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8.6세대 LCD 11월 가동률 90%
시노리서치 "중국 대형 LCD 가동률 75% 돌파"

디스플레이 업계가 극도의 업황 하락에 신음하는 와중에 중국 업체들이 11월들어 가동률을 정상 수준 가까이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업계 전반의 재고 일수가 길고, TV 세트 업체들이 타이트한 재고 전략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미리 선행생산 하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이달 가동중단에 들어가는 LG디스플레이 P7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료=시노리서치
/자료=시노리서치

BOE 8.6세대 LCD 11월 가동률 90%

 

중국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는 중국 대형 LCD 업체 가동률이 11월 평균 75%를 넘어섰다고 22일 밝혔다. 지난 9월 60%대까지 떨어졌던 가동률이 일단 수치상으로는 크게 개선된 모습이다.

세대별로 보면 10.5세대 및 11세대 라인 가동률이 10월 72.7%에서 77.3%로 4.6% 포인트 올랐고, 8세대 및 8.6세대 가동률이 76.3%로 전달 대비 6.3% 포인트 높아졌다.

업체별로 보면 주요 기업의 가동률이 거의 정상 범위에 근접했다. BOE의 10.5세대 LCD 라인 가동률은 87%, 8.6세대 라인 가동률은 90%를 기록했다. 8.6세대 LCD 라인을 집중 가동하는 HKC의 경우 11월 평균 가동률로 86%를 달성했다. CSOT 역시 8.5세대 LCD를 생산하는 광둥성 T1과 T2의 가동률을 11월들어 10% 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 병원 응급진료소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사진=경제관찰보
중국 베이징 병원 응급진료소에서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 /사진=경제관찰보

중국 패널 업체들의 이 같은 가동률 현황은 업계 예상 밖이다. 아직 디스플레이 산업 전 영역에 재고가 적지 않고, 소비자들 구매 심리 역시 회복되지 않아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체 LCD 시장 재고일수는 4.1주로 집계됐다. 지난 8월 4.8주 대비해서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가동률을 무턱대고 높일 정도는 아니다. 

이에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가동률 상승 요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바로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다. 베이징⋅쓰촨성 등 인구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면서 도시 재봉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폭스콘 정저우 공장처럼 코로나19 확산 탓에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을 대비해 LCD 선행생산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만 중앙통신사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베이징⋅쓰촨성 전체 인구의 50%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톈진⋅후베이⋅허난⋅루난⋅안후이 등지의 감염율도 20~50%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은 대부분 인구 밀집지에 몰려 있다. /자료=DB금융투자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은 대부분 인구 밀집지에 몰려 있다. /자료=DB금융투자

BOE의 8세대급 LCD 라인은 베이징과 허페이, 10.5세대 라인을 우한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CSOT LCD 라인은 대부분 광동성에, 1개만 장쑤성에 위치한다. 모두 인구 밀집지다. 특히 중국 방역 당국이 지난 14일 이후로는 무증상 감염자 통계 발표를 중단함으로써 정부 집계에 대한 신뢰도도 낮아졌다. 

시노리서치측은 “TV 등 LCD 수요를 창출하는 세트 수요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 패널사들의 가동률 높이기 작업은 코로나19 탓에 공장 가동이 정지할 경우를 대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이달 P7 가동 정지

 

이와 함께 중국 업체들이 이달 가동 정지에 들어가는 LG디스플레이 P7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 P7은 LG디스플레이가 국내서 마지막으로 유지하고 있는 TV용 LCD 라인이다. LG디스플레이는 향후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 IT용(모니터⋅노트북PC) LCD는 계속 생산하지만, TV용 LCD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원래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중 P7 가동을 멈추려 했으나, 올들어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자 그 시점을 앞당겼다. P7은 이미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줄여오면서 현재는 7세대(1950㎜ X 2250㎜) 월 7만장 수준까지 떨어졌다.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 /사진=LG디스플레이

중국 내 8세대급 LCD 생산라인을 모두 합치면 월 240만장에 달한다는 점에서 P7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다만 지난 2016년 삼성디스플레이가 L7-1 7세대(1870㎜ X 2200㎜) 라인 가동을 중단했던 당시,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업황이 급반전 한 바 있다. LCD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세트 업체들의 LCD 재고 축적 욕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2016년보다 시장상황이 더 좋지 않은 탓에 당시와 같은 호황은 기대할 수 없다. 그래도 패널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남은 경쟁사들에게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중국 내 10.5세대급 라인 중 일부는 LCD 패널 생산량에 연동해 정부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게 계약된 곳들이 있다”라며 “이러한 라인들은 시황과 관계없이 보조금 요건에 맞추기 위해 가동률을 높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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