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쟁 도입 실패, 정부 낙하산 요직
부족한 인력 문제 등 산적

/사진=S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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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트 린 국립타이완대학교 물리학부 리서치펠로우는 23일 디지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도 존재감이 미미한 이유를 네 가지로 분석했다. 지난 30년간 중국 경제는 눈부시게 발전했고, 그에 맞춰 반도체 제조업 분야에 많은 투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국⋅대만⋅일본에 반도체 제조 경쟁력은 비할 바가 못 된다. 

린 박사가 꼽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첫 번째 문제는 시장 경쟁 도입 실패다. 중앙 혹은 지방 정부 주도로 초기 투자가 이뤄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회사가 설립된 후에는 정부 역할은 축소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사가 성장하고 기술이 발전하려면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그러나 정부 지분이 여전히 크게 자리잡고 있다 보니 기업이 자율적으로 파이낸싱에 나서기 어렵다. 

이는 R&D 프로젝트나 설비투자처럼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회사가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만들었다는 게 린 박사의 분석이다. 

두 번째 문제 역시 첫 번째 문제에서 비롯된다. 첫 투자를 정부 주도로 전개했다는 점에서 회사 내 요직을 정부측 인사들이 대부분 차지하는 게 반도체 제조사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들은 대부분 행정⋅금융 분야에서는 전문가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중요 직책은 반도체 기술을 잘 이해하는 엔지니어 출신들이 승진 임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정부측에서 파견된 요인들의 존재는 회사 경쟁력을 저해한다. 

중국 반도체 제조 경쟁력이 성장 하지 못하는 이유 세 번째는 인력 문제다. 현재 중국 반도체 제조업에서 필요한 인력 규모와 종사자의 격차는 약 20만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해 중국에서는 20만개 대학에서 수백만명의 전자공학 전공자가 배출된다. 이러한 구조를 보면 반도체 제조업 분야의 인력 미스매치는 금세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중국 경제 발전에 따라 금융⋅은행⋅인터넷⋅부동산 등 고임금 일자리에 전자공학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전공자들 역시 반드시 반도체 업체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임금⋅복지를 따라간다. 이는 반도체 제조업계 인력 가뭄이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린 박사가 분석한 중국 반도체 산업의 마지막 문제점은 규모의 경제 달성 실패다. 반도체 제조업에서 특정 분야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 15% 정도는 확보해야 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갖는 중국 업체가 SMIC와 YMTC 정도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SMIC의 점유율은 5~6%에 불과하고,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YMTC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2%다. 그나마도 두 회사 모두 미국 상무부 제재 대상(Entity List)에 오름으로써 설비 투자에 심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린 박사는 “2022년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6.7% 남짓”이라며 “중국은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서 막대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반도체 분야에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 수정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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