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녹색 VS 적색 LED, 완전 다른 기술
국내는 청색 LED 중심으로만 양산

AR(증강현실) 디스플레이용 솔루션으로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가 각광받고 있지만, 3원색의 한 축인 적색 칩은 국내서 수급하는 게 불가능할 전망이다.

MOCVD-에피웨이퍼-칩으로 이어지는 서플라이체인이 국내서 종적을 감춘데다, 적색 LED는 국내 투자가 번성했던 청색⋅녹색과는 기반이 다른 기술이기 때문이다. 

적색 LED.
적색 LED.

LED 산업 취약한 국내…적색은 R&D조차 미약

 

최근 마이크로 LED를 적용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부각되는 분야는 AR 디스플레이다. VR(가상현실) 기기가 외부광을 완전 차단한 상태에서 사용되는 것과 달리, AR은 일반 안경처럼 생긴 기기 렌즈에 화상을 투영하는 방식이다. 외부광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높은 휘도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 때문에 AR 만큼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보다는 무기물 기반의 LED, 그 중에서도 픽셀 크기를 100μm 미만으로 줄인 마이크로 LED가 각광받는 것이다. 향후 VR은 OLED, AR은 LED로 시장이 양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로 크게 번성했던 국내 LED 산업은 삼성LED(현재 삼성전자 DS부문에 흡수)와 LG이노텍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크게 위축됐다. LED 에피웨이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MOCVD(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가 필요한데, 이제는 두 회사 모두 거의 장비 매각을 완료했다.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는 LED로 픽셀 하나하나를 구성하기에 적색, 녹색, 청색 모두 중요하다.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는 LED로 픽셀 하나하나를 구성하기에 적색, 녹색, 청색 모두 중요하다. 

LG이노텍과 달리, 삼성은 공식적으로 LED 사업 철수를 천명하지는 않았지만 R&D(연구개발) 규모 정도의 MOCVD만 남긴채 나머지는 매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청색과 녹색 LED 일부를 공급할 수있는 규모의 MOCVD 정도만 가동하고 있다”며 “적색 LED는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적색 LED는 같은 3원색을 구성하는 LED이기는 하나 청색⋅녹색과는 기반 기술이 다르다. 청색⋅녹색이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GaN(질화갈륨) 층을 쌓아 발광하는 데 비해 적색 LED는 GaAs(갈륨비소) 웨이퍼 위에 증착해 만든다. 이 때문에 청색⋅녹색 LED와 적색 LED는 R&D와 양산 투자도 제각각 이뤄져야 한다. 

박준범 한국광기술원 마이크로LED 연구센터 박사는 “청색⋅녹색 LED의 효율과 수명을 개선했다고 해서 적색 LED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며 “청색⋅녹색 LED 시장이 커지다 보니 적색 LED에 대한 R&D 투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색 중심으로 성장했다 사라진 국내 LED 산업

 

2010년 전후로 국내 LED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LCD 내 BLU(백라이트유닛)용 광원으로서의 용도와, 다른 하나는 일반 조명용 광원 수요다. 두 분야 수요가 동시에 폭발하며 삼성LED⋅LG이노텍은 한때 각각 200대가 넘는 MOCVD를 운용하기도 했다. 

백색광을 내는 LED는 청색 LED 칩에 노란색 형광체를 도포해 만든다. /사진=삼성전자
백색광을 내는 LED는 청색 LED 칩에 노란색 형광체를 도포해 만든다. /사진=삼성전자

다만 BLU용 광원이나 조명용 광원은 모두 청색 LED 칩만을 필요로 한다. 청색 칩 바깥에 황색 형광체를 도포해 백색(청색+황색)광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당시 적색⋅녹색 LED 칩은 경관용 조명에나 일부 쓰일 뿐이었기에 산업이 청색 LED를 중심으로 성장한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나마 녹색 LED는 청색 LED와 기반 기술이 유사하기에 국내에 일부 노하우가 쌓여 있지만, 적색 LED는 국내에 축적된 연구 성과가 거의 없다. 적색⋅녹색⋅청색 LED 칩이 각각 하나의 픽셀을 이뤄야 하는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구조를 감안하면 픽셀의 3분의 1을 어디선가 구해와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AR용 디스플레이로 마이크로 LED를 검토하는 삼성전자 MX사업부도 적색 LED 칩은 대만 에피스타가 생산한 제품을 수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피스타는 적색 LED 생산 기술을 선도하는 아리마옵토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적색 LED 칩 메이커가 됐다”며 “국내서는 청색 정도만 생산하고 녹색⋅적색은 해외서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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