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LTPO 이어 마이크로 LED까지

지난 2014년 애플워치가 처음 공개됐을때, 사람들은 이 웨어러블 기기가 곧 애플의 주력 하드웨어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간 1000만대 약간 넘게 팔리는 애플워치는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웨어러블 기기임에 틀림없다. 다만 연간 2억대 넘게 팔리는 아이폰 시리즈에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애플워치 시리즈4. /애플 제공

 

 

그러나 애플워치는 애플 내에서 아이폰이 수행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바로 디스플레이 테스트베드 기능이다.

 

 

첫 OLED 도입, LTPO 적용...모두 애플워치에서

 

 

고화질 LCD 시장의 큰손이던 애플이 첫 OLED를 도입한 기기가 애플워치다. 애플워치는 애플 기기로는 처음 1.53인치 크기의 OLED 디스플레이를 품었다. 

 

2014년 이전까지 애플은 OLED에 무관심해 보였다.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CEO가 워낙 고화질 LCD를 극찬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애플워치 이전 애플 하드웨어는 굳이 OLED 디스플레이를 도입할 이유가 없었다. LCD로도 모두 구현 가능했다. 그러나 애플워치부터 애플이 하드웨어 폼팩터(형태)에 변화를 주면서 LCD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애플은 애플워치에 이어 지난해 초 출시한 맥북프로 ‘터치바’에 가로로 긴 모양의 OLED를 재차 적용했다. 

 

작년 가을, 애플이 애플워치⋅맥북프로에 이어 아이폰에 OLED를 탑재한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애플워치⋅맥북프로에서 OLED 디스플레이를 충분히 연습해본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 조단위 선수금을 줘가며 대규모 투자를 유도했다. 자사 주력 제품인 아이폰에 OLED를 탑재하기 위해서다.

 

▲OLED로 제작한 맥북프로 터치바. /애플 제공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에 7개의 애플 전용 OLED 라인이 깔린 게 애플 OLED 전략의 완성이라면, 그 시초는 애플워치다. 

 

그런 애플이 이번에는 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LTPO) 디스플레이 기술을 애플워치에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LTPO는 OLED 디스플레이의 스위치에 해당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를 저온폴리실리콘(LTPS)에서 LTPO로 바꾼 것이다. 

 

그동안 애플이 아이폰⋅애플워치⋅맥북프로에 사용한 OLED는 모두 LTPS를 사용한 OLED였다. 최근 애플이 출시한 애플워치 시리즈4가 애플 기기로는 처음 LTPO OLED를 탑재했다. LTPO OLED는 기존 LTPS OLED 대비 전력소모가 적고, 흑백대비(콘트라스트)가 무한대다. 이 때문에 향후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용 기기에는 LTPO OLED가 디스플레이로 탑재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LTPO OLED를 아이폰에 적용하기 전 우선 애플워치에서 연습하기로 했다. LTPO OLED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존 LTPS OLED 라인에 7000억원 안팎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TFT에 옥사이드(산화물) 막을 추가로 올리려면 열처리 장비와 스퍼터가 구비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애플 아이폰 OLED 전용으로 할당한 설비는 9개(삼성디스플레이7 + LG디스플레이1 + BOE1) 라인 정도다. 아이폰에 당장 LTPO OLED를 적용하려면, 이 중 상당수가 대규모 설비투자에 들어가야 한다. 

 

애플은 이 같은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신,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고 판매량도 적은 애플워치에 먼저 LTPO OLED를 적용키로 한 셈이다. 애플은 애플워치에서 LTPO OLED의 성능⋅내구성⋅가격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확신이 들 때 아이폰에도 이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서는 이르면 2020년 아이폰부터 LTPO OLED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LG디스플레이가 내년 가을 이전에 추가 설비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궁극적으로 아이폰을 VR⋅AR용 기기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LTPO OLED는 필수”라며 “그 전에 애플워치에서 이 기술을 충분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충남 탕정 공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다음 연습용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LED 유력

 

 

그렇다면 애플이 LTPO OLED 다음으로 애플워치에서 연습해볼 디스플레이 기술은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가 유력하다. 실제 애플은 오스람⋅TSMC 등과 공동으로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애플워치용 디스플레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가 TV용 디스플레이로 마이크로 LED를 검토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 디스플레이를 OLED에서 마이크로 LED로 바꾸면 현재 18시간인 배터리 지속 시간을 20시간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길게는 충전 없이 하루 이상 사용할 수도 있다.

 

화소간 거리가 짧은 모바일 기기 특성상 마이크로 LED 전사 공정이 더욱 까다롭겠지만, 원가 측면에서는 TV보다 유리하다. 애플워치 1대의 화소수는 16만4864개(44㎜ 모델 기준), 서브픽셀은 모두 50만개 정도다. 서브픽셀 수가 2400만개가 넘는 4K UHD TV와 비교하면 전사 시간과 비용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 LED TV '더 월'. /삼성전자 제공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생산비용에서 마이크로 LED가 OLED를 넘기 어렵지만 애플워치에 마이크로 LED가 도입되는 순간 스마트폰에도 곧 적용될 것”이라며 “애플의 디스플레이는 애플워치에서 시작해 아이폰, 맥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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