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사된 83인치는 전체 생산량의 2% 미만
65⋅55인치는 삼성디스플레이 QD-OLED와 직접 경쟁

지난해 무산됐다 올해 극적 성사된 삼성전자의 LG디스플레이 TV용 WOLED 도입 프로젝트가 내년에 확대되기 힘들 전망이다. 올해 83인치에 이어 77인치, 내년에 TV 시장 주력인 65⋅55인치로 확산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로서는 부정적 기류가 팽배하다. 

무엇보다 65⋅55인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라인의 주력 생산 모델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LG전자 OLED TV. /사진=LG전자
LG전자 OLED TV. /사진=LG전자

 

VD, 내년에 65⋅55인치 구매 힘들듯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LG디스플레이로부터 83인치 및 77인치 TV용 WOLED 패널 구매를 추진했고, 최근 83인치 패널 구매가 성사됐다. 삼성전자의 83인치 OLED TV는 국립전파연구원 적합 등록까지 마쳤다. 적합 등록은 TV 등 방송통신기자재를 제조·판매·수입하기 위해 받는 절차로 통상 등록 후 3개월 내 출시가 이뤄진다. 조만간 LG디스플레이 WOLED 패널을 장착한 삼성전자 TV를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번 83인치 패널 공급은 두 회사 합작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 조치에 그친다. 83인치 TV 판매량 자체가 많지 않기에 LG디스플레이 차원에서도 가동률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TV용 WOLED 패널 생산량은 650만대로 추정되는데, 이 중에 83인치 생산량은 10만대 안팎이다. 비중으로는 2%도 안 된다. 삼성전자가 구매한 물량은 수만대 이하에 그칠 것으로 본다. 

생산 비중이 큰 제품은 55인치(약 40%)와 65인치(27%)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구매해 65인치 및 55인치 제품을 출시해야 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당초 두 회사간 협력설이 처음 나왔을때, 업계는 2024년 기준 삼성전자의 LG디스플레이 WOLED 패널 구매량을 200만대로 추정했다. 이는 65⋅55인치 패널 구매가 성사될 때를 가정한 계산이다. 83·77인치로는 이 정도 물량을 절대 소화할 수 없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다만 최근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는 내년 WOLED TV 모델 확대에 부정적 자세로 돌아섰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65⋅55인치 WOLED를 탑재한 TV를 출시하지 않을 전망”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패널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생산라인인 Q1은 8.5세대(2200㎜ X 2500㎜) 기판 사이즈로 생산된다. 8.5세대는 65인치 3장과 55인치 2장으로 자를 때, 기판이 버려지는 양이 가장 적다. 면취 효율이 가장 높다는 뜻이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도 Q1 양산과 함께 65⋅55인치 패널을 집중 생산해왔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LG디스플레이로부터 구매한 83인치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지 않은 크기다. 그러나 65⋅55인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력 생산하는 크기라는 점에서 삼성전자 역시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 캡티브 물량 우선 챙기기”

 

원래 삼성은 세트 사업과 부품 계열사를 수직계열화하면서도 상호간 무한경쟁을 원칙으로 했다. 그러나 지난해 거시경제 이슈 탓에 업황이 급락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공급과잉이 극심해지자 최근 경쟁 분위기가 다소 완화됐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 MX(스마트폰) 사업부는 일본 키옥시아 낸드플래시 탑재 비중을 줄이는 대신 삼성전자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는 양을 늘리고 있다”며 “메모리 재고를 해소하기 위한 그룹의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산업 전반적으로 재고가 산적한데, 특히나 D램 대비 낸드플래시는 좀처럼 사업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MX 사업부는 또 내년에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리지드 OLED를 대량 구매해 중저가 라인업에 탑재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리지드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탕정 A2 라인에서 생산한다. A2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업체 향 판매가 크게 줄면서 가동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내년에 MX 사업부가 리지드 OLED를 대량 구매해주면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삼성전자 세트 사업이 부품 사업을 우선적으로 챙겨주는 분위기라면, VD 사업부가 나서서 LG디스플레이로부터 65⋅55인치 WOLED 패널을 구매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VD 사업부에 WOLED 패널 채택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며 “TV 업황이 코로나19 당시처럼 극적으로 돌아서지 않으면 WOLED 패널 확대 구매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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