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8.6세대 라인은 미국⋅일본 기업이 싹쓸이
에이치앤이루자⋅아바코 수주 사활

중국 비전옥스의 8.6세대(2290㎜ X 2620㎜) OLED 라인 주요 설비들에 대한 발주가 임박한 가운데 스퍼터 물량 수주를 위한 경쟁이 가열됐다. 앞서 BOE가 발주한 8.6세대 라인용 스퍼터는 미국⋅일본 기업 2곳이 수주를 쓸어갔으나, 이번에는 국내 업체 2곳도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진=비전옥스
/사진=비전옥스

 

BOE 발주한 9대는 알박⋅AMAT이 싹쓸이

 

스퍼터는 OLED 생산라인에 투입되는 주요 PVD(물리증착) 설비 중 하나다. 선익시스템⋅캐논도키가 공급하는 열증착(Evaporator) 장비가 유기물 박막 형성에 사용된다면, 스퍼터는 금속막을 만드는데 쓰인다. 

과거 디스플레이용 스퍼터 시장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일본 알박이 주도해왔다. 국내 OLED 제조사들은 2020년 이전 6세대(1500㎜ X 1850㎜) 투자를 전후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에이치앤이루자 제품을, LG디스플레이는 아바코 스퍼터를 양산라인에 주로 적용한다. 

다만 지난해 진행된 BOE의 8.6세대 스퍼터 수주전에서는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BOE는 9대의 스퍼터를 발주했는데 8대는 알박이, 1대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각각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업체 두 곳은 단 1대의 장비도 수주하지 못했다. 

당시 ‘엔저(엔화약세)’ 흐름에 편승해 알박이 경쟁사 대비 현저하게 낮은 공급가격을 써낸 게 공급 물량을 거의 독식한 배경으로 풀이됐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경우, 또 다른 증착장비인 PECVD(플라즈마기상화학증착장비)와의 연계를 통해 겨우 1대를 수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퍼터+PECVD를 ‘묶음팔기’ 했다는 뜻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스퍼터 수주 없이는 PECVD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늬앙스를 주면서 간신히 1대를 공급한 것 외에는 알박이 관련 물량을 싹쓸이 했다”며 “엔저를 등에 업은 알박의 승리”라고 말했다.

아바코의 스퍼터 장비. /사진=아바코
아바코의 스퍼터 장비. /사진=아바코

이 때문에 비전옥스 수주전에서는 국내 기업들도 앞서와는 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 에이치앤이루자는 삼성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사지만 2020년 이후로 중국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중국 기업들의 6세대 투자시에는 BOE⋅CSOT⋅티안마⋅비전옥스를 가리지 않고 스퍼터를 공급한 바 있다. 

에이치앤이루자는 지난해 매출이 3120억원으로 전년(1132억원) 대비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 8.6세대 OLED 챔버 덕분인데, 올해 비전옥스 프로젝트를 수주하지 못하면 내년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아바코 역시나 중국 시장이 LG디스플레이 투자 지연을 타개할 수단이다. 지난해 BOE로부터 수주한 8.6세대 증착장비 물류 파트는 올해 대부분 매출이 인식된다. 따라서 비전옥스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내년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증착장비는 선익시스템과 연계돼 있기에 아바코 차원에서 수주를 위한 협상 범위가 제한적이지만, 스퍼터는 아바코의 협상에 따라 수주 당락이 바뀐다. 아바코 관계자는 “증착장비를 포함해 중국 프로젝트를 위해 사장급 인사가 파견되어 있다”며 “BOE 때와는 달리 증착장비와 스퍼터를 모두 수주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박은 주성엔지니어링과 얼라이언스

 

한편 비전옥스 프로젝트와 관련해 알박은 국내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과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박의 스퍼터에 주성엔지니어링의 PECVD를 연계해 비전옥스에 입찰 제안한다는 목표다. BOE 프로젝트에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PECVD와 스퍼터를 묶음팔기 한 것처럼, 알박-주성엔지니어링 양사가 공동 입찰해 경쟁력 높은 가격을 제시할 전망이다. 

비전옥스 OLED 공장 이미지. /사진=비전옥스
비전옥스 OLED 공장 이미지. /사진=비전옥스

한편 현재까지 비전옥스가 실제 발주한 8.6세대 OLED 장비는 이온임플란터 1종류 밖에 없다. 이온임플란터는 반입까지 1년 이상 걸리는 대표적인 장납기 품목이고, 유기물 증착과 관련이 없어 먼저 발주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아직 유기물 증착 방식에 대한 결정이 완료되지 않은 탓에 여타 장비에 대한 발주도 나오지 않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비전옥스가 늦어도 5~6월 중에는 선익시스템이나 캐논도키에 최종 PO(구매발주)를 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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