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신재료 개발 업체서 재활용 업체로 탈바꿈
OLED 양산 규모 증가에 따라 재활용 수요도 성장

과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 공급사였던 씨엠디엘이 증착 후 재료 재활용 사업으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OLED 증착 공정은 값비싼 유기재료가 실제 유리기판에 안착하는 비율이 극히 낮다는 점에서 이를 재활용해 공정에 재투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OLED용 유기재료. /사진=머크
OLED용 유기재료. /사진=머크

재료 사업 덜어낸 씨엠디엘 실적 향상 이유는?

 

씨엠디엘이 지난달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72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매출 192억원, 영업이익 52억원에 비하면 각각 41%, 67%씩 증가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31%로, 이익률만 놓고 보면 국내 최대 OLED 재료 업체 덕산네오룩스(26%) 수준을 상회한다. 

씨엠디엘은 원래 OLED용 유기재료를 개발, 공급하던 CS엘쏠라가 전신이다. 이후 사명이 엠비케이머티리얼즈・스킨앤스킨 등으로 변경됐고, 2017년 현재의 이름으로 정착했다.

과거 CS엘쏠라・엠비케이머티리얼즈 시절만 해도 이 회사는 OLED 내 공통층⋅발광층 재료를 개발해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더 이상 신재료를 개발하거나 공급하지는 않는다. 대신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용 후 폐기한 OLED 재료를 받아다가 정제해 공급하고 있다. 

OLED 증착 공정은 고온으로 끓인 유기재료가 기화하면서 유리기판에 들러붙는 원리를 이용한다. 그러나 기화된 유기재료 중 실제 유리기판에 착지하는 비율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챔버 벽과 섀도마스크(FMM) 등으로 불시착한다. 

OLED 재료 중 일부 도판트류는 1g에 수백달러에 달한다. 유리기판에 안착하지 못한 재료들을 가져다가 재활용할 경우,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료 구입비 상당 부분을 절감할 수 있다. 씨엠디엘의 OLED 재료 재활용 사업은 이 지점을 파고든 것이다.

특히 씨엠디엘은 원래 OLED 재료용 정제(Sublimation) 설비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유기재료 재활용 사업 진출이 용이했다. OLED 재료용 정제설비 시장은 씨엠디엘과, 역시 국내 업체인 피브이디가 양분하고 있다. 피브이디는 따로 OLED 재료 재활용 사업에 진출하지는 않았다.

유기재료 증착 원리. 기화된 유기재료 중 실제 유리기판에 안착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유기재료 증착 원리. 기화된 유기재료 중 실제 유리기판에 안착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한 OLED 재료업체 대표는 “도판트류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단가가 비싸고, HTL(정공수송층) 등 공통층 재료는 단가는 낮지만 사용량이 워낙 많다”며 “어떤 재료든 재활용 품질만 유지할 수 있다면 수요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씨엠디엘의 유형자산은 2020년 80억원에서 지난해 158억원으로 두 배로 늘었다. 이 기간 재활용 설비에 대규모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OLED 재료 재활용 사업에 진입하려면 더 이상 신규 재료 사업은 지속할 수 없다. 재활용 대상이 되는 재료 공급사들과 특허 시비가 붙을 수 있어서다. 예컨대 적색・녹색 발광층용 도판트는 미국 UDC(유니버설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데, 이를 정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과정에서 UDC가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OLED 재료 정제 사업은 철저히 임가공 회사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직접 OLED 재료를 개발하고 공급했던 씨엠디엘이 이제는 신재료 개발에서는 손을 뗀 이유다.

OLED 재료 하나를 개발하는데 연간 30억~40억원의 자금이 소요되고, 개발 기간만 최소 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활용 사업의 타당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씨엠디엘의 유기재료 정제장비. /사진=씨엠디엘
씨엠디엘의 유기재료 정제장비. /사진=씨엠디엘

LG디스플레이도 유기재료 재활용 비중 늘릴 것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7년을 전후로 재료 재활용 비중을 늘려온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최근에서야 재활용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증착 공정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증착 대비 재료 사용 효율이 높다. 기화된 OLED 재료 중 유리기판에 안착하는 비중이 더 큰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OLED 재료를 재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스마트폰용 OLED 대비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근 LG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용 OLED 설비 투자가 늘고, 향후 투 스택 탠덤 공정까지 도입한다는 점에서 유기재료 재활용 비중을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 스택 탠덤은 OLED 레이어들 중 실제 색상을 내는 발광층이 2개층으로 구성된 것을 뜻한다. 레이어 수가 많은 만큼 증착 공정 스텝수가 늘고, 폐기되는 재료량도 늘어난다.

한 증착장비 업체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도 LT소재 등 관계사를 통해 OLED 재료 재활용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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