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두달여 된 스타트업
LG이노텍 협력사 이노닉스 2세가 창업 참여
LG이노텍과 TGV 공정 협력하나
최근 한 스타트업이 반도체 글래스 기판 사업에 52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면서 업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설립 두달여 밖에 되지 않은 회사가 조달하기에는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해도 투자 현실화가 만만치 않아 보여서다.
루미엔, 구미시와 5200억원 규모 투자 MOU
인터포저 및 테스트 소켓 전문업체 루미엔은 지난달 말 구미시와 5200억원 규모의 투자 MOU(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당시 루미엔은 올해 12월 시제품 테스트 및 양산라인 설계를 시작으로 2028년부터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우선 집행할 투자 규모만 9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KC 앱솔릭스를 시작으로 삼성전기⋅LG이노텍 등이 글래스 기판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루미엔은 기존 반도체 패키지 기판 업계서 생소한 이름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 회사의 법인 설립일은 지난 6월 26일이다. 설립된 지 채 두달이 되지 않았다. 회사 대표이사인 정혜윤씨는 1995년생으로, 이제 갓 서른살이다.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젊은 창업자가 적지 않지만, 제조업 분야에서는 흔치 않은 젊은 CEO(최고경영자)다. 반도체, 혹은 OSAT(반도체후공정) 분야에서 정 대표 이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루미엔 창업에 의기투합 한 서태민 총괄부사장의 존재감에 더 이목이 쏠린다. 이번 구미시와의 투자 MOU에도 정 대표 대신 서 부사장이 참석했다.
현재 서 부사장은 루미엔 사내이사인 동시에 (주)서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루미엔의 현 법인 주소지가 (주)서준과 동일한데, 이는 루미엔이 (주)서준 본사 건물을 일부 임차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서준은 카메라모듈 및 반도체 패키지 등을 검사하기 위한 테스트 소켓, 인터페이스 보드 등을 공급하는 회사다.
항간에는 루미엔이 ‘LG그룹 협력사 오너 2세가 창업한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서 부사장이 서의수 이노닉스 회장의 차남이기 때문이다. 이노닉스는 SMT(표면실장) 기술 전문업로, 주로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외주 물량을 처리해왔다.
이노닉스는 지난 2020년 전후로는 연매출 350억원 안팎을 기록했으나 2023년 41억원으로 급전직하 한 후, 실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구미시청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루미엔은 반도체용 글래스 기판을 연구하던 젊은 개발자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라며 “루미엔이 보유한 글래스 기판 R&D 설비와 투자 계획서 등을 검토한 후 MOU를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 글래스 기판 외주 물량 수주 포석인가
루미엔이 LG이노텍 글래스 기판 파일럿 라인이 구축될 구미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LG이노텍 외주 물량 수주를 염두한 포석으로 보기도 한다. 루미엔 주요 창업멤버인 서태민 부사장은 이노닉스 사내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LG이노텍과의 비즈니스 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루미엔이 1차 투자하기로 한 900억원이면, 원판(515㎜ X 510㎜) 투입 기준 월 3만장 이상의 TGV(글래스관통전극) 홀가공 생산능력을 구축할 수 있다. 이 정도면 SKC 앱솔릭스가 미국 조지아에 구축한 글래스 코어기판 공장에 TGV 홀 가공 공정을 외주로 제공할 수준은 된다. 향후 LG이노텍이 구미 공장에서 글래스 인터포저나 글래스 코어기판을 생산할 때, TGV 홀 가공 공정을 루미엔을 통해 처리하기에도 넉넉한 수준이 되는 셈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글래스 기판 투자에 나선 SKC나 삼성전기 모두 TGV 홀 가공은 외주 협력사를 통해 처리하는 방안을 구상했다”며 “LG이노텍 역시 비슷한 SCM(서플라이체인관리)을 구축한다면 루미엔이 협력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