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앞세워 초음파식 FOD, 중저가형 1~2모델 제외하고 전량 수주

▲삼성전자의 갤럭시S10e, S10, S10+. ‘다이내믹 AMOLED’ 디스플레이에 초음파 지문 스캐너가 내장됐다./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갤럭시S10e, S10, S10+. ‘다이내믹 AMOLED’ 디스플레이에 초음파 지문 스캐너가 내장됐다./삼성전자

대만 이지스텍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삼성전자의 중저가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지문인식 센서 물량를 싹쓸이했다.

터치 센서에서부터 삼성전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시냅틱스는 모바일 사업에서 발을 뼀고, 중국 구딕스도 노트북PC나 자동차 등으로 눈을 돌렸다.

 

이지스텍, 삼성 중저가 스마트폰용 지문인식 센서 전량 수주

최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될 자사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만 이지스텍의 지문인식 센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지스텍이 공급하는 지문인식 센서는 정전식·광학식으로, 이 중 광학식은 FOD(Fingerprint on Display)로 적용된다.

물량이 많은 중저가 모델용 부품을 한 업체가 전량 납품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은 2개 이상의 협력사를 대상으로 물량을 조절해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당초 삼성전자와 광학식 FOD 센서 공급을 논의했던 것도 이지스텍이 아닌 시냅틱스였다.

작년 초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적용할 FOD로 퀄컴의 초음파 방식 지문인식 센서와 시냅틱스의 광학식 지문인식 센서를 저울질하다 퀄컴의 초음파 방식을 택했었다. 하지만 공급망 다변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그 사이 정전용량식 지문인식 센서 업체 스웨덴 핑거프린트카드(FPC)는 초음파식 FOD 센서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지스텍은 광학식 FOD 센서를 내놨다. 구딕스도 광학식 FOD 센서를 상용화했다.
 

FOD로 저변 넓어진 지문인식센서 시장

지문인식 센서는 인식 방법에 따라 정전용량 방식과 광학식, 초음파 방식으로 나뉜다. 정전용량 방식은 스마트폰 뒷면에 별도로 모듈을 붙여 지문을 인식한다. 광학식과 초음파 방식은 FOD로 활용된다.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FOD) 방식 비교./업계, KIPOST 취합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FOD) 방식 비교./업계, KIPOST 취합

세 방식 중 가장 정확도와 인식률이 높고 가격도 비싼 건 퀄컴이 내세운 초음파 방식이다. 초음파 방식 지문인식 센서는 광학식보다 모듈 기준 2배 이상 가격이 비싸다.

초음파는 어떤 표면에 도달했을 때 표면의 소재나 형태에 따라 흡수, 투과, 반사되는 정도가 다르다. 이 방식은 디스플레이 아래 초음파 송수신 센서를 두고 초음파를 쏘고 되받아 파형을 분석, 지문을 인식한다.

현재 초음파 방식 지문인식 센서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퀄컴 뿐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10에 들어가는 지문인식 센서는 퀄컴이 만들어서 오필름이 모듈화해 삼성디스플레이가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뒷면에 부착해 구현한다.

초음파보다 먼저 삼성 무선사업부의 승인을 받았던 건 광학식이었다. 광학식은 OLED 자체에서 나오는 빛을 활용한다. 빛이 디스플레이 전면부로 나와 손가락에 부딪혀 다시 패널 내부로 들어가면, 이 값을 분석해 지문을 인식한다.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의 빛을 활용하기 때문에 초음파 방식처럼 신호를 출력(Tx)하는 부품이 필요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진다. 실제 지난해 시냅틱스의 FOD 센서는 햇볕처럼 강한 빛 아래에서 지문 인식도가 떨어져 프로젝트에서 제외됐다.

정전용량 방식은 터치 센서처럼 손가락이 닿으면 지문의 굴곡에 따라 정전용량 값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점을 이용한다.

정전용량 방식은 FOD에 적합하지 않다. 센서와 손가락 사이 디스플레이 패널이 있으면 정전용량 값을 읽을 수 없어 디스플레이 가운데를 파거나 윗면에 부착해야해 미관상으로 좋지 않다.

정전용량 측정을 위한 층(Layer)도 별도로 깔아야 하고, OLED 패널과 동작 주파수도 맞지 않아 값을 읽기조차 어렵다. 터치 센서부터 정전용량 기술 실력을 다져온 기업들이 이 방식을 연구했지만 대부분 연구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이지스텍,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수

광학식 지문인식 센서는 시냅틱스와 구딕스, 이지스텍 3개사가 개발을 완료했다. 정전용량 지문인식 센서는 구딕스와 이지스텍, FPC 등이 내놨다.

이지스텍은 지난 2007년 설립돼 수년 간 PC 시장에서 활약하다 스마트폰 시장으로 진입, 지난 2015년 삼성전자에 중저가 스마트폰용으로 납품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의 지문인식 센서는 시냅틱스가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했었다. 구딕스는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었다.

이지스텍이 시냅틱스와 구딕스를 제치고 FOD와 정전식 지문인식센서 물량을 따낸 비결은 가격이었다. 특히 지난해 시냅틱스와 삼성전자의 관계가 가격 문제로 악화되자 이지스텍은 이 틈을 파고 들었고, A시리즈, J시리즈에 이어 S시리즈 입성에 성공했다.

 

▲이지스텍 실적 추이./이지스테크놀로지, KIPOST 정리
▲이지스텍 실적 추이./이지스테크놀로지, KIPOST 정리

이를 통해 이지스텍은 매 분기 전년도 실적을 30% 이상 상회하는 매출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텍은 타사 대비 20% 이상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들어왔고, 지난해 S시리즈는 물론 올해 1~2개 모델(구딕스)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을 모두 따냈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협력사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하반기 나올 모델 몇몇에 대한 재입찰이 진행되겠지만, 그 가격을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전식 지문인식은 수년간 스마트폰에 적용되면서 기술이 평준화됐지만, FOD는 올해 막 시장이 열렸다. 시장 개화와 함께 가격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신기술은 단가 인하 압박이나 가격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부품 가격이 떨어지면 전체 부품 비용(BoM)을 줄이고 기술을 보급화하기 용이하지만, 그만큼 타사도 해당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져 차별화 포인트로 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냅틱스가 지난해 말 모바일용 FOD 사업을 접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시장이 아직 개화하지도 않았는데 가격 경쟁이 심해진 탓도 있었지만, FOD가 안면인식을 대체할 만큼 혁신적인 생체인식 기술인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실제 삼성전자도 지난해 1~2년 FOD를 넣다가 안면 인식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FOD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FOD를 홍채인식처럼 ‘반짝 흥행’하는 기술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는 얘기다.

모듈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안면 인식 기술이 시장에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 일으켰고, 삼성 내부에서도 FOD보다 안면 인식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올해 비행시간차(ToF) 기반 3D 센서가 들어간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는데, 생체 인식용으로 활용 가능하다면 굳이 지문인식센서를 쓸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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