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rm, 굳이 가질 필요 없지만 남에게 허락할 수 없는 그 이름
[칼럼] Arm, 굳이 가질 필요 없지만 남에게 허락할 수 없는 그 이름
  • 안석현 기자
  • 승인 2020.08.0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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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애플, 단독 인수시 상대 생태계 위협
엔비디아가 인수해도 이해충돌 불가피
Arm 공동 창업자 "Arm 비즈니스 모델의 생명은 중립성"
Arm 차이나 사태 해결이 관건
애플의 자체설계 CPU인 '애플 실리콘'은 Arm 기반으로 설계된다. 팀 쿡 애플 CEO가 애플 실리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의 자체설계 CPU인 '애플 실리콘'은 Arm 기반으로 설계된다. 팀 쿡 애플 CEO가 애플 실리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애플

반도체 설계 지적재산권(IP) 업체 Arm은 비유컨대 마을에 단 하나 뿐인 우물 같은 존재다. 마을 사람 누구나 적당한 가격에 물을 퍼다 쓸 수 있고, 항상 맑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Arm의 설계 IP 역시 어떤 업체든 라이선스를 맺고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반도체 설계를 엄두도 못낼 회사들이 제각기 스마트폰용 칩 개발에 나선 것도 Arm의 IP 지원 덕분이다. 

그러나 마을의 공동 우물같던 Arm을 누군가 독차지 할 지 모른다는 공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전파되는 중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코로나19 탓에 입은 금융 손실을 메우기 위해 Arm 매각을 추진하면서다. 소프트뱅크는 4년 전 Arm을 320억달러(약 38조원)에 인수했다. 천문학적 기업 가치와 최근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Arm 인수 후보는 ‘테크 자이언트(Tech Giants)’들 중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Arm을 바라보는 후보들의 심정은 간단치 않다. 모바일 칩 설계에 필수적인 IP라고 해서 꼭 Arm을 인수까지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도 Arm은 라이선스 비용만 지불하면 공공재에 가까운 접근성을 보장한다. 경부고속도로가 편리하다고 해서 꼭 인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냥 통행료만 내고 부산을 가면 된다.

더군다나 자금 동원력이 가장 높은 애플⋅삼성전자⋅퀄컴은 Arm의 명령어집합(ISA)만을 라이선스 해 사용한다. 코어 디자인까지 패키지 구매하는 다른 업체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에 Arm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내가 사긴 싫지만 Arm이 다른 누군가의 차지가 되는 건 더 용납할 수 없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Arm을 가져가는 것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에 이어 데스크톱 및 랩톱 제품인 ‘맥’에도 자체 설계 CPU를 장착하기로 했다. ‘애플 실리콘'이라 이름 붙였으나, 이 CPU가 Arm IP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Arm을 단독 인수한다면, 앞으로 애플의 CPU 전략은 삼성전자가 손바닥 들여다 보듯 할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약 애플이 Arm을 인수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애플은 후방 서플라이체인을 어떤 회사보다 폐쇄적으로 운영한다. 애플이 Arm을 단독 인수했을 때, 삼성전자가 지금처럼 공공재에 가까운 접근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은 모두 Arm 기반 AP가 장착된다. 

외신이 거론하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애플이나 삼성전자와 이해충돌 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다른 칩 메이커들과 Arm 관계가 불편해 질 수 밖에 없다.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 팀장(기자).

Arm 공동 창업자 헤르만 하우저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Arm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한 가정 중 하나가 중립성”이라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한다면 엔비디아 경쟁사들은 Arm 대안 기술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혹은 IT 업계 어느 곳이 인수하더라도 이해충돌은 불가피한 셈이다. 따라서 Arm 고객사들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지금 이대로"다. 

어쩌면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동이 Arm 고객사들의 바람을 실현시켜줄지도 모른다. Arm 본사가 Arm 차이나에서 벌어진 ‘항명사태’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면 소프트뱅크는 제 값 받고 Arm을 매각하기 불가능하다(KIPOST 2020년 8월 3일자 <Arm 차이나 직원들 본사에 항명..."중국 정부가 통제하라"> 참조). 

적정 가격을 받지 못할바에야 Arm 매각을 미루고,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다른 자산을 매각 대상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Arm 외에도 보스턴다이내믹스⋅알리바바그룹⋅야후재팬⋅티모바일⋅위워크,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 등 다양하다. 

코로나19라는 자연발생 변수와 Arm 차이나의 항명 사태가 반도체 업계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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