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전환은 광저우 공장과 P10 투자로 부담
고성능 게이밍 모니터 등 IT 수요 상대적으로 견조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 P8 공장 내 TV용 LCD 생산라인에 대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중국 내 10.5세대(2940㎜ X 3370㎜) LCD 라인들이 속속 가동되면서 8.5세대(2200㎜ X 2500㎜) 라인으로는 TV 패널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까지 내몰렸기 때문이다.

LCD TV 대비 가격 프리미엄을 부여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수요가 견조한 하이엔드 IT용 패널로 전환하는 방안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델의 게이밍노트북.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IPS 패널이 장착되어 있다. /사진=델
델의 게이밍노트북.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IPS 패널이 장착되어 있다. /사진=델

 

OLED TV 전환? “광저우 공장 가동 대기중인데...”

 

P8 공장 TV 패널 라인의 OLED 전환 가능성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제기됐다. TV용 LCD 가격이 2017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매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기회가 있을때마다 “8.5세대 LCD 라인의 OLED 추가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P8 공장 내 TV용 LCD 라인을 OLED 라인으로 전환(E4)한 경험도 있는터라 의사결정만 내린다면 언제든지 TV용 OLED 라인으로 바꿔 생산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LG디스플레이가 지금까지 P8 LCD 라인 처리문제를 결정하지 못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중국 광저우 OLED 공장의 존재다. 

광저우 공장 역시 P8과 마찬가지로 8.5세대 원판을 사용한다. TV용 OLED 라인을 총 3개까지 설치할 수 있다. 오는 29일 준공식과 함께 1번 라인이 양산 가동되고, 4분기에 2번 라인, 내년 2분기에 3번 라인이 순차 가동된다. 각 라인의 원판 투입능력은 월 3만장씩이다. 

비용 구조에서 국내보다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중국에서 8.5세대 OLED 라인이 3개나 대기 중인데, 구태여 국내서 1개 더 보탤 이유는 없는 셈이다. 더욱이 오는 2022년부터 파주 P10 공장에서 10.5세대 OLED 라인도 가동된다. 10.5세대 라인에서는 65인치 패널 8장, 혹은 75인치 패널 6장씩을 생산할 수 있다. P8의 OLED 전환은 비용에서는 광저우 라인에, 생산효율 면에서는 P10에 열세다.

LG디스플레이 8.5세대 LCD 생산능력. GP는 중국 광저우 LCD 라인./자료=유안타증권
LG디스플레이 8.5세대 LCD 생산능력. GP는 중국 광저우 LCD 라인./자료=유안타증권

여기에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QD) OLED 전환을 위해 8.5세대 LCD 공장 일부를 가동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8.5세대 공장이 문을 닫으면,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서 LCD 가격이 반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빠르면 2분기 중에 L8-1-1 가동을 중단할 것으로 봤다. 구형 LCD 설비들을 빼고 대면적 OLED 장비들을 설치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L8-1-1 공장은 아직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혁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상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라인 셧다운이 지연된데다 중국 발 10.5세대 LCD 생산량이 쏟아지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공급이 넘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엔드 모니터 생산 전환은 어떨까
 

광저우 OLED 라인과 P10 10.5세대 OLED 탓에 P8의 OLED 전환 설득력이 떨어진다면, 고성능 모니터용 LCD 패널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올해 극심한 LCD 공급과잉 속에서도 TV용 LCD 대비 모니터용 LCD 가격은 견조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월 43.2달러였던 21.5인치(FHD) 모니터 가격은 8월들어 41.7달러를 기록했다. 6개월 간 3.4%정도 가격이 빠진 셈이다. 

TV용 LCD 경우, 55인치 4K UHD 제품 가격이 올 2월 140달러에 거래되다가 8월 현재 106달러에 거래 중이다. 반년 만에 24% 가격이 내려갔다. 55인치 패널이 8.5세대 LCD 라인에서 주력으로 생산하는 제품이다.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이 스타디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구글 GDC 동영상 캡처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이 스타디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구글 GDC 동영상 캡처

모니터용 패널 가격이 TV용 패널 대비 견조한 것은 중국 패널업체들이 10.5세대 라인에서는 모니터용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데다, 게임용 고성능 모니터 수요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PC용 게임은 1초당 프레임수(FPS)가 120Hz, 혹은 그 이상에서 최적화 되어 있다. 워낙 빠른 동작 구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60Hz 모니터에서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화면 종횡비 역시 ‘4:3’ 보다는 ‘16:9’ 이상의 와이드 화면이 압도적으로 선호되는 추세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120Hz 이상의 게이밍 모니터 출하 대수는 450만대로, 2017년 200만 안팎에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메인 규격도 120Hz에서 144Hz로 넘어왔다. 올해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연간 60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구글이 스트리밍 게임서비스인 ‘스타디아’를 시작하면서 해상도 역시 높아지는 추세다. 기존 PC용 모니터는 대부분 FHD급이지만 스타디아는 4K UHD, 향후 8K UHD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몇년째 정체 상태인 TV용 LCD와 달리 PC용 모니터 시장에는 업그레이드 교체 수요가 산적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P8 내 TV용 LCD 라인을 IT(모니터⋅노트북)와 공공정보디스플레이(PID)용으로 품목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P8 설비의 감가상각이 대부분 종료되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목표 시장을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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