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2015년말 기준 270억달러(약 32조원), 차량용 배터리 시장은 60억달러(약 8조원)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단일 품목 시장이 200억달러(약 24조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량용 전장 시장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2025년을
내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반도체 시장은 적어도 2배 이상, 배터리 시장은 3배 이상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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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EQ900. /현대자동차 제공

 

 

차량 전장 시장에서
한국 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자동차는 신뢰성 평가가 가장 중요한 선진국형 산업으로, 진입 장벽이 매우 높고 기존 공급망(SCM)이 공고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면서 전장사업 진출을 공식화 했다. 국내 SCM도 그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할 시기다.

 

한국이 강점인 분야는 분명히 있다.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필요한 각종 센서 기술 중 일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시스템 설계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의 IT화 시작은 '인포테인먼트'

 

자동차의 IT화는 꽤 오랜기간 진행돼 왔다. 계기판에 수동형(P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적용된 건 90년대 초반부터, 유럽 각국이 라디오 수신 규격을 디지털오디오방송(DAB)으로 바꾼 것도 약 20년 전이다. 2000년대 초반 네비게이션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확산되면서 자동차의 전장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 업체들은 이미 20~15년 전부터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LG전자, 텔레칩스, 다믈멀티미디어 등이 일찌감치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LG전자는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설립 당시 반도체 사업부를 정리했지만 시스템반도체 개발 부서는 남겼다. 여러 번 이름이 바뀐 반도체 사업부는 지금은 SiC개발실로 존속하고 있다. 차량용 오디오칩을 개발해왔다. 실리콘웍스로 차차 통합이 되면 LG그룹 내 계열사인 실리콘웍스가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대부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시장에서 인지도가 있었던 덕에 VC사업부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 된다.

 

LG전자는 차량용 오디오 개발 상당부분을 외주 팹리스(Fabless) 업체에 맡겼다. MP3 칩을 개발하던 다믈멀티미디어가 주로 회로를 디자인해 공급해왔다.

 

텔레칩스는 MP3칩,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주력으로 성장했지만 스마트폰, 태블릿PC용 AP 경쟁 구도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차량용 멀티미디어 칩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닛산, 폴크스바겐,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업체에 오디오 칩을 주로 공급하고 있고, 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AVN) 멀티미디어 프로세서 시장도 넘본다.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 NXP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제품에는 칩스앤미디어 멀티미디어 설계자산(IP)이 들어간다. 지난해 NXP에 인수된 프리스케일 전장 사업부의 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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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기업 순위. /스트래트지 애널리틱스 제공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EU, 일본, 미국 5개사가 5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목표가 자율주행으로 맞춰지면서 기술 기준도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후발 업체가 끼어들 틈은 좁아지고 있다.


삼성의 하만 인수, 퀄컴과 NXP의 합병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장도 결국 스마트폰 시장처럼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패권을 쥐는 형태로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자율주행 필수 부품 '카메라'와 '센서'

 

스마트폰 수요를 촉발 시키는 주요 사양 중 하나는 센서다. 카메라, 터치, 지문인식 등 스마트폰에 도입된 다양한 센서 기술은 자동차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엠씨넥스는 푸조-시트로엥과 현대모비스에 차량용 카메라를 공급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처를 찾은 사례다. 6개월마다 출렁이는 스마트폰 사업과 달리 차량용 카메라모듈은 완만한 성장률을 보인다. 지난 2011년 385억원 매출액을 냈고, 이듬해부터 지난해까지 463억원, 558억원, 704억원, 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부 내 가장 매출이 큰 분야도 카메라다. 지난해 매출액 660억원 가량을 기록했다. 차량통신(V2X)이 적용된 커넥티드카가 활성화되면 통신모듈 사업 역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전자' 벗어난 LED, 자동차에서 빛났다


금호전기는 시장 변화에 전자 회사가 어떻게 적응해왔는가를 실증하는 사례다. 형광등과 백열전구 기업으로 성장해온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용 디스플레이를 LCD로 바꾸면서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CCFL은 형광등과 원리는 유사하지만 TV 패널 뒤에 들어가기 때문에 얇게 만들어야 하는 제품이다. 위기를 맞은 건 2007~2008년 디스플레이 업계가 CCFL 대신 LCD용 광원(光原)을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면서다. CCLF 사업무 매출이 '제로'가 됐다. 


LED 사업에도 진출했지만 공급과잉, 치킨게임이 일어 손실을 봤다. 하지만 차량용 전장사업에 뛰어들었다. 금호HT가 금호전기 그룹 내 든든한 수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약 2000억원, 영업이익 10%를 기록했다. 애물단지 LED가 이제는 효자가 된 셈이다.


이 외에도 삼성·LG 협력사의 자동차 시장 진출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삼성 협력사모임인 '삼성전자 협력사 협의회(협성회)' 회장사인 대덕전자의 차세대 사업도 차량용 인쇄회로기판(PCB)이다. 우주일렉트로닉스·연호전자 등 커넥터 업계도 현대기아자동차에 커넥터를 공급하면서 일본 업계 일색이던 이 시장을 점점 잠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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