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고도화라는 메모리 업계 새 패러다임은 중국의 반도체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일본 메모리 기술을 복제하며 시장을 추격하던 20년 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다. 

D램의 3차원 캐패시터와 3D 낸드플래시는 단순히 소자 구조를 파악한다고 금세 양산까지 성공시키기 힘들다. 이에 따라 공정 카피율 역시 3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도 성능⋅생산성을 단시간에 높일 수 없게 됐다. 

 

 

photo
▲중국 메모리 업계 메모리 생산 계획. 계획대로라면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량이 각각 14만500장, 10만장 늘어난다. /KIPOST 
 

계획보다 더딘 중국 반도체 굴기

 

중국의 반도체 굴기(崛起)는 2014년 ‘반도체 산업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칭화유니그룹 등 중국 내 반도체 업체들은 일제히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작년 초 후베이성 우한(武漢), 쓰촨성 청두(成都), 장쑤성 난징(南京) 등 3개 지역에 총 700억달러(약 74조83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기지를 짓겠다고 밝혔다.

2016년 파운드리 업체 XMC를 인수하면서 설립한 회사 창장메모리(YMTC)에 오는 2020년까지 240억달러(약 25조6560억원)를 투입,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30만장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올해 상반기 32단 3D낸드를 출시하고 연말 64단 시생산까지 계획했다. 

난징에도 300억달러(약 32조700억원)을 투입, 월 10만장 규모 3D 낸드 및 D램 생산 라인을 세울 계획이다. 청두에 대한 정확한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만 UMC와 푸젠성 지방 정부 합작사 푸젠진화반도체(JHICC·Fujian Jinhua Integrated Circuit)도 진장(晋江) 지역에 D램 공장을 착공했다. 투자 규모는 56억달러(약 5조9864억원)로, 올해 하반기부터 월 6만장 규모를 양산하고 5년 내 생산량을 2배로 늘리는 게 목표다.

팹리스 기가디바이스(GigaDevice)와 허페이성의 합작사 이노트론메모리(Innotron memory·전 허페이창신)는 월 12만50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D램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초 발표한 투자 규모는 72억 달러(약 7조7191억원), 이후 27억 달러(2조8946억원)를 추가 투입해 총 99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19나노 D램의 수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photo
▲중국 반도체 업체 메모리 투자 발표 /KIPOST 취합

실제 투자 현황은 어떨까. 중국국제입찰망(中国国际招标网)에 따르면 YMTC는 지난해 6월부터 장비 입찰 절차를 개시, 기술 평가를 계속 진행해왔다. 아직까지 실제 발주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양산장비 요구 수준은 28나노, 48나노, 65나노급으로 다양해 아직은 테스트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장비 반입을 마치고 소재 입찰을 하고 있는 곳은 이노트론 메모리밖에 없다. 가장 양산을 빨리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생산량이 12만5000장으로 많지 않고, 19나노 D램 수율 개선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JHICC는 아직 설비 투자에 머무르고 있고, 생산 장비 입찰 공고도 내지 않았다. 

 

photo
▲2018년 현재(1분기) 기준 중국 메모리 업계 투자 진행 현황. /중국국제입찰망, KIPOST 취합

실제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지난해 중국보다 한국에서 더 높은 매출을 올렸다.

 

기술력 확보 의문… 설비 선발주 "못 믿는다"

 

지난 연말 YMTC는 32단 3D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는데, 업계에서는 진위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 보니 아직 양산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거래하는 주요 글로벌 장비사 최신 제품을 구입한다. 삼성과 같은 장비를 사용해 빠른 속도로 추격을 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앞서 한국, 대만, 일본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의사소통 문제로 한국인 직원 상당수가 회사를 그만 두면서 대만 인력 비중이 커졌다.

YMTC는 이노테라 출신, 이노트론메모리는 엘피다 출신 인력들이 포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인력은 20나노 이하 공정 개발 및 생산 경험이 없다. 

이노트론은 최근 타카오 아다치(Takao Adachi) 전 엘피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설립한 일본 ‘울트라메모리(UltraMemory)’에 DDR4 D램 설계를 주문했다. 아직 자체 설계 기술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JHICC는 D램 파운드리 사업을 펼쳐온 UMC가 32⋅28나노 D램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크론이 영업 비밀을 복제했다며 UMC와 JHICC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술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UMC는 최근 마이크론에 역소송을 제기했다.

 

▲전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 전망. 지난해 발주가 많았던 이노트론메모리는 순위권에서 빠졌다. /SEMI

 

일부 장비 업체들은 중국 반도체 업계의 투자가 당초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선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발표와 달리 실제 투자 집행이 더뎌 선발주는 받지 않는다”며 “삼성, 인텔, SK하이닉스 등 선도기업에 대응하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