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구(舊)세대 라인 혹은
평택사업장 일부 할애하는 방안도 물망
삼성전자가 반도체 첨단패키지와 HBM(고대역메모리) 생산을 위한 추가 부지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의 투자 속도를 감안하면 신규 라인이 설치되고 있는 천안사업장도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구(舊)세대 라인 및 용지를 확보하거나 경기도 평택사업장에 공간을 마련하는 여러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공간 할당 끝난 천안사업장"...새 공간 찾아야
현재 삼성전자가 첨단패키지 및 HBM 라인으로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로 부터 확보한 천안사업장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L3~L6를 인수, C1~C6으로 개명해 활용하고 있다.
현재 C1~2에는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 생산라인과 HBM 테스트 라인이 가동 중이다. FO-PLP는 원래 삼성전자⋅삼성전기가 공동으로 사업화를 추진한 기술이지만 지난 2019년 삼성전자가 삼성전기로부터 관련 시설과 사업을 인수했다. 현재 이 라인에서 갤럭시워치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PMIC(전력관리칩) 등이 생산되고 있다. C1~2는 삼성전자가 이관 받은지 시점도 오래된 터라 더 이상 장비가 들어설 공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3~C6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인수했다. 이후 일부 유틸리티 공사와 개조를 거쳐 HBM 생산 설비들이 입고되는 중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C3~C6은 이제 막 장비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투자 속도를 감안하면 이미 용처가 다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며 “시급히 새 공간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차기 첨단패키지⋅HBM 투자지로 검토하고 있는 곳은 대여섯곳에 달한다.
우선 삼성디스플레이의 A1, 혹은 A7이 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다. A1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첫 번째 OLED 양산 라인으로 4.5세대(730㎜ X 920㎜) 리지드 기판 팹이다. 이제 양산은 하지 않는 대신 각종 파일럿 및 테스트 설비들이 갖춰져 있다. RGB(적색⋅녹색⋅청색) 다이렉트 패터닝 방식의 OLEDoS(OLED on Silicon) 양산 기술과 ALD(원자층증착) 기술이 이 곳에서 평가 중이다.
A1은 이미 팹 운영을 위한 인프라와 클린룸은 갖춰져 있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파일럿 설비들을 이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A7은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남쪽 신규 부지에 공사가 중단된 공간을 뜻한다. 당초 이 곳은 A5로 불렸으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IT용 8.6세대(2290㎜ X 2620㎜) 라인을 A6로 명명하면서 덩달아 A7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A7은 착공뒤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현재는 다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기본적인 골조 공사는 마무리 됐고, 일부 저층에 한해 클린룸도 완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A7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인수한다면 추가 클린룸 공사만 완료해 바로 장비를 입고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투자 스케줄과도 맞물린 이슈인 탓에 인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아산캠퍼스 L8 내에 신규 투자를 위한 공간이 4분의 1 정도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시황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유일한 신규 팹을 가져가는 건 섣부를 수 있다.
A7 유휴부지나 평택사업장도 후보지로
이 때문에 A7이 아닌 A7 주변의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골조 공사가 마무리 된 A7은 계획대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쓰고, 주변의 유휴 부지에 따로 공간을 마련한다는 뜻이다. 이는 골조공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A7을 활용하는 방안보다는 투자 신속성 측면에서 불리하다.
아예 공간이 많은 경기도 평택사업장으로 올려 보내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다. 평택사업장은 P1~P3는 양산, P4는 클린룸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P5는 부지 기초 공사만 진행하다 중단됐으며, P6는 부지만 확보한 상태다.
공간 여유만 놓고 보면 가장 후보지가 많고, 필요한 시점에 따라 골라서 장비를 반입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이 전공정(팹)은 경기도, 후공정은 충청도로 양분된 상황에서 후공정 거점이 양쪽으로 분산되는 게 관건이다.
이 밖에 기존 후공정 라인 거점인 온양캠퍼스에 추가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나, 온양캠퍼스는 이미 유휴부지가 없을 만큼 건물들이 들어차 있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신규 부지에 골조 공사부터 시작하려면 최소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투자 시급성과 효율을 따져 후보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