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도 사양기술인 LTPS LCD
최근 업황 감안하면 투자 타당성 떨어져

지난달 말 중국 BOE는 290억위안(약 5조3400억원)을 들여 베이징시에 6세대(1500㎜ X 1850㎜)급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짓겠노라 발표했다. 이에 장비 업계는 BOE가 B7(충칭)⋅B11(몐양)⋅B12(충칭)⋅B15(푸칭)에 이은 다섯번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 부지를 낙점한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실제로 베이징에 짓겠다는 B20은 LTPS 및 LTPO LCD 생산라인으로 관측되며, 스케줄대로 실행할 지 여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사진= BOE
/사진= BOE

 

40억위안 장비 대금 밀린 BOE, 290억위안 투자

 

BOE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많은 단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BOE가 밝힌 내용은 ▲투자금액 290억위안 ▲기판 사이즈는 6세대 ▲TFT 기술은 LTPO ▲타깃 애플리케이션은 VR(가상현실) 기기 및 자동차 ▲투자 금액의 40%는 BOE가 부담하며, 나머지는 베이징시 정부 보조금과 은행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는 정도다. 

사실 최근의 디스플레이 및 IT 업황을 감안할 때 어떤 애플리케이션, 어떤 테크놀러지를 타깃한 투자도 타당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시장조사업체 시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은 70%선을 턱걸이했다. 패널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이미 대부분의 제품가가 원가 이하로 떨어져서다. 적어도 내년 3분기까지 디스플레이 업황이 정상화 되리라고 보긴 어렵다.

BOE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40억위안 규모의 장비 대금도 시황 악화를 이유로 미지급한 상태다. 5조원 규모의 신규투자가 가당치 않다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

BOE의 B20 투자 관련 공시. /자료=BOE
BOE의 B20 투자 관련 공시. /자료=BOE

더욱이 BOE가 투자한다는 생산라인은 OLED가 아닌 LCD 타입으로 관측된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대표는 “BOE가 LTPO 타입으로 투자한다고는 했지만, 현재 논의되는 장비 규격은 LTPS LCD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실제 OLED 투자를 위해 가장 먼저 접촉해야 할 증착설비(Evaporation) 업체들과는 별다른 논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OLED 장비 중 납기기 가장 긴 게 증착설비다.

주요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들도 B20의 투자 방향을 LTPS LCD로 판단한다. 옴디아에 따르면 BOE는 2023년 B20 공사를 시작해 내년 연말 장비발주, 2025년 램프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생산품목은 LTPS 및 LTPO LCD다. 데이비드 셰 옴디아 연구원은 “가동률 하락에 분투하고 있는 기존 LCD 패널 업체들에게 BOE의 신규 LTPS LCD 투자 결정은 뜻밖의 소식”이라고 말했다.

DSCC도 BOE가 B20에 LCD 투자를 단행함으로써 내년 LCD 설비투자 감소폭이 11%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같은 기간 OLED 투자규모가 23% 줄어드는 것과 비교하면 LCD 투자 시장은 B20 덕분에 비교적 선방할 것이란 설명이다. 옴디아⋅DSCC 모두 B20의 생산품목이 LCD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내년도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전망. /자료=DSCC
내년도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전망. /자료=DSCC

 

중국서도 사양기술인 LTPS LCD

 

따라서 BOE의 B20 투자가 현실화되기 어렵거나 적어도 스케줄대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주도권이 이미 OLED로 넘어간 탓에 앞으로 LTPS LCD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지난해 OLED의 스마트폰 침투율은 40% 정도로, 그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산업 볼륨이 정체된 상황에서 OLED 침투율이 높아져가면 LTPS LCD의 설 자리는 그 만큼 좁아진다.

BOE가 타깃 애플리케이션으로 꼽은 VR(가상현실) 기기 및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도 고급 제품은 OLED가 침투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미 3개의 OLED 생산라인을 투자하고, 1개의 잠정 투자안(B15, 푸칭)을 준비해 둔 BOE가 빈 OLED 생산라인을 두고 새로 LTPS LCD 라인을 까는데 서두를 필요는 없다.

애플 VR 기기 컨셉트 사진. /사진=맥루머스
애플 VR 기기 컨셉트 사진. /사진=맥루머스

허무열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LTPS LCD 기술은 중국에서도 사양기술로 접어들었다”며 “BOE가 내부 목표대로 내년 말 장비 발주에 나설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대표는 “B20은 기존 B15(6세대 OLED)나 B17(10.5세대 LCD) 처럼 투자가 딜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일단 내년 잠정 수주 후보로 꼽고는 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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