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이후 네 번째 충돌
2017년 분쟁때는 불매운동 영향 미미
이번에는 인도 정부가 나서 중국산 앱 접속 차단
중국-인도 국경 유혈사태에서 촉발된 분쟁이 두 나라간 무역 분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도가 중국으로부터 한 해 70조원어치 넘는 상품을 수입한다는 점에서 두 나라간 무역 분쟁은 다른 수출국들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인도에서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분기 기준 73%에 이른다.
국경 분쟁이 스마트폰 불매 운동으로
29일(현지시간) 인도 정부는 틱톡⋅위챗⋅웨이보 등 중국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59개에 대해 접속 차단했다. 이날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앱이 인도의 주권·안보·공공질서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기술부는 "중국 앱이 승인받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자 정보를 인도 밖 서버로 무단 전송했다는 불만이 다수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틱톡은 15초에서 1분 이내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다. 10~2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중국의 대표 앱이다. 전 세계 이용자는 9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위챗은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다. 역시 중국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앱이며, 이용자수는 10억8000만명에 이른다.
인도 정부는 중국 앱 차단 조치가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 15일 발생한 두 나라간 국경 분쟁이 원인이다. 히말라야 산맥 국경에서 양국 군이 충돌하며 최소 20명 이상의 인도군이 사망했다.
두 나라는 앞서 1962년⋅1967년⋅2017년에도 국경 지역에서 분쟁을 겪은 바 있다. 중국-인도는 3440㎞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데, 길고 불명확한 국경선 때문에 오랜 기간 마찰을 빚어 왔다. 그 시초는 지난 1914년 인도를 식민지배하던 영국이 히말라야 산맥에 ‘맥마흔 라인'이라는 국경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한 게 원인이다.
중국은 이 국경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반면, 인도는 영국 식민지 이전 국경선 대비 유리한 맥마흔 라인을 현 국경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62년 양측이 국경에서 군사적 충돌을 겪은 이후 국경선을 확정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소한 마찰이 국지전으로 확전되기도 했다.
앞선 두 번(1962년⋅1967년)의 충돌과 현대에 들어선 두 번의 충돌이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 들어서는 군사적 긴장이 무역 분쟁으로 자연스레 확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가 중국으로부터 사들이는 수입품 규모만 한 해 600억달러(약 72조1500억원)에 달하다 보니, 인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을 통해 보복해야 한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스마트폰⋅자동차가 1차 타깃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으로는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꼽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인도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73%에 이른다. 일찌감치 인도 시장을 공략해 온 샤오미의 경우 점유율 30%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샤오미는 선진국 시장이 막힌 화웨이가 중국 내 ‘애국 마케팅'을 강화하자, 화웨이를 피해 인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인도간 국경분쟁이 촉발한 불매운동이 길게 이어질 경우, 샤오미 뿐만 아니라 비보(17%, 이하 점유율)⋅리얼미(14%)⋅오포(12%) 등도 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하다.
현재 중국 브랜드를 제외 하고,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스마트폰 브랜드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작년 1분기 23%에서 올해 1분기 16%로 점유율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샤오미⋅비보에 이은 3위를 지키고 있다.
인도에서는 프리미엄급에 속하는 ‘갤럭시S’ 시리즈보다 A⋅M시리즈 등 중저가 라인업이 잘 팔린다. 삼성전자는 오는 3분기 ‘갤럭시S20’의 보급형 모델을 출시하는 등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애플의 경우, 600달러 이상의 울트라프리미엄급 시장에서 5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도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크지 않다.
앞서 양측이 충돌했던 2017년 6월에도 인도 내에서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불매운동이 불붙었다. 그러나 8월 들어 양측이 국경에서 한 발씩 물러서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2017년 충돌 직전인 2분기 샤오미의 시장점유율은 16%였으나, 충돌 직후 3분기 점유율은 22%를 기록했다. 불매운동의 여파가 전혀 미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도 정부가 나서 중국산 스마트폰 앱 접근을 차단하면서 중국 쪽에서도 보복 조치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3년 전과 달리 양측의 무역 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앞서 29일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인도 마하라슈트라주는 중국 창청 자동차의 인도 현지 공장 가동 승인을 보류했다"며 “인도 정부가 중국산 에어컨·자동차 부품·철강 등 370여개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