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어닐링(Annealing)’이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상업화를 위한 핵심 기술로 급부상했다.

10나노 초반 핀펫(FinFET) 등 차세대 반도체 공정뿐 아니라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등 첨단 디스플레이 공정에서도 레이저 어닐링 기술이 점차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독자 레이저 어닐링 기술로 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기회를 잡는 히든챔피언 업체들이 쏙쏙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엑시머 레이저 어닐링 개념도 / KIPOST 제공

반도체 웨이퍼 박막화...레이저 어닐링 기술, 급속열처리(RTP) 방식 대체할 듯

반도체 분야에서 어닐링은 웨이퍼에 불순물 이온을 주입한 후 활성화하거나 실리콘을 재결정화할 때 쓴다. 현재 반도체 어닐링 기술은 퍼니스(furnace)·급속열처리(RTP, Rapid Thermal Process) 방식이 주류다.

하지만 14나노 핀펫·20나노 D램·48단 3D 낸드 등으로 반도체 웨이퍼 두께가 점점 얇아지면서 기존 어닐링 기술은 한계에 다다랐다. 웨이퍼 전체에 열이 퍼져 주변 소자 및 회로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웨이퍼 박막화로 열 전도율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레이저 어닐링 기술이 대안으로 부상한 이유다.

레이저 어닐링 기술을 활용하면 웨이퍼 전체를 가열하지 않고 특정 부분만 선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레이저 어닐링은 6000억원 규모의 RTP 어닐링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생산 때도 레이저 어닐링 공정이 핵심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어닐링 기술은 비정질 실리콘(a-Si)을 폴리실리콘(p-Si)로 재결정화하는 데 쓰인다. 전자의 이동속도와 응답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AM OLED와 LTPS LCD용 TFT를 가공할 때 엑시머레이저어닐링(ELA) 기술이 주로 쓰인다. 화학기상증착(PE CVD) 공정으로 비정질실리콘을 증착한 후 레이저로 열처리하는 방식이다.

TFT 공정은 LCD보다 AM OLED가 훨씬 까다롭다. LCD TFT는 전압을 온·오프하는 스위치 역할에 불과하지만, AM OLED TFT는 전류량을 제어하는 수도꼭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AM OLED TFT는 전자 이동도·소자 균일도·신뢰성 측면에서 LCD TFT보다 까다로운 스펙이 요구된다. 

AM OLED용 ELA 장비가 LCD용 제품보다 진입장벽이 높고, 가격도 비싸다.

독자 레이저 어닐링 기술로 기회 잡는 국내 장비 업체들

디스플레이용 레이저 어닐링 장비는 국내 기업 AP시스템이 선점하고 있다. 세계 1위 OLED 기업 삼성디스플레이에 엑시머레이저어닐링(ELA) 장비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LTPS LCD용 ELA 시장에도 진출했다. 그동안 AP시스템은 LTPS LCD용 ELA 장비 생산 경험이 없었지만, 최근 중국 티안마로부터 404억원 규모 6세대급 ELA를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OLED 시장에 뛰어든 중국 업체들도 AP시스템 장비를 선호한다. 신뢰성과 양산성이 검증된 업체이기 때문이다.

세계 레이저 마커 1위 기업 이오테크닉스는 반도체용 레이저 어닐링 장비로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레이저 어닐링 샘플 장비 2대를 공급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평택 공장 시스템반도체 라인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레이저 어닐링 장비가 채택되면 이오테크닉스는 이 분야에서만 올해 100억, 내년 800억원의 신규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반도체용 레이저 어닐링 장비는 엑시머 레이저(Excimer Laser) 방식이 주로 쓰인다. 엑시머 레이저는 단파장으로 출력 파워가 세지만, 장비 가격이 비싸고 유지보수 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다. 또 엑시머 레이저에 사용되는 네온 가스는 분쟁지역에서 주로 생산돼 가격이 비싸고 가격 변동성도 큰 편이다.

이오테크닉스가 개발한 레이저 어닐링 장비는 엑시머 대신 DPSSL 광원을 쓴다. 엑시머 레이저와 달리 독성이 없고 유지보수 비용도 싸다. 성패는 엑시머 레이저 어닐링 장비 대비 얼마 만큼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느냐에 달렸다.  

▲이오테크닉스 제품별 매출 추이