK실트론 등 생산 능력 확대 집중

전기차 성능 개선을 위해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확대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비 전력 효율이 좋아 열 발생량이 적고, 인버터의 부피와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혁신 반도체로 꼽히는 SiC 전력반도체가 전기차에 확대 적용될 경우 주행거리 연장 등 차량 성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iC 전력반도체, 실리콘 반도체 대비 고온에서도 정상 작동 가능

SiC 반도체 웨이퍼. /사진=Infineon
SiC 반도체 웨이퍼. /사진=Infineon

SiC 반도체는 기존 반도체 재료로 사용되는 실리콘(Si)에 탄소(C)를 결합한 화합물 반도체다. 최근 시스템반도체는 10nm 이하 선단공정을 이용해 발전하는 방향과는 별개로 새로운 소재 도입을 통해 내열 특성 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SiC 및 GaN(질화갈륨) 등 두 종류 이상의 원소를 결합한 화합물 반도체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SiC 전력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비 전력 변환 효율이 뛰어나다. 전력 변환 시 손실되는 전류가 적다는 의미다. 손실되는 전기는 보통 열 에너지로 방출되는 특성이 있어 손실 값이 적은 SiC 전력반도체는 방열판 등 열 문제 해결에 수반되는 추가 부품이 줄어든다. 또한 해당 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 대비 에너지 밴드 갭이 3배 가량 넓다. 고온에서도 반도체 특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강동민 ETRI 전력부품연구실장은 "SiC 전력반도체는 고온에서 상당히 안정적"이라며 "실리콘은 150도에서 200도 정도가 되면 반도체 특성이 없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반도체 제품과 마찬가지로 전력반도체 또한 온도 상승시 이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냉각 장치가 필요한데 열 전도도가 높고 고온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능 덕분에 SiC 전력반도체는 차량내 추가적인 공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SiC 반도체 적용하면 차량 연비 약 10% 향상될 것" 

롬(Rohm)의 SiC MOSFET. /사진=Rohm
롬(Rohm)의 SiC MOSFET

이같은 특성 덕분에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SiC 전력반도체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실제 테슬라는 2018년 업계 최초로 자사 전기차 '모델3'에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SiC 전력반도체를 적용했다. 현대자동차 또한 '아이오닉5' 등에 SiC 전력반도체를 탑재했다. 현대차는 독일 인피니언 사의 전력반도체를 전량 사용하다 최근 롬(Rohm),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의 전력반도체 소자들을 함께 사용 중이다.

무엇보다 SiC 전력반도체 사용하면 차량 연비가 최대 10% 가량 향상될 수 있다. 전기차에서는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인버터의 역할이 핵심적인데 여기에 SiC 전력반도체를 적용할 경우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욱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은 "각종 다이오드, 모스펫(MOSFET) 등으로 구성된 인버터의 효율이 SiC 반도체를 사용하면 기존 실리콘 대비 약 10%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인버터 내부 전력 효율이 그대로 자동차 연비 효율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SiC 전력반도체를 활용할 경우 인버터 전력 효율 향상이 차량의 추가적인 성능 향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차량내 각종 냉각 시스템 등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인버터의 무게·부피가 크게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차량 전체의 효율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방 센터장은 "단순히 전력 변환 장치의 효율을 떠나서 이로 인한 파급효과로 인해 순환적으로 자동차 전체 시스템이 약 10% 효율 개선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는 예스파워테크닉스가 유일하게 양산 중 

화합물 전력반도체 성능 비교. /자료=IBK증권

SiC 전력반도체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시장이 개화되는 중이다. SiC 전력반도체 최대 수요처로 여겨지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 성장세를 타기 시작하며 관련 업체들 또한 자체 역량을 확보 중이다. 크리(울프스피드), SK실트론 등 주요 업체들은 생산 능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미국 법인 SK실트론CSS는 지난달 향후 3년 간 생산능력을 최대 6배까지 늘린다고 발표했다. 

국내서 SiC 전력반도체를 실제 양산하는 곳은 예스파워테크닉스가 유일하다. 이 업체는 현재 LG전자 등에 가전 제품용으로 해당 반도체를 납품 중이다. 현대자동차 등과 양산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실제 납품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 국내서 SiC 전력반도체 제품을 완성한 곳은 2~3곳 정도다. 

한편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품절 사태에 SiC 전력반도체 또한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향후 2~3년 간은 해당 반도체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특히 SiC 반도체의 경우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소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재 SiC 반도체용 잉곳 생산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ETRI 관계자는 "현재 생산량의 10배가 늘어나도 물량이 모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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