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시 비용 들여 폐기 수순
차기 투자 시기에 따라 천천히 매각할 수도
"LGD, 차기 TV용 OLED 투자 공간 국내 유턴"

삼성⋅LG디스플레이가 국내서 LCD 사업을 종료하거나 규모를 축소하면서 매각 대기 중인 중고장비 매물이 눈처럼 쌓이고 있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서 용도폐기된 장비는 중국 내 신생 디스플레이 업체가 매입해 재가동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LCD 시황이 극도로 침체된데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동시에 라인 정리에 들어가면서 이들을 받아줄 원매자를 찾기가 극히 어렵다.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OLE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OLED 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쏟아지는 중고 LCD 장비 매물

 

현재 국내서 가동을 중단한 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LCD 라인은 최소 3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8 2층의 오른쪽, 왼쪽에 각각 유휴 LCD 라인이 들어차 있고, LG디스플레이도 이달 중 P7 가동을 중지한다.

이들 생산장비는 이미 감가상각이 다 끝난 설비들이지만 LCD 생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 때문에 삼성⋅LG디스플레이는 어떻게 해서든 중고 장비를 매각하려 한다. LCD 생산에 쓰던 공간(클린룸)을 비우는데도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중고장비 매각 대금으로 벌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 LCD 투자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 신생 회사가 LCD 사업을 시작하려면 정부 보조금을 받아야 하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보조금 수령이 거의 불가능하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매물로 내놓은 다량의 7⋅8세대급 중고 장비를 받아줄 회사가 없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앞줄 가운데 공장이 L7 공장이다. L7-1은 이미 A4로 전환됐고, L7-2가 A4E로 전환투자될 예정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앞줄 가운데 공장이 L7 공장이다. L7-1은 이미 A4로 전환됐고, L7-2가 A4E로 전환투자될 예정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앞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매각을 시도한 L8 1층 왼쪽 공간 내 설비들은 여러번 유찰을 거쳐 결국 새주인을 찾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매자를 찾지 못한 설비들은 결국 고철 처리 외에는 방법이 없다.

LCD 라인은 아니지만 두 회사의 1세대 OLED 팹이라 할 수 있는 4.5세대 설비들도 원매자를 찾기 힘들 전망이다(KIPOST 2022년 3월 1일자 <디스플레이 업계, 4.5세대 OLED 팹 처리 방안 고민> 참조. LCD에 1세대 OLED까지 중고장비 시장에 매물이 넘친다. 

따라서 시장에 나와 있는 3개의 LCD 라인 모두 고철 폐기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패널 업체 입장에서는 가급적 매각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제는 중국에서도 7⋅8세대 LCD 투자로 보조금은 못받는다”고 설명했다.

 

차기 투자 시기가 변수

 

변수는 두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차기 투자 시기다. 당장 LCD 생산 공간을 비우고 차기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면 고철로라도 중고 설비들을 처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간 여유를 갖고 천천히 매각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단 L8 1층 왼쪽 공간이 비워지고 있고, 같은 아산캠퍼스 내 A4E에 6세대급 투자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매각이 급하지는 않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시황을 감안해 차기 투자를 서두를 이유는 없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추가 투자 공간으로 중국 광저우 공장보다는 이번에 가동을 중단하는 파주 P7을 더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에도 추가 투자를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최근 미중간 무역분쟁 등 각종 정치적 변수 탓에 추가 투자를 이어가기는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박진한 이사는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라인을 추가 구축한다면 광저우는 아닐 것”이라며 “외교적 변수가 많아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근거는 희박하지만 최근 대만 내 외신을 중심으로 미국이 디스플레이용 장비의 중국 내 반입 역시 차단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미국 상무부 제재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집중돼 있지만, 이를 디스플레이까지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공장에 추가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된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어차피 내년까지 디스플레이 시황이 살아나기는 힘들고, TV용 OLED 추가 투자를 하더라도 내후년의 얘기가 될 것”이라며 “P7은 그 안에만 공간을 비우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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