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완성차 업체들 앞다퉈 상용화 추진
3대 기술 난제 해결 없이는 리튬이온 대체 어려워

이제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될 거라는 데에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차전지 4대 구성 요소(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중 리튬염과 유기용매 등으로 구성된 액체 전해질이 고체 전해질로 대체된 제품을 뜻한다. 유일한 액체였던 전해질이 고체화되면, 배터리를 구성하는 모든 기재가 고체화된다.

업체들이 제시한 타임 테이블에 따르면 2030년이 전고체 배터리 양산의 티핑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해당 차세대 전지가 상용화의 문턱을 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적지 않다. 배터리 및 소재 전문가들은 그중 '3대 기술 개발 난제'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① 높은 계면 저항 문제  

리튬이온 배터리 구동 원리.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리튬이온 배터리 구동 원리.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배터리가 에너지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전자가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해야 한다. 전자가 나가는 쪽을 양극(Anode), 전자를 수용하는 쪽을 음극(Cathode)이라 칭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는 마이너스(-) 성질을 지니는 전자의 이동과 함께 플러스(+) 성질을 지닌 리튬이온이 전자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이같은 과정이 반복되며 배터리 충·방전이 이루어진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같이 양극과 음극을 매개하는 물질이 액체일 경우에는 물질 이동에 대한 저항이 낮아 이온전도도(이온이 전해질 내에서 잘 흐르는 정도)가 높다. 그러나 전해질이 고체로 대체되면 물질 간 계면저항(경계면 사이에서 물질의 이동성이 저하되는 현상)이 높아진다. 쉽게 말해 고체로 된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에 비해 장애물이 많아 전자 이동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전자 이동이 느려지면 충방전 속도 및 에너지 출력이 낮아진다. 

고체전해질-양극재 간 계면 특성. /자료=하이투자증권

도칠훈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연구원은 "고체는 아무리 입자를 작게 만든다 해도 하나 하나 분리되어 있는 형태"라며 "큰 바위를 아무리 작게 잘라도 돌멩이 사이 사이에는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고 설명했다. 액체 전해질의 경우에는 입자 간 풀 에어리얼(Full Areal) 접촉을 하기 때문에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가 넉넉하지만 고체 전해질은 입자와 입자 간 풀 포인트(Full Point) 컨택트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통로 자체가 점처럼 작아진다는 것이다. "돌멩이가 물에 젖으면 모든 면적이 닿게 되지만 돌멩이끼리 붙어있다면 닿는 면적이 몇 백분의 1 수준으로 작아진다"는 설명이다. 

계면저항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복합전극' 연구가 진행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다. 복합전극이란 고체 전해질과 양극재를 섞는 것을 의미하는데 전자 이동 면적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소재 연구개발 솔루션 전문 업체 버추얼랩의 김영광 연구원은 "저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합전극이 최근 연구 분야에서 메인 이슈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복합전극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고체 전해질과 양극 사이에 하나의 층을 넣는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셀에 어떤 형태로 들어갈 것인가의 여부는 구체적으로 나온 바가 없다고 전했다. 


② 덴드라이트 발생 문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핵심은 결국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용량이 300~400Wh/kg 수준인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400~500Kw/kg 까지 에너지 밀도가 올라간다. 전고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이토록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음극재로 흑연이나 실리콘이 아닌 리튬메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존 흑연 음극재를 적용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는 획기적인 에너지 밀도 개선이 어렵다. 

덴드라이트 발생 현상. /자료=KDB
덴드라이트 발생 현상.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리튬메탈은 덴드라이트(Dendrite) 문제를 동반한다. 덴드라이트는 리튬금속 표면에 나뭇가지 모양으로 쌓이는 결정체로 리튬이온의 이동을 방해해 충방전 효율을 저하하고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리튬메탈을 사용하는 이상 덴드라이트 발생 문제는 불가피하다. 리튬메탈은 워낙 반응성이 높은 소재여서 표면을 균일하게 만들기 어렵고 이로 인해 전자 이동시 전류가 특정 부분에 쏠려 퇴적되는 문제가 수반된다는 것이다. 

김현수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할 때 덴드라이트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다만 이것이 침상형으로 쌓여서 양극과 만나게 되면 쇼트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균일하게 쌓이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덴드라이트 억제 기술. /자료=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덴드라이트 억제 기술. /자료=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지난해 3월 덴드라이트 발생 문제를 해결하는 원천기술 연구 내용을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게재했다. 종합기술원은 음극집전체 위에 5㎛(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미터) 두께의 은-탄소 나노입자 층을 입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도 연구원은 "음극 표면에 있는 은이 리튬을 1차적으로 통과시켜 그 뒤로 리튬을 석출시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석출 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덴드라이트가 성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③ 배터리 공정 상의 문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구조의 변화. /자료=하이투자증권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 구조의 변화. /자료=하이투자증권

전고체 배터리는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이르면 2020년대 중후반 상용화를 바라보는 중이다. 김현수 책임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는 사실상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면서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경제성 등을 갖춰 실제 생산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추얼랩의 김영광 연구원 또한 "실험실 차원에서 작게 만들 경우에는 성능이 좋지만 실제 생산 공정에서의 성공 여부는 이와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고체 전해질의 두께 문제는 현실적인 생산 공정 및 경제성 문제와 맞닿아있다. 고체 전해질의 두께는 평균 약 10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현재 10㎛ 수준인 분리막 대비 10배에 달하는 두께다. 전기연구원 측은 "그럼에도 쇼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고체 전해질의 경우 입자 사이마다 연결 고리가 약한 부분 등으로 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의 전고체 배터리 셀. /사진=퀀텀스케이프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의 전고체 배터리 셀. /사진=퀀텀스케이프

전해질 두께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정 상의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음극에 도전재 등을 섞어 시멘트와 같은 걸쭉한 반죽을 만든 후 이를 극판 위에 얇게 코팅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고체 전해질을 같은 방식으로 제조할 경우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100㎛ 두께 이하 생산이 어렵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과 같은 증착 기술이 가능한 장비를 적용하면 제조 단가는 급격히 증가한다. 

유지상 한국전자기술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센터장은 이에 대해 "고체 전해질은 모래나 지우개 가루를 뭉쳐 놓은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분리막 수준의 두께로는) 기계적인 성질이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다른 무엇보다 액체 전해질보다 고체 전해질이 성능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2030년 정도 상용화하겠다고 하는데 고체 전해질이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더불어 에너지 밀도도 획기적으로 많이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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