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산업단지 맞닿아… 학교와 불과 150m 거리
거주단지 내 멀쩡한 집·상가 허물고 100% 일반분양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대한 원삼면 주민들의 원성이 거세다.

화학약품업체 등이 들어설 산업단지와 주거단지가 밀접하게 붙어있는데다 주거단지 조성 및 분배 계획에서 기존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보상이 아닌 입지 부지 축소 혹은 이동을 주장하고 있다.

원삼면 거주민 및 땅 소유주 60여명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SK본사 건물 앞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반대 집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원삼면 주민과 땅 소유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총 448만㎡ 규모의 일반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와 협력사들이 산업단지에 260만㎡, 공공시설에 144만㎡, 주거단지에 26만㎡, 복합단지에 4만㎡가 분배된다. 

지도를 보면 전체 권역에서 남쪽 부분에 SK하이닉스가 들어오고, 북동쪽에는 협력사들이 입주하는 협력 단지가 만들어진다. 협력 단지 좌측, 전체 권역으로 따지면 북서쪽에 생활 및 주거단지가 위치하게 된다. 

 

환경영향평가 토지이용계획 중. 보라색이 산업단지, 노란색이 주거단지다./EIASS

문제는 협력단지와 주거단지가 맞닿아있고, 심지어 주거단지 내 원삼초등학교와 협력단지 간 이격거리가 150m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원삼초 운동장 한 바퀴만도 못한 거리에 화학물질을 다루는 소재 업체 등 협력사가 들어오는 셈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단지 조성과 운영으로 인해 수질·대기 등의 환경 오염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삼면 거주민인 박지영 씨는 “반도체 업체에서는 수많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고, 협력단지 내에는 이런 유해물질을 다루거나 만드는 협력사들이 들어오는데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느냐”며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은 유해물질을 잘 관리할 지 모르지만, 협력사들이 그 정도로 관리 기준을 엄격하게 세우고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거단지 조성 계획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현재 주거단지가 조성될 땅은 전체 50% 정도가 임야, 20%는 농림지, 나머지는 주거지와 상가들이다. 사업 계획에 따르면 주거단지에 있는 건물은 모두 허물어지고, 새로 공동주택단지와 단독주택단지가 세우지는데, 모두 일반 분양이라 현 거주민들은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춘기 씨는 “현재 거주민들이랑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랑 아무 차이 없이 일반 분양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기존 주거지, 상가와 조화를 이루는 방법도 있을 텐데 멀쩡한 건물을 다 허물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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