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탈 인텔 전략은 사실상 실패
써드 파티 앱들 Arm 생태계로 끌고 와야

애플이 지난 6월 발표대로 자체 설계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 시리즈'를 내놨다. 기존 인텔 x86 아키텍처에서 벗어나, 자체 설계한 ‘M1’을 통해 노트북⋅데스크톱PC 시장에서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최적화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다만 상당수의 PC용 응용프로그램(앱)들이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설계돼 보급돼온 만큼, 전면적 아키텍처 전환 작업이 성공적일지는 한동안 두고 봐야 한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서피스 프로X’ 등 탈(脫) 인텔 제품을 내놨지만 앱 생태계 확장에 실패한 전례도 있다.

애플 M1 칩 요약. /사진=애플
애플 M1 칩 요약. /사진=애플

PC서도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행사를 통해 자체개발한 PC용 프로세서 M1을 공개했다. 동시에 M1을 탑재한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소형 데스크톱PC인 ‘맥미니'도 출시했다. 

M1은 컴퓨터 구동에 필요한 각종 칩을 한데 통합한 시스템온칩(SoC)이다. 8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8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 기능을 수행하는 16코어 뉴럴엔진, D램 등을 모두 하나로 합쳤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에 모두 독자개발한 프로세서(A시리즈⋅S시리즈)를 탑재하고 운용체제(OS)도 자체개발을 고집했다. 아이폰 A시리즈 칩과 iOS의 찰떡궁합은 최적화 관점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을 압도했다. 

그런 애플도 유독 PC 제품군에서 만큼은 프로세서를 인텔에 의존해 왔다. OS는 자체 개발한 ‘맥 OS’를 사용하면서도 이를 인텔 x86 생태계 위에서 돌아가게 만든 것이다.

애플 M1 칩을 탑재한 맥북에어. /사진=애플
애플 M1 칩을 탑재한 맥북에어. 디자인 자체는 크게 변경되지 않았다. /사진=애플

이는 PC 시장에서 인텔의 x86 아키텍처가 가진 지배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PC 상에서 구동되는 각종 앱들은 태생적으로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직조됐다. PC라는 말이 생성돼 산업이 태동한 시기부터 인텔이 PC용 프로세서 시장을 잠식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시장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보니 소프트웨어 업체들로서는 x86 외 다른 아키텍처를 위한 최적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 타 아키텍처용으로 만드는데도 적지 않은 자원이 투입되는데, 이에 비해 사용자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처럼 사용자가 많지 않다 보니 타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적고, 소프트웨어가 적다 보니 다시 사용자가 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인 셈이다. 

2005년 인텔에 투항하며 x86 아키텍처로 넘어온 애플이 15년만에 자체 칩 설계 전략으로 뒤바꾼 것은, 인텔 칩셋에 의존하는 전략으로는 성능 발전에 한계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텔의 PC용 프로세서는 수년째 14나노미터(nm) 공정에 묶여 있다. 10nm 공정 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미세공정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인텔 칩셋에 발목이 잡힌 애플로서는 OS 업그레이드를 통해 어느 정도 PC 제품군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배, 하드웨어는 파도다. 제아무리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도 하드웨어 개선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다. 

M1 칩을 탑재한 맥북 프로. /사진=애플
M1 칩을 탑재한 맥북 프로. /사진=애플

애플이 자체 설계힌 M1은 Arm 기반 아키텍처에 대만 TSMC의 5nm 공정으로 제조됐다. 아키텍처 수정을 불허하는 인텔 x86과 달리, Arm은 칩 제조사 역량껏 아키텍처를 변경하도록 명령어집합구조(ISA)를 오픈했다. 애플이 마음만 먹으면 매년 M시리즈 칩 성능을 하드웨어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TSMC의 미세공정 역량이 받쳐주는 한에서다. 

M1이 탑재된 신형 맥북에어는 종전 제품보다 최대 3.5배 빠른 CPU 성능, 최대 5배 빠른 GPU 성능, 최대 9배 빠른 머신러닝 연산을 제공한다고 애플은 밝혔다.

 

MS는 실패한 탈 인텔, 애플은 성공할까

 

그러나 애플의 탈 인텔 전략이 진짜 성공하기 위해서는 칩 설계 역량보다 더 중요한 숙제가 남아 있다. x86 아키텍처만 바라보고 달려온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Arm+맥OS’ 진영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아키텍처+운용체제’ 조합은 일종의 언어와 같아서 상호 호환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를 다른 아키텍처에서 구동되게 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새로 개발하는 것에 준하는 자원 투입과 시간이 필요하다.

애플에 앞서 탈 인텔을 시도한 MS의 전략은 현재까지는 완전한 실패로 기록되고 있다. ‘윈텔(윈도+인텔)’ 연합을 깨고 퀄컴 칩을 탑재한 채 출시한 서피스 프로 X는 전용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마련되지 못했다. MS는 2012년 Arm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윈도RT’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존재감이 미미하다.

/사진=ARM
Arm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PC용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미약하다. /사진=Arm

두 시도 모두 관련 앱 생태계를 활성화시키지 못했는데, MS 전략 하나만 믿고 Arm 아키텍처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회사가 많지 않았다. 이에 MS는 크게 엔지니어링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도 아키텍처 간 호환이 일어날 수 있게 ‘x86 에뮬레이터'라는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아키텍처가 언어라면, 일종의 번역기를 OS에 내장한 것이다. 

그러나 앱이 구동될 때마다 x86 에뮬레이터가 같이 구동되어야 하는 특성상, 성능 저하가 불가피했다. 통역사를 끼고 외국인과 대화하면 대화 자체는 가능하나 비효율적인것과 유사하다. 사용자들 사이에선 Arm 아키텍처를 위한 윈도가 기존 PC용 가벼운 프로그램조차 구동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따라서 애플이 앞서 MS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어떻게 앱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는지에 IT 업계 시선이 모일 수 밖에 없다. 일단 M1 칩이 Arm 기반이므로, 같은 Arm 기반 아이폰⋅아이패드 앱들은 큰 수정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30년 이상 인텔 x86에만 최적화되어온 수많은 써드파티 프로그램들은 자체 개발하지 않는 이상 하나하나 애플 진영으로 끌고와야 한다.

인텔의 10나노 슈퍼핀 공정에는 슈퍼 MIM 커패시터 기술이 적용된다./인텔
'애플 실리콘'은 더 이상 x86 아키텍처로에 의존해서는 맥 성능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사진은 인텔의 '슈퍼핀'./사진=인텔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자체 PC용 칩 전략을 도모한 건 10년 이상 됐다”며 “그동안 iOS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당장 쓸 수 있는 앱들이 확보됐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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