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쎄미켐, 노스볼트 겨냥 스웨덴 현지 투자
SFA⋅씨아이에스도 3분기 적자전환
동진쎄미켐이 지난 2020년 야심차게 투자했던 스웨덴 CNT(탄소나노튜브) 도전재 생산법인 장부가치를 크게 낮췄다. 법인의 주요 고객사인 노스볼트가 파산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종속기업(동진스웨덴AB)의 가치를 줄여 회계처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진쎄미켐 뿐만 아니라 그동안 노스볼트와 거래하던 많은 소부장 회사들이 당분간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동진스웨덴AB 장부가치, 120억원→14억원
동진쎄미켐의 스웨덴 법인 ‘동진스웨덴AB’는 동진쎄미켐이 지난 2020년 CNT 도전재 생산라인을 현지에 짓기 위해 설립했다. 동진쎄미켐과 동남산업이 각각 550만달러(약 76억원)씩 출자해 합작 형태로 법인을 만들었다. 동남산업은 동진쎄미켐(40.04%, 이하 지분율), 이부섭 회장(36.62%) 등이 최대주주로 있는 부동산 임대업체다. 사실상 동진쎄미켐과 이부섭 회장 개인 회사가 동진스웨덴AB를 설립한 셈이다.
현재 동진스웨덴AB의 총자산은 830억원에 달하지만, 동진쎄미켐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스웨덴 법인 장부가치를 크게 낮췄다. 2분기 중 120억원에서 65억원으로, 3분기에 다시 14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동진쎄미켐은 처음 스웨덴 법인 설립 당시 550만달러와 지난해 유상증자 과정에서 78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동남산업을 빼고도 동진쎄미켐 차원에서 투입된 금액만 150억원이 넘지만, 동진쎄미켐은 동진스웨덴AB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을 크게 낮춰 평가한 것이다.
이는 동진쎄미켐이 당초 스웨덴 현지 투자를 검토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노스볼트의 파산절차 때문이다. 노스볼트는 지난 21일 미국 법원에 ‘챕터11’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1은 기업이 영업을 이어가며 채무를 조정하게끔 해주는 보호 제도로 우리나라 회생절차와 비슷하다.
영업을 이어간다고는 하지만 B2B 산업 특성상 공급 안정성이 떨어지는 협력사 상황을 고객사가 두고볼 리 없다. 노스볼트의 주요 고객사였던 독일 BMW는 노스볼트가 제때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하자 지난 6월 공급선을 삼성SDI로 갈아탔다.
현재 생산능력이 연산 20GWh 정도로 추정되는 노스볼트 셀레프테오 공장은 지난 2022년 완공 이후 한 번도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낮은 수율 탓에 라인을 돌릴수록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이후 파산 절차 기간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스볼트가 파산절차에 돌입하면서 배터리 소재⋅부품 업체들도 거래를 끊고 있어서다.
노스볼트가 미국 법원에 낸 파산 신청서를 보면 이 회사의 총 부채는 58억달러인데, 보유 현금은 3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동진스웨덴AB는 지난 2021년 노스볼트와 10년짜리 음극재 및 CNT 도전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 상황에서 당시 공급계약을 노스볼트가 이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한 배터리 산업 전문가는 “노스볼트는 아직 BEP(손익분기점)를 넘지 못한 탓에 추가 투자 없이는 운영비조차 조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볼트 파산에 따른 협력사 후유증은 동진쎄미켐 외에도 여러 소부장 업계로 파급되고 있다. 장비업체 SFA와 씨아이에스는 3분기 각각 1693억원과 426억원의 손실을 인식하며 영업손익이 적자전환하기도 했다. SFA측은 “국내와 스웨덴 로펌을 자문사로 선임하고 노스볼트 측에 대금지급 요구서한을 발송했으며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계약서 조항에 따른 법적 절차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배터리 산업 전문가는 “노스볼트가 사업 초기 삼성SDI 출신 엔지니어들을 중용하는 바람에 다양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거래를 텄다”며 “이 때문에 유독 피해가 큰 협력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