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선급금 유혹은 달콤하다. 2~3년 뒤 구매 의사를 근거로 조단위 현금을 이자 없이 선사할 회사가 애플 말고 또 있을까. 물론 이자가 없다는 게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애플과의 공급계약이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지도 않는다. 지난 2014년 파산한 사파이어글래스 제조업체 GT어드밴스트테크놀러지(이하 GT)가 대표적이다. GT는 애플에 아이폰용 사파이어글래스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고, 선급금 5억7800만달러(약 6500억원)를 수령했다.당시만 해도 GT는 아이폰 전 모델에 사파이어글래스를 공급할 꿈에 부풀었다
‘작품, 트레일러(예고편), 블록버스터, 임장감(臨場感)…’영화 산업에서 익숙할법한 단어지만, 이제 게임판에서도 숨쉬듯 쓰는 말이 됐다. 소위 ‘트리플A(AAA)’급에 속하는 요즘 게임은 잘 만든 영화 못지 않은 영상미를 추구한다. 전문 성우의 더빙이 동원된 지는 오래됐고, 스토리텔링이 허술한 게임은 이류 취급받기 십상이다. SF 소설가이자 미래학자 아서 클라크라면 “고도로 발전한 게임은 영화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 같은 게임산업 발전은 하드웨어, 정확히는 반도체 기술 토대 위에 싹이 텄다. CPU⋅GPU와 함
반도체 설계 지적재산권(IP) 업체 Arm은 비유컨대 마을에 단 하나 뿐인 우물 같은 존재다. 마을 사람 누구나 적당한 가격에 물을 퍼다 쓸 수 있고, 항상 맑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Arm의 설계 IP 역시 어떤 업체든 라이선스를 맺고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반도체 설계를 엄두도 못낼 회사들이 제각기 스마트폰용 칩 개발에 나선 것도 Arm의 IP 지원 덕분이다. 그러나 마을의 공동 우물같던 Arm을 누군가 독차지 할 지 모른다는 공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전파되는 중이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코로나
독일 BMW를 선망하는 소비자들 중에는 중형 세단 ‘5시리즈’보다 준중형 ‘3시리즈’에 이끌리는 층이 의외로 두텁다. 클수록 선호하는 국내 차 시장에 비춰보면 의아스런 대목이다. 그들이 널찍한 5시리즈보다 컴팩트한 3시리즈를 선호하는 건 단단한 주행질감 때문이다. 내부 공간을 넓게 빼는 5시리즈는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거리)가 상대적으로 길다. 휠베이스가 길면 반복된 좌우 핸들링시 차체가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속도가 늦다. 덩치 큰 운동선수들이 대체로 민첩성은 떨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5시리즈를 ‘아빠차(패밀리 세단)’, 3시리즈는
1년 전 일본이 소재 수출 규제 방침을 밝힌 직후, 삼성은 소위 ‘J리스트'를 작성했다. J리스트에는 삼성이 일본에 수급을 의존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가 총망라됐다.일본이 수출 규제를 천명한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폴리이미드 외에도 수급난이 야기될 후방산업이 있는지 꼼꼼히 따졌다. 그 결과 삼성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부장 중 30%는 국내서 대체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결론냈다.그나마 삼성은 자본⋅정보에 구매력까지 있으니 J리스트라도 작성할 수 있었다. 일본이 수출 규제 범위를 크게 넓히면, 대기업 이하 중소중
지난주 디스플레이 업계는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의 에스윈(ESWIN) 행에 들끓었다. 그는 2011년 중국본사로 발령나기 직전까지 삼성전자 LCD사업부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장 사장은 LCD 제조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다.그러나 그런 장 사장도 지는 해다. 장 사장이 LCD사업부 사장이던 2009년부터 2011년, 삼성은 탕정 L8-2 라인을 구축했다. L8-2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초 생산종료를 선언한 8.5세대(2200㎜ X 2500㎜) LCD 라인 중 하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미 8.5세대를 넘어 10.5세대(2
화웨이가 하이실리콘을 키웠듯,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를 키웠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게 올해는 역대 최악의 해다. 손익분기점(BEP)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갤럭시S20’ 시리즈 내수용 모델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납품하는 데 실패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돌면서 매출 하락도 불가피해졌다. 내년 ‘갤럭시S21(가칭)’용 AP 공급 여부도 불투명하다. 10년 전만 해도 보잘 것 없었던 하이실리콘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종사자라면, 최근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 투자 발표를 보고 기시감(旣視感)이 들 것이다. 다소 전격적인 의사결정과 이를 압도하는 투자 액수는 지난 2017년 대만 폭스콘의 ‘플라잉 이글’ 프로젝트를 연상시킨다. 당시 폭스콘은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들여 미국 위스콘신주에 10.5세대(2940㎜ X 3370㎜)급 LCD 라인을 짓겠노라 공언했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 제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에 힘입어 탄력을 받았다.3년여가 지난
2018년 8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 브랜드를 출시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오리엔트 시계가 제기한 판매금지가처분 소송에 휘말렸다.사연은 이렇다. 원래 ㈜오리엔트바이오는 14류 ‘시계’ 분야에 대해 ‘갤럭시’라는 상표를 독점하고 있었다. 오리엔트의 갤럭시 시계는 일반인들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그리고 삼성전자는 9류 스마트폰 등에 ‘갤럭시’를 독점하고 있었다..아마 처음에 삼성전자는 ‘갤럭시’라는 단어를 시계 분야에서 오리엔트바이오가 상표권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스마트 워치에 갤럭시를 쓸 수는 없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인치가 아닌 법치를 바랐던 칭기즈칸은 대 쟈사크 (대칙령)을 통해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대칙령의 조항 하나하나를 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리더였고 그가 어떤 세상을 꿈꾸었는지 볼 수 있다. 천하에 무서울 것 없는 칭기즈칸도 이 대칙령을 어기지 않고 철저히 지켰으며, 대칙령은 몽골제국의 통치를 탄탄하게 하고 칸의 권력을 강화해준 초석이 되었다. [1]그는 어떤 농업정주문명의 법을 따라하지 않았고 수백 년 동안 유지되어온 유목민 부족들의 관습과 전통을 강화했다. 동시에 자신의 새로운 사회에 방해가 되는 낡은 관행들은 없애 버렸다.
유목제국의 확장과 몰락초원이나 사막지대 유목민들의 단합과 분열은 주변의 강력한 농경정주 왕조의 흥망성쇠에 따라 결정되었다. 유목민들은 세력이 강성할 때 결단력 있는 지도자를 옹립하여 다른 유목민 부족들을 복속시켰다. 그 후 농경정주민들의 왕조가 쇠망의 길을 걷고 있으면 자신들 세력을 초원과 사막 바깥으로 확장시켜 농경정주국가를 정복하였다. 그러나 유목민족들이 이같이 세력을 확장하여 농경정주민들의 문화를 수용하고 유목민족 특유의 야성을 잃게 되면 쇠락의 길을 걸었다.유목민족들은 원래 전투력과 기동력이 뛰어나 후방에서 별도의 물자보급
칭기즈칸도 한 때는 나약하고 찌질한 평범한 인간이었다. 몽골비사에서는 칭기즈칸이 태어날 때부터 핏덩이를 손에 쥐고 태어나서 위대한 정복자가 될 운명이었다고 하지만, 잘나가는 칭기즈칸 후손들이 조상을 미화하려고 만들어 놓은 신화에 불과하다. 그가 어렸을 때부터 영웅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그는 개를 무서워했고 잘 울었다. 부족들이 이사를 갈 때 그를 깜빡 잊고 놔두고 간 일화가 있을 정도이니 주목받는 자식도 아니었다.그가 8 내지 9세가 되었을 때 아버지 예수게이가 타타르족에게 독살당하자 여자와 애들만 남은
동서양을 넘나든 학술 교류이평래 ‘몽골제국과 동서문명의 교류’에서는 몽골제국 시절에는 동서간 학술과 과학교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특히 카안 울루스(원나라)와 훌레구 울루스의 교류가 활발했다. 대원의 수도 대도에는 이란과 이슬람권 학자들이 상주하고, 훌레구 울루스의 수도 타브리즈에서도 다수의 중국학자들이 활동했다. 유라시아 전역의 몽골의 칸 국들은 대군과 대량의 물자를 운반하기 위해서 서로 역법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여러 장소에서 활동을 조정하고 사회생활을 규제해야 했다. 몽골제국은 새로운 지역을 정복할 때마다 행성과 별의 움
역참 ‘얌(Yam)’은 몽골제국 네트워크의 핏줄이었다. 13세기에서 14세기 초까지 주식회사 몽골제국은 제국 전체의 교역로를 유지했고 30Km에서 50Km마다 역참에 물자를 쟁여두었다. 마르코 폴로도 몽골제국을 여행하면서 역참을 자주 이용했다. 그는 이런 역참들이 ‘아름답고’, ‘으리으리할’뿐 아니라 ‘왕에게 어울리는 비단이나 다른 모든 사치품까지 갖추고 있다’고 묘사했다. 몽골제국은 이 교역로를 통한 무역을 장려하여 여권과 신용카드의 기능을 합친 초보적인 유형의 신분증인 ‘파이자’를 나누어 주었다. 칸국 간 상부상조, ‘쿠비’체계
"국제특허가 있다구요?"종종 광고에서 어떤 제품이 국제특허를 받았다는 문구를 봅니다. 그때마다 필자는 국제특허가 뭐지? 라는 생각을 합니다. 외국특허를 받았다는 뜻인지, 국제특허출원을 했다는 뜻인지 모호합니다.국제변호사라는 말을 들을 때와 같습니다. 변호사 자격은 국가별로 주므로 여러 국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국제변호사라는 자격은 존재하지 않으니 2개국 이상 국가에 변호사 자격이 있다는 의미겠거니라고 생각할 뿐입니다.마찬가지로 모든 국가에 영향을 주는 국제특허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허권은 기본적으로 속지주의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에게 V1 라인은 이제 잊혀진 이름이다. V1은 2013년 이전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생산을 위해 구축한 파일럿 라인이다. 일찌감치 화이트OLED(WOLED) 기술을 택한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고집스럽게 적녹청(RGB) 방식의 대면적 OLED 양산에 천착했다.이를 위해 V1에는 스몰마스크스캐닝(SMS)이라는 신기술과, 당시 혁신적이었던 8세대(2200㎜ X 2500㎜)급 저온폴리실리콘(LTPS) 공정이 구비됐다. SMS와 8세대 LTPS 모두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다. 이처럼
몽골족은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개발하지도 않았고, 새로운 종교를 창시하지도 않았고, 새로운 작물이나 영농기술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들은 도자기를 만들지도 못했고, 금속을 주조하거나 직물을 짜지도 못했고 심지어는 빵을 굽지도 못했지만, 몽골군대가 여러 문화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이 모든 기술을 모아 이 문명에서 저 문명으로 전해주었다. 무역로, 침략로, 역참제칭기즈칸이 공을 들여 세운 구조물은 성, 요새, 도시가 아니라 다리였다. 그는 역사상 어떤 인물보다 더 많은 다리를 놓았을 것이다. 군대와 물자를 더 빠르게 이동시키려면 수없이 많은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S20’ 시리즈는 사실상 카메라에 ‘올 인’했다. 광학줌과 디지털줌을 합쳐 100배까지 사물을 당겨 찍을 수 있다. 무려 8K(7680 x 4320) UHD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기존 규격을 훌쩍 뛰어 넘는 제품이 출시되면 항상 ‘회의론’이 줄선다. 스마트폰에 그만한 기능이 필요하냐는 거다. ‘오버스펙’, ‘마케팅용 기술(심하게는 상술)’이라는 낙인은 덤이다.갤럭시S20 시리즈 카메라가 지원하는 8K UHD 촬영 기능 역시 회의론을 피해갈 수 없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가장 최고급 모델도 8K는
데이터센터 무정전전원시스템(UPS)에는 보통 납축전지가 사용된다. 최근 이 대안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각광을 받고 있다.리튬이온 배터리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기대 수명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대 수명은 납축전지보다 약간 더 긴 정도가 아니다. 어쩌면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을 만큼 길 수도 있다.그토록 긴 수명을 증명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적용 사례가 없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아쉬운 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데이터센터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한 게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참고용으로 제시할 만한 실제 운영 데
브랜드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다음과 같은 로고들이 떠오르시나요?아니면 그 회사들의 이름이 떠오르시나요? 맞습니다. 이들 모두가 브랜드입니다. 운동화를 판매하는 기업 ‘나이키(NIKE)’도, 갈고리 모양인 '나이키 로고’도 모두 브랜드의 일종입니다. 이처럼 브랜드는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쟁자들의 것과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독특한 이름이나 상징물, 또는 이들의 결합체를 말합니다.브랜드는 노르웨이말인 ‘brandr(태우다)’에서 유래했습니다. 가축 주인이 자신의 가축을 구별하기 위해 엉덩이에 불로 지져서 표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