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장으로 SW 개발방식 과거와 달라져
데이터센터부터 엣지까지 이르는 모든 길목에서 경쟁

‘선택과 집중’은 기업 경영 전략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전략이다. 우선순위를 고려해 자원을 집중 투입하라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를 통해 사업을 일정 궤도 이상으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최근 컴퓨팅 업계에서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풀스택(Full-Stack)’ 전략이 더욱 부상하고 있다.  CPU, GPU, 모바일 AP 각 영역에 집중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SW) 및 애플리케이션과 최적화하는 게 기존 컴퓨팅 업계의 고민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산업과 영역을 조망하는 컴퓨팅 기술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풀스택은 SW와 HW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개발자를 주로 뜻하는 용어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덕에  소프트웨어(SW)의 진화가 유례없이 빨라지고, 5G 네트워크를 통해 인프라부터 엣지까지 데이터가 이동하면서 특정 기술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전략만으로는 전체 구조를 조망하고 적재적소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CPU, GPU, AP의 역할이 다르고 풍부한 알고리즘, 소프트웨어, 프로세서 설계 영역의 선두 업체가 달랐지만 이제는 각 영역을 넘어 한 차원 넓은 범주에서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Arm 인수를 발표한 엔비디아, ‘IDM2.0’ 전략 발표를 통해 제조, HW, SW를 모두 아우르려는 인텔, 자일링스 인수를 추진하는 AMD 모두 비슷한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엣지 전 영역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업계 CEO들도 공개 석상에서 이같은 전략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컴퓨팅 업계를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 인텔, AMD 3사 CEO가 밝힌 컴퓨팅에 대한 관점과 앞으로의 전략을 정리했다. 주로 지난달 온라인으로 열린 ‘식스파이브서밋(Six Five Summit) 2021’과 ‘컴퓨텍스(Computex)2021’ 대담을 바탕으로 구성했다.

엔비디아, SW로 정의된 세계는 모두 함께 움직인다 

지난해 9월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발표했다. GPU 및 AI가속기 시장 업계 1위 업체와 모바일 임베디드 CPU 코어 1위 업체의 합병은 여러 추측을 낳았다. 두 CEO는 모든 게 SW로 정의된 세상에서는 클라우드, 커넥티비티, 5G, 엣지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이 동시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협력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는 “AI로 인해 SW가 SW를 만들어내는 세상”임을 강조했다. 머신러닝, AI, 클라우드 컴퓨팅, 엣지 등 전체 컨셉 내에서 SW는 계속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로서  특정하고 고정적인 기능을 가진 반도체 시장은 수명이 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상은 SW로 정의된 것을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SW는 단순히 데이터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차원이 아니고, 엣지부터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모든 곳에서 동시에 구동되고 서로 상호작용한다. 이를 지원하는 컴퓨팅 또한 클라우드, 엣지, IoT 및 자동차, 고성능컴퓨팅, 마이크로프로세서, 가속 컴퓨팅 등 모든 분야를 커버해야 한다. 

황 CEO는 이 때문에 엔비디아를 칩 업체가 아닌 ‘플랫폼 회사’로 정의했다.

(왼쪽부터) 사이먼 시거스 Arm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패트릭 무어헤드 무어 인사이트 & 스트래티지 대표. /사진=엔비디아
(왼쪽부터) 사이먼 시거스 Arm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패트릭 무어헤드 무어 인사이트 & 스트래티지 대표. /사진=엔비디아

사이먼 시거스 Arm CEO의 상황 판단도 유사했다. 그는 “우리 로드맵은 근본적으로 모바일을 위해 설계됐고, 상대적으로 저비용 투자라는 장점이 있었다”며 “그것은 상대적으로 SW 정의가 단순한 디바이스일 때 얘기고, 지금은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품들 간 상호 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자사 라이선스를 제공할 때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SW스택이 훨씬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Arm은 IP를 제공해 다양한 업체들이 자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왔다.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팅과 AI가속기 등에서 강점이 있고, 이를 위한 SW스택과 생태계를 보유했다. 두 CEO가 보기에 양사는 겹치는 분야가 거의 없었고, 현재 시장에서는 두 분야의 기술을 모두 원하고 있다. 

두 회사는 Arm의 이같은 오픈 IP 세트를 기존 모바일 프로세서뿐만이 아니라 클라우드, 슈퍼컴퓨터, 엣지 등 컴퓨팅이 필요한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엔비디아는 Arm의 IP를 산업 전반으로 침투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고, 엔비디아와 Arm의 개발 생태계가 조우하면 더욱 풍부한 IP와 SW를 만들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젠슨황 엔비디아 CEO와 사이먼시거스 Arm CEO 대담 전문 보기

 

인텔, “제조, 설계,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전부 우리가”

지난 2월 취임한 팻 겔싱어(Pat Gelsinger) 신임 인텔 CEO가 내놓은 첫 전략은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제조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인텔이 제조를 외주화 할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을 완전히 뒤집는 발표를 했다. 7나노미터 이하 첨단 공정을 계속 개발하는 한편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반도체 제조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애리조나와 유럽 모처에 신규 팹을 건설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인텔은 7월 초 유럽 팹 건설을 위해 EU에 분담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텔은 이와 더불어 모든 종류의 컴퓨팅 영역에서도 주도권을 쥐고자 한다. 지난달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데이터플랫폼그룹(DPG)을 데이터센터 및 AI데이터센터 및 AI 그룹(Datacenter and AI Group)과 네트워크 및 엣지그룹(Network and Edge Group)으로 나눠 서버용 CPU 및 AI 기술, 네트워크와 엣지를 잇는 기술을 각각 강화했다. 또 소프트웨어 및 신기술 그룹(SATG, Software and Advanced Technology Group)’과 ‘컴퓨팅시스템 가속 및 그래픽 그룹(AXG, Accelerated Computing Systems and Graphics Group)’을 신설해 SW와 GPU를 비롯한 가속기 분야도 본격 사업화 했다.

겔싱어 CEO는 식스 파이브 서밋에서 “클라우드, 인공지능, 연결성, 엣지 4가지 슈퍼파워가 산업 구조 변화를 일으키고, 각 영역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는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을 10년의 초입에 있다”고 말했다. 이 10년간 주도권 다툼에서 살아남기 위해 컴퓨팅의 모든 분야를 챙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인텔의 개발 생태계 플랫폼 '원API' 개념도. /자료=인텔
인텔의 개발 생태계 플랫폼 '원API' 개념도. /자료=인텔

한편, 인텔이 미국과 유럽 내 반도체 팹 투자에 열의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발언도 있었다. 겔싱어 CEO는 “글로벌 공급망이 좀 더 밸런스 있기를 원한다”며 “지난 30여년간 미국은 37%에서 12%로, 유럽은 44%에서 9%까지 (제조) 점유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에서 R&D와 설계, 제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파운드리 시장 패권을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쥐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 차원으로 해석된다. 

팻 겔싱어 인텔 CEO 대담 전문 보기

 

AMD, 고성능 컴퓨팅에서 출발 토탈 솔루션까지

AMD는 지난해 CPU 아키텍처 ‘Zen3’와 GPU 아키텍처 ‘RDNA2’를 출시하면서 양 시장 침투율을 높였다.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CPU, GPU 각각 확실한 2인자 자리를 굳혔다.

리사 수 CEO는 식스파이브 서밋과 컴퓨텍스(Computex)2021 키노트에서 “혁신 페이스에 엄청난 가속도가 붙었고, 모든 애플리케이션은 더욱 많은 칩과 컴퓨팅을 원한다”라며 “모든 삶과 사업 영역에 컴퓨팅이 적용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향후 컴퓨팅 시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AMD의 역할은 PC, 슈퍼컴퓨터, 서버, 워크스테이션과 게이밍 컨트롤러, 엣지 등 전 분야에 걸친 고성능 컴퓨팅의 제공이라는 언급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또한 다양한 워크로드에 대해 최적화된 컴퓨팅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 전략으로 택했다. 

AMD의 AI 플랫폼 ROCm이 지원하는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자료=AMD
AMD의 AI 플랫폼 ROCm이 지원하는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자료=AMD

경쟁 기업 CEO들과 마찬가지로 AMD도 이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 토탈 솔루션을 공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를 위해 AMD는 올해 자일링스 인수를 추진한다. 자일링스 인수로 AMD는 CPU, GPU, ASIC, FPGA 등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그는 “5G, 통신, 자동차, 산업용 시스템 등 자일링스가 갖고 있는 FPGA 외의 영역에도 흥미가 있다”며 “ 이 분야들도 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더욱 넓은 고객군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사 수 AMD CEO 대담 전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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