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재개발 돌입… 소형·이동형 기지국용 유력

삼성전자가 5세대(5G) 이동통신 기지국용 모뎀 시스템온칩(SoC)을 연내 개발 완료하기로 했다.

내년 초 시제품을 내놓고 양산용 모델은 3월부터 튜닝 작업을 거쳐 재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 역량도 대거 보강하고 있다.

양산 모델의 정확한 사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소형 기지국(Small cell)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기지국용 5G 모뎀 칩 개발

 

▲삼성전자의 5G 네트워크 솔루션./삼성전자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해 2월 5G 이동통신 기지국용 솔루션을 발표하면서 5G 무선통신칩(RFIC) 및 전용 반도체(ASIC) 모뎀 칩셋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내년 초 이 시제품이 출시된다. 

시제품은 상용화를 목표로 한 칩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시제품으로 여러 테스트를 해 기본 성능을 검증한 뒤 시장을 정해 3월부터 재개발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인력도 보강하고 나섰다. 지난 8월 경력 채용 공고를 내고 5G NR 시스템 물리계층(L1 혹은 PHY Layer)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개발자와 4G·5G 기지국 모뎀 SoC(ASIC/FPGA) RTL(Register Transfer Level) 개발자를 뽑았다. 

RTL 코딩은 하드웨어의 작동 흐름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해놓은 것으로, 반도체 설계 초기 단계에 속한다. L1은 무선통신 시스템에서 접속 규격이 구현돼있는 부분으로, 스몰셀에서는 단말기에 보낼 신호를 만들고 단말기가 보낸 신호를 복조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단말기 일부에 모뎀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이 하나의 칩(SoC)으로 들어가듯, 기지국용 모뎀 SoC도 모뎀 외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등 다수의 로직·아날로그 소자가 집적돼있다.

워낙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는 탓에 크기도 크다. 퀄컴이 내놓은 모바일용 5G 모뎀은 새끼 손톱만한 크기지만,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기지국용 5G 모뎀 SoC는 바둑판 한 칸(가로 2.25㎝/세로 2.34㎝)보다도 크다.

 

5G 기지국부터 모뎀 내재화… 왜?

삼성전자가 기지국용 모뎀을 내재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G LTE까지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는 NXP반도체에 인수된 프리스케일이나 인텔, 퀄컴의 모뎀 SoC를 써왔다.

삼성전자가 5G 기지국용 모뎀을 내재화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방 시장 수요가 이전보다 눈에 띄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구축 장소별 스몰셀 규모 추이. 2022년 5G NR 단독(SA) 규격이 확정된 후부터 급격히 늘어난다./Small Cell Forum

5G NR 망을 구현하려면 4G LTE 때보다 3배 이상 기지국을 촘촘히 깔아야 한다. 주파수가 높아 장애물이나 전송거리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업계가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스몰셀 구축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클라우드의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중앙 서버가 아닌 사용자 주변에 있는 로컬 서버에서 일부 데이터를 처리하는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도 부각되고 있다.

이 둘을 결합, 업계에서는 송출 타워(Cell tower)와 소형 기지국(Small Cell) 자체에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서버를 함께 구축해 엣지 컴퓨팅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AT&T가 지난해 발표한 5G 기반 모바일 엣지 컴퓨팅(MEC) 구축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삼성전자도 양산 제품으로 메인 기지국(Base station), 이동형 기지국(mobile station), 소형 기지국(Small Cell) 등 다양한 방면을 검토 중으로, 업계는 이 중 가장 유력한 것을 소형 기지국으로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5G 시대에는 이동통신 망을 활용해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을 실시간으로 구현해야하는데, 기지국 거리가 멀수록 지연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소형 기지국이 엣지 컴퓨팅을 하는 로컬 서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천국’ 스몰셀 공략 가속화… 퀄컴 따라잡을까

때문에 업계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스몰셀 시장도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 예측이다.

현재 이동통신 기지국, 네트워크 시스템 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돼있지만 스몰셀 장비는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면서 중소기업들도 다수 포진해있다. 

IHS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스몰셀 장비 시장 1위는 미국 스파이더클라우드(Spider Cloud)로 전체 시장의 24.4%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노키아, 3위는 시스코로 삼성전자는 8위(3.0%)다.

국내에서는 콘텔라, 주니, 이노와이어리스, 삼지전자 등 중소·중견기업이 스몰셀 장비를 제조, 공급하고 있다. 

이들은 인텔, 퀄컴, TI 등의 모뎀 SoC 및 L1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이를 내재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핵심 기술에 대한 자립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을 수 밖에 없다.

 

▲세계 스몰셀 기술 특허 주요 출원자 정리./5G포럼

5G 포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스몰셀 기지국 상용기술 및 5G 스몰셀 기술의 주요 출원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퀄컴, 3위는 프랑스 알카텔루슨트다. 

5G 스몰셀용 모뎀은 현재 퀄컴만 제품이 나와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앞서 퀄컴이 개최한 ‘4G·5G 써밋(Summit)’에서 퀄컴의 SoC ‘FSM100xx;을 기반으로 스몰셀 솔루션을 개발, 2020년 샘플을 출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5G 모뎀 솔루션을 개발하는 동시에 퀄컴과도 세트 제품 상용화에 나설 것”이라며 “만약 스몰셀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면, 중소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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