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엔 자금조달 시도했으나 4분의 1만 충족
양산까지 36조원 추가 확보해야
오는 2027년 2nm(나노미터) 공정 파운드리 양산 목표를 내건 일본 래피더스가 EUV(극자외선) 장비를 반입한다. 파운드리 공급부족이 극심한 국면에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최근들어 자금 조달에 힘에 부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
대만 테크뉴스는 일본 래피더스가 연말 홋카이도 공장으로 EUV 노광장비를 반입한다고 15일 보도했다. 래피더스는 지난 2022년 선단 파운드리 자족을 위해 도요타⋅소니⋅덴소 등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레거시 노드를 건너 뛰고 오는 2027년 바로 2nm 노드 파운드리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EUV가 반입된다는 건 선단 공정 생산을 위한 준비를 본격화한다는 뜻이다. 테크뉴스에 따르면 래피더스의 파일럿 라인 건설 공사는 약 50% 정도 완료됐고, 부대 시설 공사는 이달 시작됐다.
다만 2년 전 프로젝트를 호기롭게 출범시킬 때와 달리 최근에는 추진 동력이 예전만 못하다.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2nm 칩 대량 생산을 위해 필요한 총 자금은 5조엔(약 45조원)에 달하는데, 기대만큼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총 9200억엔의 보조금을 제공했지만 여전히 4조엔을 추가 조달해야 한다. 래피더스 출범 당시 기업들 출자금은 73억엔에 불과했다. 사실상 초기 운영비 정도에 그쳤던 셈이다.
래피더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는 코로나19 직후 ‘펜트업(보복수요)’ 여파로 파운드리 업계가 극심한 공급부족에 직면했을 때다. 덕분에 보조금 지급에 대한 일본 내 국민들 여론도 호의적이었고, 기업들도 출자에 긍적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인텔조차 선단 공정 투자에 허덕이다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하기에 이르렀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nm 수주 경쟁에서 TSMC에 압도되고 있다. 래피더스 잠재 출자사 입장에서는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대열에 줄설 수 있다는 공포가 전파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래피더스는 최근 1000억엔 규모 운영자금 조달을 추진했는데, 실제로는 목표 금액의 4분의 1(250억엔)만 확보하는데 그쳤다. 사실 1000억엔도 선단공정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자금에는 턱 없이 모자란데도, 이마저도 100%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진정되자 래피더스가 진짜 2nm 공정을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본 내에서도 커지고 있다”며 “2년 전 약속과 달리 기업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