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매출 반토막, 적자 반전
LX그룹, 매그나칩 인수하려면 1조원 이상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IT 기기 수요 증가로 높은 실적을 거뒀던 매그나칩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 회사 주력 제품인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출하가 크게 줄면서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매그나칩은 2021년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되려다 무산됐고, 지금은 구본준 회장의 LX그룹과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폰용 DDI. /사진=시냅틱스
스마트폰용 DDI. /사진=시냅틱스

 

1년만에 반토막난 매출

 

매그나칩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3분기 매출 7119만달러, 영업손실 1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한화로 환산하면 매출은 약 902억원, 영업손실 규모는 126억원 수준이다. 

1년 전 매그나칩 실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회사 같았다. 매출은 1억2700만달러, 영업이익은 2000만달러 수준이었다. 1년만에 매출은 절반으로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3분기 누적으로 이 회사 영업이익은 487만달러로, 아직 4분기 실적 발표 전이지만 연간 기준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매그나칩의 사업부문은 크게 두 개다. DDI를 판매하는 ‘프로덕트 비즈니스’와 경북 구미 8인치 팹을 뜻하는 ‘팹3 파운드리’ 서비스로 나뉜다. 지난 3분기 팹3 파운드리 매출은 12% 줄어들었지만, 프로덕트 비즈니스는 46%나 감소했다. 결국 DDI 출하량 정체가 실적 하락을 이끈 셈이다. 

매그나칩 매출 현황. /자료=매그나칩
매그나칩 매출 현황. /자료=매그나칩

현재 매그나칩의 가장 큰 DDI 고객사는 삼성디스플레이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매그나칩 외에도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아나패스로부터 DDI를 수급한다. 공급량은 시스템LSI가 가장 많고, 매그나칩은 중저가 패널용 DDI 공급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A3 라인은 애플 ‘아이폰14’ 시리즈용 패널 제조 물량 덕에 풀가동에 가까운 가동률을 유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중저가 패널을 생산하는 A2 가동률은 30~40%선에 그쳤다. A2 라인의 주요 고객사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비보⋅오포⋅샤오미 등)의 판매량이 저조한데다 삼성전자 MX사업부의 A⋅M 시리즈 출하도 좋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판매량은 1년 전 대비 12.4% 줄었다. 중저가 패널용 DDI를 공급하는 매그나칩으로서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팹리스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시스템LSI의 DDI 매출은 크게 줄지 않았던데 비해 매그나칩의 DDI 출하는 크게 감소했다”며 “올해도 아이폰을 제외하면 중저가 스마트폰 출하 전망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자료=삼성디스플레이

 

LX세미콘이 매그나칩 인수에 미칠 영향은

 

매그나칩의 실적이 1년만에 급반전하면서 이 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LX세미콘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5월 LX세미콘은 매그나칩 매각 주관사인 미국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의 최대 DDI 공급사인데, 매그나칩 인수에 성공한다면 삼성⋅LG디스플레이 모두에 칩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다만 LX세미콘이 매그나칩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지난 반년간 시장 환경은 급변했다. 5월 1200원대 중반이던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00원을 훌쩍 넘겼다. 근래들어 다시 1200원대로 내려왔지만 이제는 매그나칩의 실적 향배가 변수다. 

2021년 매그나칩을 인수하려던 중국계 사모펀드가 베팅했던 금액은 14억달러(약 1조7780억원)다. LX세미콘 역시 최소 1조원 이상의 금액을 들여야 매그나칩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요즘처럼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고, 매그나칩의 실적이 고꾸라지는 상황에서 선뜻 써내기는 힘든 금액이다. 

지난해 5월 기준 1주당 20달러를 넘나들던 주가는 현재 10달러에도 못미친다. 인수의향서를 내던 당시 계산과는 기업가치를 달리 산정할 수 밖에 없다. 

매그나칩의 실적 하락은 삼성디스플레이 중저가 패널 출하 정체와 관련이 크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판매량이 줄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중저가 패널 판매 역시 감소했다. 사진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의 'S12'. /사진=비보
매그나칩의 실적 하락은 삼성디스플레이 중저가 패널 출하 정체와 관련이 크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 판매량이 줄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중저가 패널 판매 역시 감소했다. 사진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의 'S12'. /사진=비보

매그나칩을 인수함으로써 삼성⋅LG디스플레이 모두에 DDI를 공급할 수 있다는 목표 역시 리스크가 크다. 서플라이체인을 공유하지 않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관례상, 매그나칩이 LG디스플레이 핵심 협력사에 인수된다면 향후 삼성디스플레이 조달 전략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외에도 아나패스라는 대안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0년부터 아나패스로부터 구매하는 DDI 물량을 늘리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DDI는 디스플레이 품질을 결정하는 주요 부품 중 하나”라며 “매그나칩이 LX세미콘에 인수된 뒤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동일한 조달 물량을 유지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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