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5G 이동통신 및 48V 전원 공급 시스템 덕에 주목
GaN 기반 스마트폰 및 노트북PC 충전기도 나와... 일반 소비자 가전에도 적용

전기차와 5세대 이동통신(5G) 등장에 힘입어 와이드밴드갭(WBG) 반도체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술 발전이 빨랐던 실리콘카바이드(SiC)는 벌써 6인치 중심에서 8인치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맞았다.

기술적 한계 탓에 좀처럼 커지지 못했던 갈륨나이트라이드(GaN) 역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전력, 무선통신(RF)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해 여러 업체가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GaN은 왜 SiC만큼 주목받지 못했나

대역 및 전력소모량에 따른 성능 구분. GaN은 Si와도, SiC와도 경쟁해야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다./ADI
대역 및 전력소모량에 따른 성능 구분. GaN은 Si와도, SiC와도 경쟁해야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다./ADI

GaN은 실리콘(Si)보다 전력 효율이 높고 신호 변환(Switching) 속도가 빠르다. 600V급 중전압을 버틸 수 있고 고온·고압에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성능만큼은 SiC와 비교했을 때 밀리지 않는 차세대 WBG 소재다.

하지만 이전까지 GaN은 SiC만큼 업계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발광다이오드(LED)가 떠오를 때 반짝 주목받았지만, 전력 반도체 소재로 활용하기에는 SiC처럼 1200V급 고전압에 쓸 수도 없었고 무선통신(RF) 용도로는 군사·항공우주라는 틈새 시장에만 활용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적 한계다. GaN은 그 자체를 기판으로 쓰는게 아니라 사파이어·실리콘·SiC 등 다른 재료로 만든 기판 위에 박막을 성장시키는 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기판으로 쓰이는 사파이어, 실리콘, SiC와 원자간 거리가 서로 맞지 않아 박막 제조시 결함이 많이 발생하고 같은 이유로 기판 크기를 늘리기도 쉽지 않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아직 GaN은 SiC보다 성숙하지 못한 기술”이라며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 공정의 수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고, 플라즈마 공정에서 입자가 손상을 입어 웨이퍼가 휘어버리는 경우도 많아 이같은 공정에서의 기술적 노하우를 확보하는 게 가장 큰 난제”라고 말했다.

전력 반도체의 경우 경쟁도 있었다. 15~200V 저전압급으로 쓰기엔 실리콘(Si) 기반 금속산화막반도체 전계효과트랜지스터(MOSFET)가 버티고 있었고, 600~900V 중전압급에서는 Si 기반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나 SiC와 경쟁해야했다.

 

그럼에도 GaN인 이유

이같은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SiC가 6인치에서 8인치로 세대 교체할 동안 GaN은 여전히 4인치가 주류다. 6인치로 공정 전환을 시도한 업체가 있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수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업계가 GaN을 주목하는 건 무엇보다 5G 때문이다. 

군사·항공우주에만 쓰이던 RF GaN은 지난 4G 투자가 한창이던 지난 2014년 상용으로 배포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통신 기지국은 측면확산 금속산화물반도체(LDMOS) 기반의 RF 전력증폭기(PA)를 썼는데, 이를 GaN으로 대체하면 더 작은 면적에서 더 높은 전압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 뒤를 이은 게 5G다. 5G는 이전 세대 이동통신보다 더 높은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다. 주파수 대역이 높으면 파장이 짧아지기 때문에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호가 감쇠돼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중안테나(MIMO)가 쓰인다.

각 다중안테나에는 전용 RF 프론트엔드(RFFE) 부품들과 PA가 필요하고 이전보다 안테나를 더 촘촘하게 더 많이 구축해야하기 때문에 차지하는 면적과 무게가 적은 GaN이 유리하다. 5G에 필요한 PA 수는 4G 대비 32~64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효율도 높다. PA는 보통 전력 효율이 30~35%에 불과하다. 100W의 전력을 쓰면 그 중 35W만 쓰고, 나머지 65W는 열로 전환한다는 얘기다. 낭비되는 에너지를 막기 위해 PA의 입력 전압을 동적으로 조정하는 엔벨롭트래킹(ET) 기술을 쓰는데, LDMOS보다 GaN 기반 PA가 더 빠르게 제어된다. 평균 최대 전력으로 작동할 때 GaN-on-SiC 기반 PA는 LDMOS PA 대비 200W 이상의 전력(DC)을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밀도가 높다보니 발열 또한 심해 기존 실리콘 기반 LDMOS를 활용하려면 별도의 냉각 시스템까지 넣어야한다. 

현재 RF GaN은 코보(Qorvo), 크리(Cree)의 울프스피드(Wolfspeed), NXP반도체, 스미토모전자 등이 공급하고 있다. 

 

울프스피드는 GaN RF 시장이 향후 5년간 20억달러 이상 성장, RF 부품의 주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크리
울프스피드는 GaN RF 시장이 향후 5년간 20억달러 이상 성장, RF 부품의 주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크리

가장 적극적인 건 울프스피드다. 울프스피드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본사 근처에서 SiC 기판에 GaN을 성장시키는 GaN-on-SiC 웨이퍼 기반 반도체 라인의 생산용량을 30배 늘리는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화합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5G 장비에 LDMOS PA 대신 GaN PA를 서서히 도입하고 있는데, 아직은 가격이 LDMOS의 2배라 LDMOS를 고집하는 업체들도 있다”며 “그럼에도 밀리미터파 투자 때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GaN PA를 도입할 계획이라 장기적으로는 GaN이 우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먹거리, 전력 반도체

GaN의 또다른 먹거리는 전력 반도체다. 데이터센터, 전기차용 온보드 충전기(OBC)에 이어 최근에는 스마트폰 충전기에도 GaN이 쓰이기 시작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데이터센터와 전기차는 12V 공급 전압을 주로 사용했다. 중앙에서 12V 전압이 공급되면, 교류(AC)로 각 부품에 전압을 가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전자 부품의 탑재량이 증가하고 각 부품의 성능이 증가하면서 12V로는 감당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문제를 더 먼저 느낀 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계다. 지난 2011년 페이스북 등 IDC 업계는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를 구성, 48V 전압 랙 분배 사양을 만들었다. 이를 따라간 게 전기차 업계다. 전력 부하가 1KW에서 6KW, 8KW까지 올라가면서 최근 업계가 설계하는 차세대 전기차는 대부분 12V가 아닌 48V 아키텍처를 채용하고 있다.

12V에서는 기존 Si MOSFET으로도 충분히 전압을 각 부품에 맞게 변환할 수 있었지만, 공급 전압이 48V로 높아지면서 100V급 이상 Si MOSFET을 써야했다. 하지만 Si MOSFET은 100V 이상으로 올라가면 효율이 떨어진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관계자는 “100V MOSFET 대신 GaN 기반 48V DC-DC 컨버터를 사용하면 차지하는 면적도 줄일 수 있고 스위칭 효율도 높일 수 있다”며 “GaN 컨버터의 스위칭 효율은 98~99%에 달하고 가격도 SiC FET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이를 채택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미의 'Mi 10 프로(Pro)’용 65W GaN 충전기./샤오미

뿐만 아니다. 샤오미는 최근 ‘Mi 10 프로(Pro)’용 65W GaN 충전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선보인 이 충전기는 45분만에 ‘Mi 10 프로’를 완충할 수 있으며 아이폰 충전도 지원한다. 기존 아이폰 충전기는 5W급인데, 아이폰11을 65W GaN 충전기로 충전하면 2배 빨리 배터리가 찬다. 

전력 GaN 반도체 시장에서는 TI와 일렉트릭파워컨버전(EPC), 파나소닉, ST마이크로 등이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iC가 특정 고전압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GaN은 일반 소비자 가전부터 네트워크, 자동차 등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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