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준비 마친 DSRC 진영 반발
2027년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목표 지연될 듯

자율주행 기술 구현의 핵심인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국내 구축 일정이 당초 예정보다 미뤄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C-ITS 전국 확대를 위한 본사업 발주를 앞두고 돌연 새로운 이동 통신 방식과의 비교·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길게는 10년 가까이 실증사업에 참여했던 일부 업체들은 정부가 대기업이 참여한 CV2X(차량·사물 셀룰러 통신) 진영 손을 들어주기 위해 포석을 놓은 것으로 의심한다.


기재부 "새로운 이동통신과 비교해 본사업 모델 결정할 것"

도로 상황을 인식하는 자율주행차량. /사진=Tesla

C-ITS는 완전 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도로 교통 인프라다. 운전자가 사라진 자율주행차는 다른 차량 혹은 신호등·도로 등과 같은 인프라와 실시간 소통이 필요하다. C-ITS는 통신으로 각종 인프라와 차량을 하나로 묶어 교통 시스템을 자율주행 시대에 최적화하는 것이다.

국내서는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작업이 2010년도 초반부터 시작됐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사업을 소관하는 부처들은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한 DSRC(단거리전용통신) 통신 방식을 채택해 약 10여년 간 관련 시범 사업과 세종·제주 등지에서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한 표준 및 시험 체계를 지원하겠다고 공식화했다. 2025년까지 관련 인프라를 완비하고 2027년 핵심 과제를 완료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지난 6월 23일 기획재정부는 '제5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DSRC 방식과 새로운 이동통신 방식을 비교할 수 있는 사업을 내년에 우선 추진한 이후 그 결과를 반영해 본격적인 사업 모델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중 DSRC를 기반으로 한 C-ITS 본사업 발주가 대량으로 나올 것이라 예상한 통신 업계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식 반발 나선 국내 자율주행 통신 업계 "정부 정책 신뢰에 금 가"

통신 솔루션 업체 이씨스는 2014년 처음 C-ITS 정부 시범 사업에 참여를 시작했다. 조순기 이씨스 이사는 "당일 오전 10시 50분에 발표가 나오고 나서 오후 2시 정도가 되자 업계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에 따르면 기재부의 공식 발표 내용은 국토부로부터 C-ITS 사업 전반의 책임을 양도받아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도로공사 또한 예상치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C-ITS 표준 통신 방식을 두고 DSRC 진영과 CV2X 진영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의 발표는 결국 CV2X 방식을 위한 포석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통신을 포함한 인프라 시장에서는 특히 초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핵심적이다. 자율주행 시대 본격 상용화될 C-ITS 통신 방식을 두고 양 진영이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0년대 초반 C-ITS 구축 사업을 본격 시행할 당시만 해도 DSRC가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위한 유일한 통신 방식이었으나 2018년 글로벌 셀룰러 통신 표준을 결정하는 3GPP에서 LTE 통신 방식인 릴리즈14 표준을 발표하며 갈등이 본격화됐다. 

도로 교통 전반을 관리하는 국토부는 DSRC 방식으로 본 사업을 시작하자는 입장이고, 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과기부는 LTE 기반의 CV2X를 새로 도입하자는 게 기본 입장이다. 업계는 글로벌 대기업 집단으로 구성된 CV2X 진영에서 정부 측에 압력을 제기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오랜 기간 국내 C-ITS 구축 사업에 관여한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이번 기재부 발표는 국토부와 과기부 양 부처간 기본적인 입장 차이를 조정하지 못했기에 예산을 책정해 주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LTE 기반 CV2X 통신 방식이 아직까지 미성숙 단계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미국과 달리 C-ITS 구축 초기부터 셀룰러 방식을 공식화한 중국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사업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서도 서울시에서 2018년도부터 LTE 통신 방식을 사용한 C-ITS 실증 사업을 진행했으나 3년 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도로공사 측은 "현재 차량 1~2대 정도는 가능하나 동시다발적 통신이나 터널 내 통신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LTE 통신 방식의 기술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해당 문제로 20년 골머리...2027년 자율주행 90% 인프라 구축 가능할까

사진=Tesla

DSRC와 CV2X 간 통신 표준 선점을 위한 갈등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은 1999년도부터 C-ITS 구축 사업을 시작했으나 통신 할당을 두고 현재까지 DSRC와 CV2X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작년 11월 주파수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연방통신위원회(FCC)가 LTE 방식 채택을 공식화했지만 자동차 업계 등의 반발로 현재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DSRC 진영에서는 정부 부처 간 갈등으로 상용화 준비를 모두 마친 DSRC 통신 기반 C-ITS 구축 사업이 본격화되지 못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다. 

통신 칩과 모뎀을 개발하는 라닉스 측은 다른 무엇보다 정부의 빠른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욱 라닉스 사장은 "현재처럼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 빨리 끝나고 무엇인가 하나로 결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LTE CV2X 사용을 주장하는 셀룰러 진영의 무리한 요구도 문제지만 결과적으로 C-ITS 구축 사업이 수년간 진전 없이 지체되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는 설명이다.  

최 사장은 "라닉스도 오랜 기간 DSRC 통신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개발해 왔지만 새로운 기술 진화라면 그것에 발맞춰 기술 적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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