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게임으로 AR 겨냥하는 MS
하드웨어 산업에도 변화 촉진

오는 17일 전 세계 게임 유저들의 눈과 귀는 ‘마인크래프트’로 모인다. 마인크래프트는 스웨덴 게임 개발사 모장(Mojang)이 2009년 개발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2014년 25억달러(약 2조9500억원)를 주고 모장을 통째로 인수했다. 모장은 현재 MS의 게임스튜디오 사업부 아래 편입돼 있다.

마인크래프트 출시 10주년인 올해, MS는 증강현실(AR) 버전의 마인크래프트를 통해 제 2의 ‘포켓몬 고’ 열풍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AR 버전 마인크래프트 티저 영상. /사진=마이크로소프트
AR 버전 마인크래프트 티저 영상. /사진=마이크로소프트

MS, AR 기반 마인크래프트 출시 준비

 

MS는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19’에서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AR 버전 마인크래프트 티저 영상(바로가기)을 공개했다. 마인크래프트는 지난 2009년 PC용 게임으로 출시된 이래 1억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히트작이다.

지금은 게임콘솔 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은 물론,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인 iOS⋅안드로이드 버전으로도 확장됐다. 마인크래프트는 큼지막한 픽셀 단위의 단순한 그래픽으로 모든 연령대가 친숙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게임이다. 가상의 공간에서 건물을 짓고 몬스터를 물리치는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즐긴다.

이날 MS가 공개한 티저 영상은 지난 2016년 여름 우리나라를 강타한 포켓몬 고 게임을 연상시킨다. 티저 영상 속 인물이 스마트폰을 현실 세계에 비추자 마인크래프트 캐릭터들이 스마트폰 화면에 등장한다. 마치 포켓몬 고 게임에서 캐릭터들을 사냥할 때 처럼 실제 현실에 캐릭터가 겹쳐서 보인다. 전형적인 AR 게임의 특징이다.

MS는 이날 마인크래프트 AR 버전 출시 시기 등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는 17일 마인크래프트 출시 10주년 행사와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사항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MS, AR 넘어 MR 꿈꾼다

홀로렌즈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사실 AR 기술의 역사에 비하면 AR 게임의 역사는 길지 않다. 지난 2007년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내놓은 ‘디 아이 오브 저지먼트’가 상업용 AR 게임의 효시에 속한다. 이후로도 AR 기술을 표방한 게임들이 출시됐으나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전 세계 유저들에게 AR 기술을 처음으로 각인시킨 게임은 지난 2016년 출시된 포켓몬 고다.

MS의 마인크래프트 AR 버전 출시가 기대되는 것은 MS가 마인크래프트를 인수하기 훨씬 이전부터 AR 기술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MS는 지난 2015년 ‘홀로렌즈’를 선보이며 AR을 넘어선 혼합현실(MR⋅Mixed Reality)를 강조하고 있다. 홀로렌즈는 MS가 개발한 ‘윈도’ 기반의 AR 전용 기기다.

홀로렌즈는 구글의 AR 기기인 ‘구글 글래스’와 달리 스마트폰 연결 없이 사용 가능하다. 기기 내에서 컴퓨팅이 이뤄지기 때문에 활용성이 높다. 특히 기기 앞쪽에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각종 센서들이 내장되어 있다. 덕분에 현실 화상과 가상 이미지를 좀 더 정교하게 교차시킬 수 있다.

물론 MS는 당장 마인크래프트를 홀로렌즈용으로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대에 3000달러가 넘는 홀로렌즈 대신 스마트폰용 AR 버전 출시가 1차 타깃이다. 다만 홀로렌즈를 통해 장기간 AR 기술을 연마해 온 만큼, 마인크래프트 AR 버전은 포켓몬 고를 훨씬 뛰어 넘는 완성도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ToF 카메라 적용 증가...AR 게임 출시 적기

ToF 카메라가 탑재된 '갤럭시S10 5G'. /사진=삼성전자
ToF 카메라가 탑재된 '갤럭시S10 5G'. /사진=삼성전자

MS가 마인크래프트 AR 출시를 본격화하는 것은 최근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개막으로 훨씬 쾌적한 환경에서 클라우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비행시간차(ToF) 카메라가 적용된 제품이 늘고 있다는 점도 AR 게임 출시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R 화면이 생동감을 얻기 위해서는 기기가 공간을 인식하는 능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단순히 위성항법장치(GPS) 상의 좌표를 파악하는 정도를 넘어, 주변의 사물과 다른 사용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그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입힐 수 있다.

ToF 카메라는 적외선 빛이 사물에 반사되는 시간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주변 공간을 파악한다. 자율주행자동차에 사용하는 감각 센서인 라이다(Lidar)와 동작원리가 비슷하다. 기존 듀얼카메라로도 공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지만, ToF 만큼 정교하지는 못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에, LG전자는 ‘G8 씽큐’에 ToF 카메라를 각각 탑재했다. 애플은 내년에 출시될 아이폰에 ToF 카메라를 장착할 전망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화웨이를 필두로 ToF 카메라 적용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R 게임 출시는 콘텐츠 시장을 넘어 하드웨어 전반으로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며 “공간을 센싱하는 카메라와 5G 스마트폰 기술 발전을 촉진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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