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인터포저 빠지는 2.1D 패키지가 타깃
다이 직접 실장하려면 L/S 줄이기가 관건

반도체 업계가 차세대 패키지 기판(서브스트레이트) 및 인터포저용 소재로 글래스를 낙점하면서 디스플레이 후방 업계가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글래스는 기존 LCD 시절부터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업계가 다뤄왔기에 친숙하고, 기존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텔은 2020년대 후반 '글래스 코어 기판'을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노란색 상자 안이 관련 내용. /자료=인텔
인텔은 2020년대 후반 '글래스 코어 기판'을 도입하겠다고 천명했다. 노란색 상자 안이 관련 내용. /자료=인텔

 

글래스 기판, 2.1D 패키지로 만들려면 2/2μm 필요

 

반도체 업계가 차세대 패키지용 소재로 글래스를 택한 건 얇고, 상대적으로 강직도가 높아 가공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FR4(유리섬유+에폭시 수지)를 코어층으로, ABF(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를 앞뒤로 여러장 쌓아가며 레이어를 구성한다. 

반도체 업계가 글래스로의 교체를 추진하는 부분은 FR4로 된 코어층이다. FR4는 절연성이 좋고 유연해 PCB(인쇄회로기판)용 기판 소재로 널리 쓰인다. 다만 유리섬유에 에폭시 수지를 함침시켜 만드는 만큼 초박형으로 생산하기 어렵고, 열을 가했을때 잘 휜다. 내부를 구성하는 소재들의 열팽창 계수가 상이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판이 휘면 회로 패턴을 만들었을 때 정렬이 틀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탓에 L/S(라인/스페이스, 회로 선폭과 선폭 사이 공간을 뜻함)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L/S 수치가 작을수록 약간만 기판이 휘어도 정렬이 크게 틀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CPU⋅GPU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2.5D 방식으로 패키지한다면, 실리콘 인터포저를 쓴다는 가정 하에 9/12μm(마이크로미터) 정도의 L/S는 구현되어야 한다. 

실리콘 인터포저를 쓴 2.5D 패키지(위)와 인터포저를 뺀 2.1D 패키지. /자료=SKC앱솔릭스
실리콘 인터포저를 쓴 2.5D 패키지(위)와 인터포저를 뺀 2.1D 패키지. /자료=SKC앱솔릭스

최근 글래스 기판 사업에 진출한 SKC앱솔릭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2.1D 타입의 글래스 기판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2.1D 패키지는 CPU⋅GPU와 HBM을 병렬로 연결하는 건 2.5D 패키지와 동일하지만, 각 칩을 직렬 연결하는 실리콘 인터포저를 생략한다는 점만 다르다. 패키지 기판 자체의 L/S를 극소화 해 반도체 칩을 기판 상에서 서로 연결한다는 컨셉트다. 

마치 건물과 건물 사이에 ‘무빙워크’를 설치해 빠르고 간편하게 오갈수 있도록 만든 것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패키지 두께를 더 얇게 만들고, 실리콘 인터포저 원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리콘 인터포저 없이 글래스 기판 위에 반도체 칩을 바로 올리려면 어느 정도의 L/S가 필요할까. 이는 삼성전기의 SOS(System on Substrate) 기술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삼성전기의 SOS도 인터포저 없이 반도체를 2.1D 패키지 하는 기술이다. 삼성전기는 SOS를 양산하기 위해 L/S를 2/2μm 정도까지는 구현해야 할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전기 역시 2/2μm의 L/S를 확보하기 위해 글래스 기판 코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용 글래스 기판. /사진=SKC앱솔릭스
반도체용 글래스 기판. /사진=SKC앱솔릭스

 

디스플레이 소부장 회사들, 연구개발 활발

 

이처럼 반도체 후공정에서 글래스 기판을 활용한 돌파구가 나오면서 디스플레이 소부장 업계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레이저 장비업체 필옵틱스는 글래스 기판 내에 수직 구멍을 뚫는 TGV(글래스관통전극) 설비를 개발, 고객사와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TGV는 HBM의 TSV(실리콘관통전극) 처럼, 기판 아래위층간 신호전달을 위해 뚫는 구멍이다. 

기재에 수직 방향으로 구멍을 내고, 그 사이를 구리로 채우면 아래위 레이어 간에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 필옵틱스는 그동안 디스플레이 글래스 기판에 흠을 내고(스크라이빙), 자르는(컷팅) 장비들을 디스플레이 회사에 공급해왔다. 

OLED 검사장비 업체 HB테크놀러지는 글래스 기판 검사 장비를 개발해 공급을 타진 중이다. 원래 이 회사 AOI(시각검사장비)는 OLED⋅LCD의 TFT(박막트랜지스터) 제작시 결함을 검출하는데 사용한다. 검출 감도(최저 0.4μm)가 높아 반도체 글래스 기판용 검사장비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래스 기판에 TGV를 가공한 모습. /사진=피닉스아이엔씨
글래스 기판에 TGV를 가공한 모습. /사진=피닉스아이엔씨

글래스 정밀가공 업체 중우엠텍은 레이저를 이용한 TGV 가공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 LMCE(Laser Modification Chemical Etching) 기술로 최저 3μm 두께의 TGV 홀을 1초에 7000개까지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글래스 기판을 넘어 글래스 인터포저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글래스 인터포저는 기판 대비 정밀도가 더 높다.

이 밖에 폴더블 스마트폰용 UTG(초박막유리) 생산업체 피닉스아이엔씨도 TGV 인터포저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 전문가는 “글래스 기판은 디스플레이 회사들에게 친숙한 소재”라며 “미세함 측면에서 구현 난이도가 높지만 소재를 다루는 기술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텔은 지난 5월 ‘APJ 패키징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글래스 기판 도입 계획을 공식화 했다. 반도체 양산 기업들 중 글래스 기판 도입 계획을 천명한 건 인텔이 처음이다. 인텔은 ‘글래스 코어 서브스트레이트’를 2.5/3D 및 하이브리드 본딩에 이은 차세대 인터커넥트(연결) 기술로 분류했다. 인텔측은 “2020년대 후반에 관련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향후 3~4년 내 관련 산업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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