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자칫 중요한 기술들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4500개의 업체를 나흘만에 돌아봐야 하는 탓에 벌어지는 불가피한 상황이죠. 이번 CES에서 미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주요 기술들을 꼽아봤습니다. CES 기간 중 CES 숏컷으로 짧게 소개했거나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업체들을 자세히 알아보세요.
CES 전시관에 마련된 소니 리얼리터 오디오 체험실. /안석현 기자
CES 전시관에 마련된 소니 리얼리터 오디오 체험실. /안석현 기자

이제 CES에서 8K UHD TV는 더는 특별하지 않은 존재가 됐다. 삼성전자⋅LG전자⋅소니는 물론이고 HKC⋅스카이워스 같은 중국 패널⋅세트 업체들도 저마다 8K UHD 제품을 들고 나왔다. 이미 2~3년 전부터 8K가 화두가 되었던 만큼 관람객들의 8K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도 많이 줄었다.

한결 느슨해진 TV 해상도 경쟁 양상을 파고든 건 사운드다. 그동안 TV에서 사운드란 TV 제조사가 제공하는데로 받아 쓰는 ‘번들(Bundle, 묶음상품)’에 불과했다. 사운드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입체 음감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운드바를 따로 구매해야 해 번거로웠다. 이 때문에 새 TV 구매시 사운드는 해상도⋅면적에 비해 항상 후순위로 고려됐다.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나온 회사가 소니다. 소니는 이번 CES에서 360도 입체 리얼리티 오디오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리얼리티 오디오란 그동안 좌우 양쪽에서만 들려오던 사운드가 상하를 포함해 최대 24개 방향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스템이다.

예컨대 영화 화면에서 헬리콥터가 뒤에서부터 앞으로 날아 오는 장면이라면 프로펠러 소리도 후면에서 전면으로 옮겨가게 할 수 있다. 만약 콘서트 화면을 시청한다면 카메라의 시점에 따라 가수의 목소리 방향 역시 여러 방향으로 옮아가게 만든다. 이를 통해 시청자는 마치 영화 속 장면, 혹은 콘서트장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소니는 이번 CES에서 컨벤션센터는 물론 미라지 호텔에 마련된 프라이빗 부스에도 360도 리얼리티 오디오 기술을 시연했다. 특히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리얼리티 오디오 체험관은 최소 30분 이상 대기해야 할 정도로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다.

물론 이 같은 리얼리티 오디오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의 갖춰져야 한다. 우선 오디오 채널 신호를 효과적으로 압축하고, 실시간으로 풀어내는 코덱 기술이 필요하다. 이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주도해 개발한 ‘MPEG-H’ 표준으로 이미 나와있다.

MPEG-H 기술이 적용된 스포츠 중계 화면. 아나운서 중계 오디오를 지우거나 키울 수 있다. /안석현 기자
MPEG-H 기술이 적용된 스포츠 중계 화면. 아나운서 중계 오디오를 지우거나 키울 수 있다. /안석현 기자

프라운호퍼는 디지털 음악 상용화에 불을 붙인 ‘MP3’ 기술을 개발한 연구소다. 오디오 신호를 압축하고 다시 풀어내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MPEG-H는 오디오 신호뿐 아니라 각종 메타데이터(속성정보)까지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을 정도로 압축 효율이 높다.

축구 중계 화면을 상상해보자. 중계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오디오는 해설자의 목소리, 관람객들의 응원가, 운동장 선수들이 공을 차는 소리 등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MPEG-H는 각 소리를 따로 저장하고, 이를 제각각 컨트롤 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까지 전송할 수 있다.

시청자는 취향에 따라 해설자의 목소리를 중계 방송에서 지워버리거나 관람객들의 응원가를 훨씬 크게 들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설자 목소리, 응원가 모두를 지우고 선수들이 공 차는 소리만 선별해 들을 수도 있다. 워낙 압축효율이 좋기 때문에 이 같은 기능을 생방송 중에도 구현할 수 있다. 기자는 프라운호퍼 연구소 부스에서 스포츠 중계 화면을 시청했는데,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지우자 오히려 ‘임장감(臨場感)’이 살아났다.  

물론 이는 방송사 측에서 오디오를 송출할 때, 이미 메타데이터에 관련 정보를 담아서 보내야 구현 가능한 기능이다. 최근 TV 홈쇼핑 방송에서 쇼호스트가 입은 옷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버튼이 있는데, 이는 영상에 메타데이터가 담긴 경우다.

주영주 프라운호퍼 테크놀러지 컨설턴트는 “각 사운드에 메타데이터를 심는 작업은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비용을 수반한다”며 “그러나 이렇게 한 번 제작된 콘텐츠는 향후 부가가치가 클 것이기 때문에 제작사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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