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효율 높이고, 전고체 배터리 내놓고

[편집자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자칫 중요한 기술들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4500개의 업체를 나흘만에 돌아봐야 하는 탓에 벌어지는 불가피한 상황이죠. 이번 CES에서 미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주요 기술들을 꼽아봤습니다. CES 기간 중 CES 숏컷으로 짧게 소개했거나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업체들을 자세히 알아보세요.

리튬 이온 배터리 기술이 발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노트북PC에 이어 스마트폰, 자동차에 이어 지게차, 항공기에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도 한계가 있다. 여전히 항공사들은 비행 위탁 수하물에 리튬 이온 배터리나 배터리 충전기를 넣지 못하게 하고 있다. 폭발 우려 탓이다. 급속 충전도 마음대로 못한다.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소재를 개발, 적용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다른 해결 방법은 없을까. 이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9’에서는 이같은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혹은 보완할 수 있는 기술들이 전시됐다.
 

10분이면 완충… 지배터리스(GBatteries)의 스마트 급속 충전 기술

 

▲CES 2019에서 지배터리스의 부스./KIPOST
▲CES 2019에서 지배터리스의 부스./KIPOST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발목을 잡는 건 충전 시간이다. 2~3분이면 기름을 ‘만땅’ 채우고 도로로 나올 수 있었지만, 전기차는 완속 충전으로 배터리를 꽉 채우는 데 4~6시간이 걸린다.

이를 30분으로 줄여주는 급속 충전 기술이 있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할수록 배터리 수명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급속 충전 기술은 과전압을 걸어 전력량(W)을 높이는데, 과전압을 걸면 셀 내부의 소자들이 하나 둘 변형되기 시작하면서 결국 수명 단축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현재 배터리 제조사들은 급속 충전량을 60Kwh 배터리 기준 5분에 15마일(약 24㎞) 30분에 90마일(약 145㎞)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캐나다 지배터리스(GBatteries)는 이같은 우려가 없는 급속 충전 기술을 선보였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충전 알고리즘을 충전 포트에 적용, 충전 속도 등을 상황에 따라 조절해 배터리에 불필요한 화학반응이나 발열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했다.

같은 60Kwh 배터리를 충전할 때 5분이면 50%, 119마일(약 192㎞)을 갈 수 있는 정도로 전력량을 공급할 수 있고 10분이면 완충시킬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 알고리즘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일반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기에도 적용 가능하다.

지배터리스는 삼성 갤럭시S7에 내장된 ATL의 리튬코발트산화물(LCO) 기반 파우치 배터리를 완속 충전기와 기존 급속 충전기, 자사의 급속 충전기로 충전했을 때의 실험 결과를 내놨다.

 

▲지배터리스의 실험 결과./KIPOST
▲지배터리스의 실험 결과./KIPOST

완속 충전기(1C CCCV)로 충전했을 때는 완충하는 데 75분이 걸렸고, 충방전 사이클은 580회였다. 급속 충전기(3C CCCV)로는 100% 충전까지 55분이 걸렸고, 충방전 사이클은 260회로 줄었다.

지배터리스의 솔루션은 완충 시간의 경우 기존 급속 충전기와 같은 55분이었는데, 충방전 사이클은 1200회로 수명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 회사의 임원진도 눈길을 끈다. 지난 2012년 출범한 스타트업 지배터리스는 미국 A123시스템즈(A123Systems)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발트 라일리(Bart Riley) 박사가 회장 겸 기술 총괄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항공 우주 엔지니어였던 코스트야 코무토브(Kostya Khomutov, 현 CEO)와 전자기기 엔지니어였던 알렉스 트카첸코(Alex Tkachenko), 닉 쉘스터크(Nick Sherstyck)가 공동 창업했다.
 

폭발 걱정 없는 고체 리튬 세라믹 배터리, 전기차(EV)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다

 

전기차 시장을 연 건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아닌 테슬라였다. 테슬라가 처음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은 코웃음을 쳤다. 배터리 안전성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않고서 전기차는 무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작년 3월 테슬라 ‘모델X’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 위에서 충돌 직후 폭발하는 사고가 났을 때도 원인으로 지목된 건 배터리였다.

리튬 이온 배터리보다 상대적으로 폭발 위험이 덜한 리튬 폴리머 배터리(LPB)가 있다지만 역시 폭발 가능성은 있다. 120~150℃까지 온도가 올라가면 녹아버리고, 반대로 온도가 낮아지면 자칫 방전되기 일쑤다.

지난 2012년, 소프트뱅크 그룹은 폭발 위험이 없는 리튬 기반 배터리를 만드는 대만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했다. 프롤로지움(Prologium, PLG)이다. 프롤로지움은 고체형 리튬 세라믹 배터리(LCB) 제조 기술을 갖춘 유일한 회사다.

 

▲ 리튬 세라믹 배터리(왼쪽)와 리튬 폴리머 배터리 구성 비교./Prologium
▲ 리튬 세라믹 배터리(왼쪽)와 리튬 폴리머 배터리 구성 비교./Prologium

LCB는 최근 배터리 업계가 연일 내놓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의 일종이다. 폴리머 분리막 대신 고체형 세라믹 전해질을 쓴다. 누설 우려도 없고, 온도 변화에도 강하다. 200~260℃의 고온에서도 3~10초간 작동될 정도다. 별도 보호회로도 필요 없다.

변화에 강하지만 반응력은 떨어진다. 내부 저항이 커 이전까지는 리튬 이온 배터리만큼의 충방전 효율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PLG는 지난 2017년 리튬 이온 배터리 수준의 충방전 용량을 갖추도록 기술력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저항은 70% 수준으로 줄였다.

이번 CES에서 이 회사가 선보인 LCB는 ‘바이폴라(Bipolar) 플러스’ 기술이 적용된 ‘PLG SSB(Solid State Batteries)’로, 셀 내부 구성을 직렬·병렬 중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

특히 기존 액체형 리튬 배터리보다 고전압에 강한데, 셀 내부 공칭 전압(nominal voltage)을 7.4V에서 60V까지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존 배터리 팩 부피 및 중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20% 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로 꼽혔다.

에너지 밀도는 537Wh/L로, 테슬라 ‘모델3’에 들어간 배터리와 같은 용량이지만 크기는 50% 작고, 무게는 30% 가볍고, 가격도 30% 저렴했다.

 

▲기존 배터리 팩과 PLG 배터리 팩의 밀도 비교./Prologium
▲기존 배터리 팩과 PLG 배터리 팩의 밀도 비교./Prologium

현재 이 회사는 기존 리튬 폴리머 배터리보다 1.5배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2020년형 BMW i3에는 삼성SDI의 660Wh/L짜리 배터리가, 2020년형 GM 스파크에는 700Wh/L 밀도의 배터리(LG화학)가 들어간다. 내년 프롤로지움은 1000Wh/L급 배터리를 내놓을 계획이다.

회사 측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의 완성차 업체가 이 제품을 검증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독일 완성차 업계에서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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